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외로움까지 달랜 ‘한끼’였는데…

  • 이연정,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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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26 07:36  |  수정 2015-11-26 07:36  |  발행일 2015-11-26 제8면
북비산네거리 ‘사랑해밥차’
어제 마지막 무료급식 활동
봉사단체, 달서구로 옮길 듯
노인들 외로움까지 달랜 ‘한끼’였는데…
25일 비가 흩뿌리는 궂은 날씨 속에 대구시 서구 북비산네거리의 이동식 무료급식소를 찾은 지역 어르신들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무료급식을 하고 있다. 봉사단체인 <사>사랑해밥차가 6년간 계속 해오던 무료급식은 다른 공간을 찾지 못해 이날 급식을 끝으로 서구에서 운영이 중단됐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25일 오전 11시 대구 서구 북비산네거리 원고개시장 입구에는 왠지 모를 적막감이 맴돌았다. 뚝 떨어진 기온과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주변 분위기를 더 어둡게 했다.

이날 6년여간 매주 수요일 이곳에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해 온 ‘사랑해밥차’가 활동을 마무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시장 앞에 세워진 ‘사랑해밥차’ 차량 주변으로 어르신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궂은 날씨 탓인지 평소보다 모인 인원은 적었다.

오전 11시45분쯤 최영진 사랑해밥차 단장이 길게 줄을 선 어르신들 앞에 섰다. 그는 이들을 향해 “이제 이곳에서는 급식을 못하게 됐다. 그동안 오시느라 고생했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매주 무료 급식을 이용하던 어르신들은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복상씨(77)는 “나쁜 일도 아니고 급식도 서너 시간 만에 끝나는데 왜 못하게 하는지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갑년씨(82·서구 비산1동)는 “다른 데는 멀어서 가기도 힘들다. 말벗이 없는 우리는 이곳에서 얘기도 나누고 안부를 묻곤 하는데, 이제 나올 일도 없게 됐다”고 힘없이 말했다.

6년여간 밥차를 꾸려온 자원봉사자들도 아쉬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원봉사자 김미영씨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이 크고, 항상 오시는 분들이 안 보이면 걱정하곤 했다. 부득이하게 급식을 중단하게 돼 안타깝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인근 상인은 무료 급식 중단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한 상인은 “그동안 길바닥을 더럽히는 등 주변 상인들의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낙후된 동네라는 인식이 더 굳어질까봐 걱정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김모씨(48)는 “4년간 지켜봐왔는데 무료 급식이 이 일대의 젊은 층이 떠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인근 주민도 통행에 방해된다며 싫어하곤 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무료 급식을 이용한 노인은 200여명으로 집계됐다. 평소 인원(300여명)보다 훨씬 적은 수다. 낮 12시30분쯤 급식이 끝나자 어르신들은 최 단장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고는 자리를 떴다.

최 단장은 “이제 수요일에는 격주 토요일마다 활용하던 달서구 감삼동 푸른방송 별관 마당을 쓰려고 협의 중이다. 이 일대 어르신에게는 죄송하지만, 구청에서 제대로 된 장소를 마련해주지 않아 서구에서는 더 이상 운영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한편, 서구청은 북비산네거리 일대 ‘명품가로공원’ 조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부터 무료 급식업체의 활동을 중단시켰다. 이후 비산2·3동 서구건강증진센터 지하에 실내 무료 급식소를 마련, 지난 24일 운영을 했지만 수용 규모가 작은 탓에 사랑해밥차 측이 이곳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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