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넘은 대구 퀴어축제

  • 최보규,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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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06 07:31  |  수정 2015-07-06 07:31  |  발행일 2015-07-06 제8면
동성로 일대 참가자로 장사진
보수단체들 거센 반발속 진행
性소수자와 물리적 충돌 없어
우여곡절 넘은 대구 퀴어축제
5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퀴어축제에 참가한 이들이 동성로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성(性)소수자의 문화행사인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보수단체의 반발이 거셌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5일 오후 2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은 퀴어문화축제를 즐기기 위한 인파로 장사진을 이뤘다. 다른 지역에서 온 참가자와 시민단체 회원 등 600여명은 중앙무대와 각종 부스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겼다.

특히 이날 축제에는 과감히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낸 이들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월 동성 간 결혼식을 올렸다는 여기동(53)·찰스 카야사씨(45·필리핀)는 서로에 대한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도 무지개 망토와 모자를 커플로 맞춰 입고 왔다.

여씨는 “올해 대구퀴어축제가 열리기까지 많은 갈등이 있었는데 잘 해결돼 좋다. 또 여러 시민단체가 함께해 우리의 정체성이 지지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서도 “우리는 남·남커플이다 보니 파트너가 한국 국적을 가질 수 없다. 곧 다른 나라로 이주할 예정”이라고 했다.

축제에 대한 시민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김현주씨(43)는 “억압돼 있던 성소수자들이 자존감을 느끼는 날”이라며 “다소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감수할 수 있을 정도여서 괜찮다”고 말했다.

황모씨(52·대구시 동구)는 “사회 정서라는 게 있다. 동성애는 아직까지 한국에서 금기시되는 사항이다. 자신들끼리 은밀히 즐겨도 되는 문제인데 이를 괜히 표출해 갈등이 생기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기독교 단체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날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예배를 가졌다. 1천여명에 달하는 신도는 동성로 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로 인해 시민 불편이 가중됐다. 또 이들은 대백 앞 무대에 설치된 퀴어축제 현수막에 오물을 투척하기도 했다.

어머니와 동성로를 찾은 이지나씨(34)는 “동성애에 대한 가치 판단을 떠나 반대쪽에서 맞불작전으로 동성로 일부를 가로막는 건 잘못됐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5시 퀴어퍼레이드가 시작되자, 보수단체 일부 회원들은 퍼레이드 차량 진행을 막기 위해 아예 도로 위에 드러눕기도 했다.

보수단체의 행동은 경찰에 의해 제지됐고, 퍼레이드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대백 앞 광장에서 출발한 퀴어 퍼레이드 행렬은 중앙네거리, 반월당네거리, 봉산문화회관까지 이어졌다. 보수단체 회원 역시 행진을 따라 다니며 곳곳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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