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11] 금호강 자전거길 모니터라이딩 : 침산잠수교 ~ 안심교 구간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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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29   |  발행일 2015-05-29 제40면   |  수정 2015-05-29
“자전거길이 생겨 재발견된 ‘압로정’은 라이더에게 최고의 문화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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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자전거길이 열리자 재발견된 북구 검단동에 소재하는 대구 최고의 정자 압로정에서 바라본 금호강 풍경. 사라진 해오라기를 대신한, 자전거 타는 인간의 신풍경이다.

금호강 모니터라이딩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을과 마을, 도시와 자연,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를 주목하게 되었다. 길거나 짧거나 길이에 관계없이, 다리는 자연의 질서를 극복하기 위해 강에서 잉태된 인간의 창조물이다. 금호강자전거길의 라이딩 코스는 건널 수 없었던 강을 가로지르는 크고 작은 교량들을 순서대로 만나는 과정이기도 했다.

금호강자전거길 동쪽 방향 모니터 구간은 침산잠수교를 건너, 무태교-산격대교-금호제1교-금호제2교-공항교-아양교-화랑교-강촌햇살교-범안대교-금호강교-가천잠수교-매호교-안심교로 이어진다. 대구가 지은 다리 가운데 근대문화유산 대접을 받는 명물다리 하나 없는 것이 유감스럽다.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대재상이었던 메흐메드 파샤 소콜로비치(Mehmed Pasa Sokolovic)가 궁정 건축가 시난(Hodja Mimar Sinan)에게 설계를 지시하여 1577년 완공된 ‘소콜로비치’ 다리는 2007년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되었다. 세르비아와 보스니아의 경계가 되는 드리나 강 돌섬 위에 세워진 자그마한 나무집은 관광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많은 대교를 건설했으면서도 예술성을 극도로 배제하고 당대의 역사성마저 담지 못한 채 오직 통행 목적용 교량으로 마감되는 대구 건설 관행이 애처로워서 찾아본 히스토리텔링된 다리 이야기다.

부산시는 피란민의 애환이 서린 ‘굳세어라 금순아’의 영도대교를 2003년 재개통하면서, 배가 지나갈 때 다리가 들어올려져 통행이 가능한 도개교(跳開橋)로 만들어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관광명소로 탄생시켰다. 2014년에 개통한 부산항대교엔 발광 범위가 150m에 달하는 고휘도 옥외용 LED 등기구 ‘컬러리치(ColorReach Powercore)’ 160개와 높은 강도의 빛을 전달하는 ‘아키포인트(ArchiPoint Powercore)’ 370개를 각각 설치하여 야경이 아름다운 빛의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한강 이남 최고의 자부심으로 산 알뜰하기만 한 건설당국께는 부산갈매기들의 통 큰 스케일을 벤치마킹해 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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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금호2교 아래에서 달리던 자전거가 멈춰선다. 자전거쉼터는 의자만 갖다놓아도 휴식할 수 있는 곳이 최적지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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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양교에서 화랑교 사이 동촌 둑방길은 한 여름 땡볕을 피할 수 있는 라이딩 경유지이자 멋진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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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자전거를 타고 횡단할 수도 있는 동촌 해맞이다리는 대구 최고의 자전거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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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촌동 우방강촌마을 아파트와 수성구 고모동 팔현마을을 잇는 강촌햇살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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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하공원 쪽에서 우러러본 수성구 천을산의 산세는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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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인 율하교 아래 둔치길. 신서혁신도시와 안심도서관 방향의 분기지점인데, 아무런 표시가 없다.

금호강자전거 터미널 구실을 하는 북구자전거수리센터에서 출발해, 침산잠수교를 건너 무태교로 가는 사이에 가던 길을 멈춰 서도록 이목을 끄는 공간은 생태공원 신천에스파스다. 이정웅 신천에스파스 자문위원장은 2년여 동안 문을 닫았던 신천에스파스가 2015년 4월부터 활동을 재개했다는 희소식을 확인해 주었다. 관리 인력의 보살핌을 받고 자란 듯한 보리와 밀들은 머잖아 생태학습 체험 활동을 하러 찾아올 어린 손길들 맞이할 채비로 분주한 모양새였다.

