현성애씨(오른쪽)가 졸업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59세의 나이로 2015년 호산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전체수석으로 졸업한 만학도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구시 동구 검사동 현성애씨(사회복지학전공)다. 현씨는 1976년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나 대부분의 만학도가 그러하듯 배움의 기회를 놓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현씨는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찾아온 어려운 현실에서 도망치듯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로 현씨는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고 건강을 회복하는 계기도 됐다. 모든 잡념을 버리고 오로지 공부에만 올인할 수 있어 행복했다.
수석으로 졸업한 그의 공부 비법을 들어 보았다. 현씨의 스마트폰은 여느 사람의 것과는 달랐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많은 사진이 저장되어 있는 반면 현씨의 폰에는 학과 관련 자료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저장돼 있었다. 강의 시작 전 미리 자리에 앉아 준비하고, 강의 중에는 집중해서 강의를 듣는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스마트 폰에 저장했다. 또 모든 강의는 녹음했다. 책은 아무 때나 자투리 시간이 있어도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스마트 폰은 언제든지 틈 날 때마다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학업에 도움이 됐다.
리포트 작성에도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비슷한 유형의 리포트를 인용하거나 짜깁기하는 등의 흔한 방법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단다. 주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서점에서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 읽었다. 읽은 자료를 통해 충분히 이해하고 리포트를 작성하다 보니 항상 맨 마지막에 제출하는 꼴찌였다.
특히 학창시절의 추억을 만들고 싶은 날은 딸 또래의 학생과 어울려 교정의 벤치에서 담소도 나누고 학교 앞 커피 집에서 차도 마시며 수다도 떨었다. 현씨의 호산대 졸업은 가족들도 이 지면을 통해서 알게 될 것이다. 가족에게도 대학에 다닌 것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현씨는 참 편안했다. 처음 만남임에도 몇 년을 만나온 지인처럼 느껴졌다.
현씨는 지금 방과 후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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