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세계 음식을 찾아서(9) 중국(상)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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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22   |  발행일 2015-05-22 제41면   |  수정 2015-05-22
돼지고기·면 요리의 나라…‘웍’하나만 잘 다루면 웬만한 요리는 다 한다
20150522
중국요리를 한 단어로 줄이면. 모르긴 해도 ‘불맛’이 될 것 같다. 중식당 주방의 식기 중 최고 상전은 단연 배 부른 프라이팬인 ‘웍’이다. 신세대 셰프는 비주얼을 중시, 식용유를 이용해 곧잘 불쇼를 연출한다. 식당 입구에 어김없이 부착된 ‘복(福)’ 자 스티커는 모두 거꾸로다. 이는 ‘넘어진다(倒)’와 ‘도착하다(到)’의 발음이 똑 같이 ‘따오’이다. 거꾸로 된 복 자는 결국 ‘복이 자연스럽게 굴러들어온다’는 의미가 된다.

중국 청첩장 얘기부터 해보자. 거기엔 정작 본론인 예식장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다. 되레 음식점 관련 정보가 더 푸짐하다. 중국인은 ‘오대동당(五大同黨)’을 갈구한다. 우리의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과 비슷한 뉘앙스를 갖고 있다. 4대가 아니라 무려 ‘5대가 한 집에서 사는 가정’을 의미한다. 가족의 화평이 ‘식탁’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런지 식탁을 제외하고 모든 걸 다 음식으로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매년 우리의 설과 같은 춘제(春節)가 되면 가족 때문에 줄잡아 1개월간 연휴기분을 누린다. 오죽 음식을 중시했으면 호텔을 ‘반점(飯店)’으로 표기했을까.

중식당에 가면 거꾸로 붙어놓은 ‘복(福)’자를 흥미롭게 쳐다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유는 뭘까? ‘뒤집다’란 의미를 가진 ‘따오(倒)’와 ‘도착하다’는 뜻의 ‘따오(到)’는 공교롭게도 발음이 같다. 복자를 거꾸로 붙여놓으면 ‘복이 왔다’는 뜻이 된다. 식탁에 배열하는 식기의 수자도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음식을 차릴 때 홀수를 중시하는데 중국인은 ‘짝수’를 중시한다. 그들은 아끼려고 알맞게 차리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비록 버리더라도 푸짐하게 차리는 걸 좋아한다.


중국 셰프의 실력은 손목에서부터 나와
요리학교 들어가면 웍의 달인에게
손목 놀리는 법부터 철저하게 배워

다른 사람과 관계는 ‘식탁’에서 시작

청첩장에는 결혼식 이야기보다 음식정보가 더 푸짐

중국의 4대 요리는 베이징·상하이·쓰촨·광둥요리


◆ 모든 관계는 식탁에서

남자간 첫만남의 통과의례가 자못 처절하다.

처음 만나는 사람의 진심을 확인해보기 위해 모든 도수의 술을 다 진열해 놓고 원샷하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맥주부터 시작해 50도가 넘는 고량주같은 바이주(白酒)를 들고 연이어 ‘간뻬이(乾杯)’를 외친다. 만취에 이르도록 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해보려는 것이다. 기자도 10여년전 칭다오의 한 식당에서 열린 리셉션장에서 5종류의 그런 술을 마시고 기절한 적이 있다. 그 다음날 관계자들의 기자 대하는 태도가 엄청 달라져 있었다.

중국인들은 음식을 먹을 때 싸움판처럼 치열하게 얘기를 나눈다. 모든 ‘콴시(關係)’도 식당에서 형성된다.

남성들은 머리 감기 싫어하고 겉옷 갈아입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요즘은 좀 낫지만 10여년전만 해도 꼬질꼬질한 남자 투성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더러워도 속옷은 매일 갈아입는다. 관계에 있어서도 ‘속 단속’을 정말 잘 한다. 아무리 친해도 처음부터 집으로 초대하지 않는다. 집으로 음식 초대를 받는다는 건 최고의 찬사이고 혈육으로 생각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돼지요리와 면요리의 모든 것을 구축한 나라, 돼지고기는 황제급, 반면 쇠고기는 ‘노예’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중국은’이란 말은 참 사용하기 부담스럽다. 아무리 중국을 많이 돌아다닌 여행가도 알면 알수록 더 모르는 게 많아지는 게 중국이다. 그래서 중국은 ‘안다고 하면 모르는 것이요, 모른다고 하면 아는 것’으로 간주된다. 중국을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다. 얼마나 넓은 땅덩이인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요리를 해먹고 살아가는가. 이방인은 가늠키 힘들다.

중국의 대표적 요리기구는 배부른 복어같은 ‘웍’이다. 이놈의 능력이 정말 신통방통하다. 대다수 음식은 그것 하나만 잘 놀리면 단번에 끝이 난다. 중국 셰프의 실력은 결국 손목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소림사 같은 요리학교에 입교하면 웍의 달인으로부터 손목 잘 놀리는 법을 철저하게 익힌다. 200℃가 넘는 고압가스 화덕에서 웍은 지진난 땅처럼 연신 전후좌우로 흔들어 주어야 한다. 그 움직임의 강도와 액센트를 어느 정도로 하는지 웍과 불 사이를 얼마 정도 띄울 건가는 셰프마다 다 다르다. 1년과 5년차 셰프의 웍 움직이는 내공은 천양지차. 스냅 기량에 따라 음식 맛이 단번에 결정나 버린다. 10년 이상 웍을 잡은 셰프의 팔은 너무나 많은 화상으로 인해 어디가 화상 자국이고 제 살점인지 구분키 힘들다. 식용유는 220℃에서 불이 붙는다. 비주얼을 강조하는 신세대 셰프는 ‘불쇼’를 곧잘 벌인다. 그래서 다들 ‘중국음식은 불맛’이라고 한다.