칠곡3지구로 갈 수 있는 무태교를 지나면 금호1교, 2교가 나온다. 북구 검단동과 서변동 유니버시아드선수촌 아파트 앞으로 난 금호1교, 경부고속도로상에 있는 편도 4차로의 교량인 금호1교는 2011년 하천 준설작업으로 유속이 빨라져 붕괴 위험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보강공사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질 못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잘 아는지 금호1교 아래에서 휴식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이시아폴리스 쪽과 검단 둔치길에 다리를 놓아
팔공산 가는 자전거길 열면 좋을 듯

금호2교서공항교로 이어지는 둔치
농작물 재배하던 너른 들은 사라져

아양교 지나면 메타세쿼이아숲 시원

동촌 둑방길에서 화랑교를 지나려면 둔치로 내려가야

율하교 아래 둔치길은 신서혁신도시와 율하지구 분기지점
아무런 안내 표시가 없고 위험 경고 안전펜스만 어지럽다

가천잠수교는 일출 풍경으로 유명


금호1교와 2교 사이 둔치엔 야구장과 모형비행기 연습장이 들어서 있고, 정면으로 팔공산 목 높이만 한 아파트군이 보인다. 봉무동 이시아폴리스다. 자전거를 적극적으로 배려한다면 이시아폴리스 쪽과 검단 둔치길에 ‘아름다리’를 놓아 팔공산으로 관광무대로 갈 수 있는 자전거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사람 많은 금호2교에서 적당히 휴식을 취하고 동촌 방향으로 전진하면 고목 한 그루가 지키고 있는 고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딱 좋은 괴기스럽기도 한 풍경. 약간은 음산하기까지 하고 가까이 다가가면 개들이 짖어대던 집으로 들어가 보니 조선시대 대구 최고의 정자였다는 압로정(鴨鷺亭)이었다. 조선 중기 중종~선조 시기 달성십현록에 이름을 등재한 송담 채응린(1529~84)이 외할아버지가 지은 정자를 중건하고 이름을 붙인 건축물이라고 한다. 금호강과 불로천이 합류하는 지점의 검단동 왕옥산 기슭에 터를 잡은 압로정은 대구지역 사림들이 모여 자연을 벗 삼아 노닐며 시를 짓고 학문을 연마하며 신선놀음하던 곳이었다.

옛날에 최고였다고 오늘 최고일 수는 없겠지만, 자전거길이 생겨 재발견된 압로정은 자전거 타는 인간의 문화공간으로는 최고일 것 같았다. 자전거로 가장 쉽고 빈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이 집을 길이 보전하려면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사회적 상속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림집 안 주인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지만 문중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쉬어가도록 문을 열어놓고 동행했던 경북도립국악단 피리 연주단원인 강기욱 선생은 금호강자전거 음악회를 열고 싶은 곳이라고 맞장구를 쳐줘 기대감을 갖게 했다.

압로정 마루에 앉아 금호강을 바라보면 백로들 에어쇼에 카메라 셔터는 자동모드로 따라붙고, 자전거길을 달리는 인간의 군무(群舞)는 강안문화의 신생처럼 다가왔다.

금호2교에서 공항교로 이어지는 둔치 길에는 농사 본능 최강의 대구시민들이 농작물을 재배하는 너른 들이 있었는데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앞으로 아스팔트 자전거길이 포장되고, 경상고등학교 절벽 아래로 아무런 안내판도 없이 수변공원 조성사업으로 추정되는 대단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른바 공항교 저지대 하천정비사업이 막바지공사에 열심이었다.

다음으로 아양기찻길과 아양교를 지나면 구룡산 아래 메타세쿼이아숲이 시원하게 열린다. 금호숲길의 시작 지점인가? 병풍처럼 늘어선 절벽 형상들도 눈을 즐겁게 한다. 여름 같은 날씨에 나무 그늘을 찾아 자전거길로 걸어다니는 보행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보행로를 달리는 자전거가 혼재된 길 위에서 나는 법감성을 초월하는 한국인임을 절감했다. 더디 가도 사람 살피며 가야 하는 게 교통강자의 도리 아니겠는가.

