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 셰프를 찾아서-대구 수성구 수성4가동 우니카트 베이커리 카페 김명준 오너 셰프 부부호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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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12   |  발행일 2015-06-12 제41면   |  수정 2015-06-12
치아바타를 베이스로 한 샐러드·샌드위치 ‘중년 여성들의 간식’ 폭발적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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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빵이 아니라 몸과 맘에 가장 좋은 ‘착한 빵’ 만들기를 위해 공학도의 삶을 버린 김명준 베이커. 그가 유치원 교사 출신 아내의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만들어낸 시큼한 사우어도는 그의 10년 빵 연구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갈수록 맛있는 빵을 찾는다. 하지만 1% 베이커(제빵인)는 자부심과 열정 탓에 자기만의 제대로 된 빵을 위해 탐험가의 길을 간다. 책만으로 빵을 배우려는 건 사하라 사막을 지도만 갖고 종단하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동일한 조건이란 영원히 달성되지 않는다. 시행착오가 답이다. 그러니 매일 긴장하고 성실하게, 부모가 자식 돌보듯 애지중지하는 마음. 그런 장인을 제빵인 세계에서는 ‘아티장(Artisan)’이라 부른다. 음악계의 ‘마에스트로(Maestro)’ 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이스트를 넣으면 빠르면 2~3시간 만에 빵이 나온다. 일명 ‘뚝딱빵’이다. 조리가 아니라 조립돼 나온 로봇빵 같다. 부실한 본색을 가리기 위해 설탕과 온갖 부재료·첨가제 등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혀는 즐거울지 모르겠지만 몸은 부대낀다. 요즘 혀를 넘어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빵이 극소수 베이커에 의해 탄생되고 있다. 대구에도 고집스럽게 천연발효종으로 빵을 만드는 베이커가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다. 뺑 드 깜빠뉴, 신라레스토랑 등이 선두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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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학 공학도 김명준씨
유학 포기 귀국 빵공부 매진

세상 가장 건강한 빵 만들자
사우어도는
물·소금·밀가루만으로 빚어
효모도 직접 만들어 사용해
구운 빵에 스팀 뿜는 게 핵심

지난 달 말쯤 서울 현대백화점에서 몇 명의 우직한 베이커들을 초대했다. 이때 초대받은 지역의 베이커가 있다. 바로 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동에서 시큼한 효모의 냄새가 그대로 전해지는 사우어도(Sour dough)를 전문적으로 파는 우니카트(Unikat·‘단 하나밖에 없는’이란 뜻의 독일어) 베이커리 카페 김명준 사장(40)이다. 8개월 전에 자기만의 빵집을 갖게 되었다. 10년 이상 매미처럼 수면 아래에서 이론과 실제를 체득했다.

그의 곁에는 아내(정해자)가 르방(Le vain·‘효모’란 프랑스어)처럼 붙어다닌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빵과 씨름하고 나면 그는 녹다운. 일요일은 문 닫고 재충전한다. 만약 아내가 없었다면 대장간 같은 이 빵집을 일찌감치 접었을지도 모른다. 뚝딱빵을 팔지 않기 때문이다. 아내는 커피, 샌드위치, 샐러드 등은 물론 신메뉴 개발에도 아이디어를 던져준다.

부부는 당초 빵과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았다. 아내는 유치원 교사였다. 그는 공학도 출신이다.

◆ 공학도에서 베이커로 변신

그는 대구 출신이다. 부모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이었다. 성균관대 토목환경공학과 졸업후 1999년 일본유학을 간다. 교토 외삼촌 댁을 거점으로 일본문화를 조금씩 빨아먹었다. 어학연수 중간중간에 스시, 돈부리, 에키벤, 라멘, 규동 등 일식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접한다. 이때만 해도 베이커는 언감생심.

도쿄대 해양환경공학부 대학원에 입학한다. 고로케를 자주 사먹던 중 ‘이스트 없이 빵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란 의문을 갖는다. 그의 몸 속에 베이커의 유전자가 발흥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빵 때문에 대학원을 중도하차한다. 발효본능 때문이다. 대구로 돌아온다. 수학학원을 차렸다. 돈이 생기면 유명 제빵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사 읽었다. 제빵 베스트셀러북인 ‘브레드(미국 제프리 해멀먼)’, ‘로컬 브레드(다니엘 리더 지음)’ 등등…. 당시 국내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펴낸 제빵 이론서는 전무했다. 레시피 가이드북 정도가 고작이었다.

틈만 나면 일기장에 ‘난 마흔 전에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무슨 일을 해야 된다’고 주문처럼 적었다. 미련없이 수학학원을 접는다. 일단 국내 제빵의 역사, 유명 빵집, 스타 베이커의 족보 등을 훑어나갔다. 빵 공부 10년. 강산은 변하는데…. 자신은 비상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기 맘에 ‘화룡점정’을 찍어 줄 원포인트 레슨 고수가 절실했다.

수소문하고 인터넷도 찾아봤다. 어렵사리 서울 한남동에 있는 모태성 셰프(아티장 베이커스 대표)를 만난다. 성균관대 선배였고 한문학도 출신이다. e메일로 안타까운 사연을 보냈다. 허락을 얻어 상경한다. 유기농빵의 결정판일 수 있는 사우어도를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5개월 도제식 수업을 받았다. 물론 모든 걸 다 배울 수는 없었다.

◆ 김명준의 사우어도 제빵학

레시피 대로 하면 빵이 되는 줄 알았다. 절대 아니었다. 가정에서는 절대 베이커리버전의 빵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좋은 장비가 관건이었다.

