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 딱한 사정 듣고…상여멘 장태완 달서구의원

  • 김점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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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26   |  발행일 2015-08-26 제12면   |  수정 2015-08-26
92세 할머니 장례식서 봉사
시골마을 딱한 사정 듣고…상여멘 장태완 달서구의원
지난 21일 성주군의 한 농촌마을에 상여를 멘 마을 주민과 장태완 달서구의원(원 내)이 행진하고 있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요령잡이의 선창에 “어허~, 어허 아~”상여꾼들이 후렴을 하며 힘을 낸다. 4명씩 앞뒤로 8명이, 키가 작은 사람은 앞에 큰 사람은 뒤에 자리 잡고 발 맞추어 간다. 마을 어귀를 출발한 꽃상여는 마을을 지나고 도랑을 건너 들길을 따라 산을 오른다. 큰일이 생기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자녀들이 참석하여 조문(弔問)하고 꽃상여를 메고 산소에 잔디도 심고 일이 끝날 때까지 도와드린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존중과 배려, 애도는 우리 사회의 오랜 미덕이다.

의식구조와 삶의 방식이 바뀌고 가정의례준칙 등 여러 예절과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장례문화도 많이 변화되었다. 그래도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한 간절한 추모의 마음은 여전하고, 망자(亡者)에 대한 예의는 시대변화의 도도한 물결 속에서도 그 정신은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중한 일은 고향이 있기에 더 가능하지 않을까.

지난 21일 성주군의 한 작은 마을엔 올해로 92세를 맞은 할머니의 장례식이 있었다. 모두들 호상(好喪)이라고 말을 한다. 나름대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마을의 청년회는 상여꾼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여느 시골이나 그러하듯 이 마을도 역시 젊은 사람이 모두 도회지로 떠나다보니, 마을에 큰일(喪事)이 닥쳐도 상여를 멜 사람조차 없다.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이런 사정을 전해 듣고 봉사하기로 결심한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대구 달서구 용산동에 살고 있는 달서구의원 장태완씨(56)다. 장 의원에겐 상여를 언제 메어 보았는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상여를 메자마자 금세 온 몸은 비와 땀으로 범벅이 됐다. 장례가 끝나고 청년회에서 목욕비로 1인당 10만원을 지급했다. 장 의원은 받은 10만원을 오히려 청년회에 찬조했다.

그는 “사라져 가는 장례문화를 지키는 것은 좋으나 고향을 지키는 젊은이가 줄어들고 있어 힘을 보태기 위해 참여했다”면서 “앞으로 이런 어려운 일에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동참하겠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마을 주민들은 “상여를 메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인데 동참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한 사람의 힘이 참 귀하고 소중한데 우중에도 상여꾼이 되어 줘서 고맙다”고 입을 모았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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