옛날에 조선 3대 유원지였다는 동촌에 들어서면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도 조심조심 횡단할 수 있는 해맞이다리를 지나칠 수 없다. 금호강 정비사업으로 조성했으나 자전거 조형물이라고 칭찬하고 싶은 동촌보도교 해맞이다리 위에선, 동촌보 위를 동동 떠다니는 오리배와 물살을 가르며 연습에 한창인 카누 선수들의 리허설 장면을 볼 수 있다. 인근엔 지하철 1호선 동촌역과 해안역이 있다.

보도교를 건너면 동촌 둑방길 벚나무 그늘 아래를 달리며 금호강자전거길로 땡볕 라이딩하는 자전거에 눈이 꽂힌다. 정부가 하라는 대로 농사지어서 손해 본 농부처럼 정부가 닦아 놓은 길로 다니는 착한 백성의 노고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때문인가? 우리가 원하는 자전거길은 차로 옆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고속의 자전거전용도로거나 석유화학 물질인 아스팔트로 포장한 시멘트 길이 아니고 자연과 벗할 수 있는 친환경 흙길 잇기인데, 대구의 자전거길은 보행자와 자동차에 끼여 더부살이하도록 만들어진 겸용도로이다 보니 늘어나는 자전거도로 길이에 상응해 사고율 또한 높아가고 있다. 실제로 대구지역 자전거 사고 발생 건수는 2011년 1천354건에서 2013년 1천443건으로 증가세란다. 자전거도로가 아미타불을 부르고 있는 형국이다.

둑방 길에서 화랑교를 지나려면 둔치로 내려가야 한다. 강 건너 임란 의병장 곽재우 장군을 기린 망우공원과 임란호국영남충의단전시관, 영남제일관, 서상일 선생의 조양회관이 고색창연하게 동대구 관문의 지킴이 노릇을 하고 있지만, 진행방향으로부터 멀어 그냥 지나쳤다.

둔치에 조성한 금호강 생태공원을 달리면 범안대교와 대구부산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금호강교가 교차하며 제 갈 길을 가는 율하교에 이른다. 율하천과 금호강이 만나는 율하교 아래 둔치길은 신서혁신도시로 가는 길과 율하지구로 가는 길이 분기되는 지점인데, 아무런 안내표시가 없고 접근금지를 알리는 위험경고 플라스틱 안전펜스가 산만하게 진을 치고 있었다. 자전거길이 지나가는 곳에 공사를 하는 업체가 보행자와 자전거가 안전하고 기분 좋게 왕래할 수 있는 사전조치를 한 공사구간을 한 번이라도 봤으면 얼마나 신나는 라이딩이 될까.

율하지구와 가천역을 잇는 가천잠수교는 일출 풍경으로 유명하다. 율하의 옛 지명은 반계라 했는데 습지 군데군데엔 강태공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자연을 낚고 있다. 김부일 전 대구민학회장은 율하라는 지명을 대신해 반계(磻溪)라는 지명이 금호강엔 적격이라는 소견을 피력했다. 새겨들어봄직했다. 다리를 건너 오르면 길 옆으로 경부선 열차길이 지나간다. 이 길에서는 달리는 기차를 보고 즐기는 관상라이딩이 가능하다. 낡은 열차가 서 있는 경부선 가천철도정비창이 있고, 매호교로 가는 대구올레1코스라 이름 붙은 길이다.

시지천과 경산 남천이 금호강으로 합류하는 매호교는 수성구 성동로와 천을로를 잇는 작지만 알찬 다리다. 이 다리를 건너자마자 좌회전하여 금호강자전거길을 따라 1.3㎞를 가면 동구 서호동과 경산을 잇는 경안로가 나온다. 좌회전하여 안심교를 건너면 대구로 돌아가는 반환점이다. 용계역에서 자전거길로부터 멀어진 지하철이 반야월역에서 다시 가까워진다. 피곤하거나 바쁘면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에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점핑할 수 있는 대중교통 도시 대구를 꿈꾸며 주마간산식 금호강 모니터라이딩을 마친다.

인물 갤러리 ‘이끔빛’ 대표 newspd@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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