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박 셰프의 伊 음식에 빠지다] 전 세계인 부르는 마스카론 갑오징어먹물 스파게티…고소한 맛과 부들부들한 식감 놀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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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03   |  발행일 2015-07-03 제41면   |  수정 201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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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근교의 한 트라토리아 펠리체 아 테스타쵸에서 1936년부터 판매하는 정통 카르보나라 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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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부터 베네치아 사람들이 애용했다는 마스카론의 시그니처 메뉴인 갑오징어 먹물 스파게티.

이탈리아에 가면 이탈리아 음식이 없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남북이 길쭉한 지형을 가진 이탈리아는 지역별로 기후와 풍토 차이가 심하고 오랫동안 도시국가의 형태로 나뉘어 있었기 때문에 지역마다 독특한 맛과 음식 문화가 잘 발달했고, 지방식과 향토식의 구분이 매우 뚜렷하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물로 만든 수고(Sugo·파스타 면을 버무리는 소스)와 그에 어울리는 면이 조화를 이루는 파스타 요리 또한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수백·수천가지가 존재하며 오늘날까지 그 맛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로마 하면 당연히 카르보나라 스파게티지!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고소함과 녹진한 크림 맛이 일품인 새하얀 카르보나라 스파게티는 이탈리아에 없다.

카르보나라 하나로 온 이탈리아를 평정하고 있다는 로마 근교의 한 트라토리아. 간판에 떡하니 걸린 ‘1936 펠리체(Felice·‘행복’이란 뜻)’를 보니 그야말로 기분이 ‘펠리체’하다. 로마 특산품인 돼지볼살 햄과 페코리노 치즈, 크림이나 우유는 한 스푼도 들어가지 않고 신선한 계란과 즉석에서 갈아넣은 후추로 맛을 낸 것이 바로 원조 카르보나라 스파게티이다.

옛날 광부들이 절인 햄과 계란을 넣어 쉽게 만들어 먹던 고칼로리의 파스타를 알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때 이탈리아에 주둔했던 미군들이 소시지나 햄으로 파스타로 만든 것이 카르보나라의 시초라는 이곳 주인장의 설명을 들으니 의정부 부대찌개가 떠올라 고개가 절로 끄떡여졌다.

1900년대 초반부터 베네치아 사람들이 문턱 닳도록 드나들었다는 이곳, 마스카론(Mascaron).

내부 가장 중앙에 떡하니 자리잡은 진열장 안팎으로는 새우, 오징어, 게 등의 각종 해산물 샐러드부터 멸치튀김, 베네치아의 명물 정어리 양파초절임에 직화로 구워 양념한 채소 절임까지, 마치 우리의 반찬가게와 비슷한 모습이다. 마스카론을 찾는 전 세계인들의 단 한 가지 특별한 이유는 바로 갑오징어 먹물 스파게티 때문. 첫인상은 한마디로 ‘와! 정말 새까맣다’다. 방앗간에서 갓 짜낸 참기름 같은 향이 코끝을 자극하고 돌돌 말아 쏙 집어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과 부들부들한 갑오징어의 식감에 깜짝 놀랐다. 스파게티 가닥마다 잘 버무려진 바다맛 버터, 먹물소스는 그야말로 별미 중 별미. 단, 너무 맛 있다고 먹다가 시익 웃지는 마시길, 예상치못한 시커먼스 퍼포먼스로 좀 민망해질 수도 있으니.

빠빠베로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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