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 아들, 33년 만에 경찰관 도움으로 어머니 상봉

  • 입력 2015-07-30 13:44  |  수정 2015-07-30 13:44  |  발행일 2015-07-30 제1면
"3살 때 헤어진 어머니 얼굴 그립다" 진술에 경찰이 수소문

"얼마나 힘들었니. 내가 너를 찾았어야 했는데…. 모든 게 내 잘못이다."
 이달 28일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당직실. 무려 33년 만에 상봉한 어머니와 아들은 떨어져 산 세월을 이어 붙이기라도 하려는 듯 강하게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긴 세월 속에 두 사람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라졌다. 아들 김모(36)씨는 야간에 문이 열린 집을 털어 232만원을 챙긴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영어(囹圄)의 몸 신세였다.


 어머니 A(56)씨도 아들과 헤어지고서는 생계를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 50살이 넘는 나이에도 품삯을 받고 밭일을 하는 처지라 건강도 좋지 않은 상태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시작은 부모의 이혼이었다.
 김씨는 3살이었던 33년 전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가 양육하기로 하면서 어머니와 떨어지게 됐다.


 하지만 아버지는 김씨를 보살피지 않았다. 그는 부모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나이에 할머니와 고모와 함께 살며 눈칫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상황은 더 나빠졌다. 김씨는 할머니집에서 나왔다가 돌아가는 길을 잃어 보육원에서 생활하게 됐다. 부모가 모두 있었지만 졸지에 천애 고아 신세가 됐다.


 열악한 환경에서 사춘기를 맞은 김씨는 중학교 2학년 때 보육원에서조차 나왔다.


 당장 먹고 살 길이 없던 김씨는 물건을 훔치다 경찰에 잡혔고, 1년 6개월 동안 소년원에서 복역해야 했다.


 만약 몸을 의탁할 가족이 있었다면 훈방조치될 가능성도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출소한 김씨는 나름대로 착실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공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음식점에서 배달일을 하며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그러다 최근 일하던 중국음식점이 폐업하면서 실직했고 다시 일자리를 구할 길이 없었다.


 대출금 300만원의 이자와 생활비의 압박에 시달리던 김씨는 또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져 결국 지난 20일 체포됐다.
 김씨는 경찰에서 "가족이 있었다면 이런 처지까지는 오지 않았을 텐데 후회스럽다"며 "기억하지도 못하지만 그리운 어머니의 얼굴을 너무 보고 싶다"고 진술했다.

 

 김씨의 딱한 사연을 들은 강서경찰서 조수호 경위는 김씨의 어머니를 찾기로 했다.


 김씨의 제적등본을 토대로 먼저 어머니 A씨가 남쪽지방에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아들이 구속돼 있다는 소식에 A씨는 한걸음에 서울로 달려와 33년 만에 눈물겨운 상봉을 했다.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는 A씨의 사정 탓에 두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이었다.


 어머니 A씨는 "지금까지 아버지와 잘 살고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들이 힘들게 살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엄마라는 사람이 떳떳하게 돈이라도 많았으면 한 번 찾아가기라도 했을 텐데 그러지도 못해 상처받을까 봐 아들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빨리 죗값을 치르고 출소해 어머니를 부양하며 살고 싶다"며 고개를 떨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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