꿈의 사우어도. 3가지 특징적 빛깔이 있다. 탄 듯한 갈색, 그러면서도 금빛이 감돌아야 한다. 얼핏 ‘금황색(金黃色) 사암’ 같다. 바게뜨처럼 겉은 크리스피(바삭함)하고 속은 촉촉할 것. 빵 껍질은 질기면서도 야물면서도 딱딱하지 않은 질감을 만들려면 ‘스팀’이 필수다. 일반 가정식 오븐은 100만원선. 현재 갖고 있는 특수 스팀오븐기는 3천만원대 독일제 바흐테.

빵 관리는 육감으로. 시각보다 냄새와 터치를 통해 빵의 사활을 제때 판별해야 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빵은 금세 바람 빠진 풍선이 된다. 일단 저렴한 공장표 밀가루에서 벗어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백질 함유량에 따라 강·중·박력분 3가지만 있다. 단백질 함량이 너무 많아 닭가슴살처럼 잘 찢어지는 식빵의 부드러움을 좋은 빵으로 착각한다. 야문 호밀빵 같은 건 그냥 부러질 뿐 잘 찢어지지 않는다. 글루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빵의 고향인 프랑스와 독일에서 밀가루를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T55 프랑스 밀가루(중강력분으로 20㎏ 3만원선) 등을 수입했다. 캐나다에서 수입한 호밀가루(밥스 레드밀) 1㎏은 6천원선. 현재 사용 중인 밀가루는 모두 7가지. 빵 종류별 전용 밀가루가 있다.

T55는 바게뜨, 사우어도, 치아바타 등을 만들고 호밀가루로는 호밀빵을 만든다.

현재 빵 종류는 크게 6종(클래식, 호두크랜베리, 올리브치즈, 무화과, 피칸건포도, 호밀)의 사우어도, 3종(플레인, 올리브, 치즈)의 치아바타, 3종(우유식빵, 통밀식빵, 브리오슈)의 식빵, 바게뜨, 다크초콜릿이 많이 들어가는 독일식 케이크인 자흐토르테와 비스팅 등을 낸다. 치아바타를 베이스로 한 샐러드와 샌드위치는 근처 중년 여성들의 간식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 천연발효종 어떻게 만드나

사우어도와 치아바타를 먹어봤다. 시큼한 효모 냄새가 물씬 풍겨났고 속살은 갓난 아이의 살갗 같았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빵이 사우어도”라 믿는다. 바게뜨처럼 설탕과 버터 등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물·소금·밀가루만으로 빚는다. 효모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그 과정이 궁금했다.

유기농 밀가루와 물을 1대 1로 섞어 질척한 상태로 상온 그늘에서 1주일 정도 두면 밀가루 자체에 있는 자연 효모 때문에 거품이 발생한다. 하루에 두 번씩 물과 밀가루를 1대 1 비율로 섞어 기존 반죽에 첨가한다. 이게 효모 밥 주는 과정이다. 반죽을 할 때 밀가루 대비 40%의 효모화된 밀가루를 섞는다. 비율이 딱 맞아야 한다. 효모를 너무 많이 넣으면 신맛이 강해진다. 적으면 잘 부풀지 않는다. 4~6℃에서 12시간 발효시키면 두 배 이상 부푼다.

사우어도도 두 번 발효를 한다. 초벌발효는 12시간 이상, 재벌발효는 2시간 남짓.

굽는 온도도 빵마다 다른데 사우어도는 260℃, 일반 식빵은 180~200℃.

사우어도 만드는 과정에 최고의 테크닉은 굽힌 빵에 스팀을 가해주는 포인트. 보통 스팀을 6~7초 뿜어준다. 스팀이 없으면 효모가 높은 온도 때문에 몰살한다. 스팀을 쏘아주면 빵의 온도가 그다지 높게 안 올라가고 효모도 살게 된다. 빵을 끄집어 내기 5분전, 오븐 안에 뜨거운 열기로 꽉 차 있다. 댐퍼(Damper)를 열어주면 안의 따뜻한 온기가 빠지면 안이 마르기 시작할 때 스팀을 가한다.

사우어도도 고기처럼 칼집을 넣어야 된다. 빵의 칼집을 ‘쿠퍼(Couper)’라 한다. 바리스타가 각종 거품으로 커피 표면을 장식하는 것과 비슷한 기교다. 오븐에 들어가기 전, 2차 숙성이 끝난 생지에 칼집을 넣는다. 쿠퍼 전용 칼은 일반 일자형 칼이 아니다. 반달형으로 굽은 여성용 미니 면도칼 같다. 사우어도의 중심부는 낙타의 등처럼 봉우리가 부풀어 올라야 한다. 칼집을 한번 넣어주면 빵이 나올 때 5㎝ 이상 벌어져 ‘빵귀’가 생긴다. 단면이 토끼 모양이다. 칼집 테크닉에 따라 아프리카 가면 같은 문양도 나온다. 쿠퍼도 예술의 한 장르다.

반죽의 1차 발효는 저온 냉장 상태에서, 2차 발효는 상온이나 습도 적절한(50%) 나무 발효실에서 진행된다. 습도가 너무 높으면 발효가 빨리되는 반면 질척거리고 식감도 떨어진다.

매일 오전 7~8시 치아바타와 바게뜨가 나온다. 아내는 그걸 갖고 샌드위치를 만든다. 사우어도는 오전 9시에 나온다. 나중에 나오는 게 식빵이다. 일요일은 쉰다.

부부는 작품인 빵과 상품인 빵의 질감 차이를 알려준다. 하지만 우니카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단다. 이젠 우리 모두 ‘착한빵’을 외칠 시점인 것 같다. (053)267-0522 수성구 수성4가동 1009-26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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