◆ 중국 4대요리

중국요리를 어떤 방식으로 맛보면 될까.

음식연구가는 편의상 ‘중국의 4대요리’란 카테고리를 설정했다. 식도락 여행가는 그 네 섹션의 대표주자 메뉴만 챙기면 얼추 중식의 본질을 대충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의 4대 요리란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쓰촨(四川)·광둥(廣東) 요리로 정리된다. 맛은 어떻게 다를까. ‘베이징 요리는 기름지고(베이징 카오야·베이징덕), 쓰촨은 매콤(마파두부), 상하이는 달콤(둥포러우·동파육), 광둥은 담백(딤섬)하다’로 정리된다.

▶상하이 요리는 상하이, 난징(南京), 쑤저우(蘇州), 양저우(揚州) 등 양쯔강 하류 지역에서 만들어진 요리다.

바다와 강이 있어 해산물이 풍부하다. 따라서 쌀을 재료로 한 요리와 게, 새우 등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가 발달했다. 같은 재료도 부위별로 볶음, 튀김, 찜, 조림 등 다양한 조리법을 적용해 맛의 변화를 주기도 한다. 가장 큰 특징은 이 지역 특산물인 장유(醬油)와 설탕을 써서 달콤하고 기름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음식의 색깔도 화려하고 진하다. 일찍부터 서양과의 무역이 활발한 곳이어서 서양식과 결합한 요리도 많다. 이름난 요리로는 게 요리와 생선찜, 삼선볶음국수, 둥포러우(東坡肉) 등이 있다. 둥포러우는 송나라 시인 소식(蘇軾)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껍질이 붙은 삼겹살을 삶아 눌렀다가 긴 네모꼴로 잘라서 대파, 간장, 설탕, 팔각 등을 함께 넣고 노릇노릇하게 조려 만든다. 맛을 돋우려고 샤오싱(소흥주·紹興酒)로 향기를 내고 고기가 은근히 익도록 약한 불로 오랜 시간 조리기 때문에 고기 속까지 젓가락이 쑥 들어갈 정도로 부드럽다. 또 꽃 모양의 빵인 ‘화쥐안(花卷)’, 육즙이 들어간 작은 만두 ‘샤오룽바오(小龍包)’도 상하이 요리.

▶쓰촨 요리는 양쯔강 중상류 지역의 요리를 말한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 지역이다. 토지가 비옥하고 수리시설이 발달해 곡물, 기름, 과일, 야채, 죽순, 가금류, 가축이 많이 생산되고 품질도 우수하다. 주로 채소류나 곡물, 육류를 이용한 요리가 발달했으며, 바다가 없어 해산물 요리는 많지 않다. 가장 큰 특징은 향신료를 듬뿍 넣어 강한 맛을 낸다는 점이다. 더위와 추위가 심한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 매운 음식이 발달했다. 고추, 산초, 후추, 향조,두반장, 파, 생강, 마늘 등의 향신료가 들어가며, 보령초, 비현두반장 등 쓰촨지방 특산 조리료도 많이 사용한다. 대구 사람의 체질에 딱이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마파두부, 삼겹살야채볶음, 누룽지요리 등이 있다. 마파두부는 청나라 때 얼굴에 얽은 자국이 있었던 할머니가 만들어낸 음식이라고 한다. 얼큰한 매운 맛이 특징이다. 끊는 육수에 각종 채소와 육류를 넣어 데쳐먹는 샤브샤브 요리 ‘훠궈(火鍋)’도 쓰촨식은 매운 국물을 사용한다. 중국집에 가면 양파·단무지와 함께 나오는, 꾹 짠 절임 무채의 일종인 ‘짜샤이(搾菜)’도 쓰촨 요리다.

▶광둥 요리는 중국 남부 푸젠(福建)성, 광시(廣西)성 등지에서 주로 먹는 요리를 말한다.

새, 짐승, 벌레, 뱀 등 먹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중국요리 가운데 가장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이한 식재료인 상어 지느러미, 곰발바닥, 뱀의 뼈, 고양이, 원숭이의 뇌 등을 이용한 요리도 발달했다. 기름을 적게 사용하는게 특징이다. 그대로의 맛을 살리기 위해 간을 적게 해서 싱겁다. 16세기 이후부터 서유럽 요리의 영향을 받아 쇠고기, 서양채소, 토마토케첩, 우스터 소스 등 서양 요리 재료를 많이 받아들였다. 탕수육, 굴소스쇠고기, 토마토소스왕새우, 제비집요리, 팔보채, 푸륭셰(芙蓉蟹·부용해·연꽃게살 완자) 등이 대표격이다. 중국 요리의 보석으로 꼽히는 ‘딤섬(點心)’도 광둥 요리다. 딤섬은 수백 종류가 되며 모양에 따라 작고 투명한 것은 ‘자오(餃)’, 껍질이 두툼하고 폭신폭신한 것은 ‘파오(包)’, 통만두처럼 윗부분이 뚫려 속이 보이는 것은 ‘마이(賣)’라고 부른다.

다음 편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진귀한 밥상으로 불리는 ‘만한취안시(滿漢全席)’를 해부해 본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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