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절차탁마의 자세로 학문과 인격향상에 매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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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9 07:58  |  수정 2015-06-29 07:58  |  발행일 2015-06-29 제19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절차탁마의 자세로 학문과 인격향상에 매진하자

지난 5월20일에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에 사람들이 감염을 우려해 살얼음판을 걷듯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전파자가 조직 내 사람이면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하다고 합니다. 돌아버린 아이(또라이)로 취급당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서튼 교수의 ‘또라이 제로 법칙’은 비열한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또라이’를 조직 내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자는 내용입니다. 또라이를 뽑지 말고, 뽑았으면 개조하고, 개조가 안 되면 과감하게 내쫓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또라이 딱 하나 법칙’도 있습니다. 인간은 티끌 하나 없는 주차장에 있을 때보다 쓰레기가 딱 하나 떨어진 주차장에 있을 때 쓰레기를 덜 버린다는 것입니다. ‘이 청결한 공간을 어떤 인간이 더럽혔을까? 나는 절대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타산지석이나 반면교사라고나 할까요. 또라이 발생 현상은 조직 내에서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합니다. 어쨌든 실력을 갖추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려면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방법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강진에, 둘째형 약전은 흑산도에 유배를 갑니다. 형제는 자주 편지를 주고받습니다. 다산은 ‘상례사전’ 초본 5편을 형에게 부칩니다. ‘이것이 비록 초본이기는 하지만 그 중에 잘못된 해석이 있으면 조목조목 논박해서 가르쳐 주시고 의당 절차탁마하여 정밀한 데로 나아가게 해 주십시오.’ 또 ‘주역’에 관한 연구 방법에 대한 질의 편지를 보냅니다. ‘주역 연구서 초고를 열람해보니 갈지 않은 옥이요, 제련하지 않은 광석이요, 아직 찧지 않은 겨 붙은 벼요, 뼛속이 드러나지 않은 껍질이요, 아직 굽지 않은 도자기며 설익은 목수와 같습니다. 시경에 절차탁마라 했는데 바로 이를 두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다산 형제간의 편지들은 뼈와 상아를 다듬듯(切磋), 구슬과 돌을 갈듯이(琢磨) 부지런히 학문과 덕행을 닦아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논어에도 절차탁마가 나옵니다. 자공이 공자에게 묻습니다. ‘가난하나 아첨함이 없고, 부유하지만 교만하지 않으면 어떠합니까?’ 공자 ‘옳다. 그렇지만 가난하여도 즐기며, 부유하여도 예의를 좋아함이 더 낫다’고 대답합니다. 자공이 덧붙여 ‘시경에서 말하는 끊고(切) 갈고(磋) 쪼고(琢) 닦는(磨) 것과 같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요?’ 공자는 ‘사야, 비로소 너와 더불어 시를 논할만 하구나! 지난 일을 살펴서 미래까지 알고 있으니!’하며 매우 흡족해합니다.

또 ‘시경’의 위풍은 무왕이 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는 칭송의 노래입니다. 절차탁마의 의미가 노래 구절마다 나옵니다. ‘어여쁘신 우리 님은/ 뼈와 상아 다듬은 듯(如切如磋)/ 구슬과 돌 갈고 간 듯(如琢如磨)/ 엄하고 너그럽고/ 환하고 의젓한 분/….’

언제나 절차탁마의 자세로 학문과 인격 향상에 매진하면 좋은 일만 생길 것입니다.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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