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사본만 있으면 'OK'…나도 모르게 개통되는 휴대전화

  • 입력 2015-06-29 00:00  |  수정 2015-06-29 11:06
신분증 600개로 1천대 개통…통신사의 본인 확인절차에 '구멍'

 자신도 모르게 휴대전화가 개통되고, 나중에는 그 휴대전화가 중국으로 팔려나가는 일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 어느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전화 개통을 위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복사해줬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전북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휴대전화 대리점 점주로 일하는 문모(29·여)씨는 일하면서 수집한 고객들의 신분증 600여개를 이용해 고객들 몰래 1천여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한 혐의로 29일 다른 대리점 사장 박모(32)씨와 함께 구속됐다.


 문씨는 통신사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신분증만 있으면 신청서 등을 대리로 작성할 수 있다는 허술한 절차를 이용했다.


 문씨는 또 휴대전화 요금을 자신의 계좌에서 빠져나가도록 해 피해자들이 휴대전화 개통 사실을 모르도록 감쪽같이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한 통신사에서 개인당 최대 4대까지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있다.


 특히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이전 통신사 프로모션이 좋을 때는 100만원짜리 휴대전화에 통신사 지원금이 80만원이 나올 때도 있었기 때문에 문씨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무차별적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신분증을 모으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또 다른 대리점 직원들에게 5만∼20만원을 주고 신분증 사본을 사들이기도 했다.
 문씨 등이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신분증 수집에 나선 것은 100만원짜리 휴대전화를 지원금 80만원을 받아 개통한 뒤 3개월간 이용하면 지원금을 물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이렇게 개통 후 석 달이 지난 다음에는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중국 등 해외에 중고폰으로 판매했다.


 중고폰 값으로 70만∼80만원을 받고, 통신사에서 휴대전화 개통에 따른 성과금 등을 받으면 신분증 값으로 20만원을 치르더라도 휴대전화 1대당 30만∼40만원의 부당이득이 문씨에게 떨어진 것이다.


 피해자들은 범행이 이뤄지는 3개월동안 통신사를 방문해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가 몇 대 개통됐는지 확인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사실을 알 방법이 없었다.


 신분증 하나만 있으면 본인이 아니어도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가이 같은 범죄를 조장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상봉 익산경찰서 수사과장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가 개통된 사실을 알고 지금도 계속해서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며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는 개인정보가 담긴 신청서 등은 개통 후 반드시 돌려받고, 신분증을 대리점에 맡기는 등 개인정보가 도용될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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