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자존심보다 자존감 강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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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30 08:09  |  수정 2015-11-30 08:09  |  발행일 2015-11-30 제18면
[밥상과 책상사이] 자존심보다 자존감 강한 아이

“선생님, 우리 아이는 자존심이 너무 강해 남에게 지고는 못 삽니다. 꾸중할 일이 있어도 따로 불러 다른 선생님도 모르게 조용히 타일러 주십시오. 아빠도 아이에게 못 이깁니다. 선생님께서도 힘드시겠지만 부탁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제가 학교에 왔다는 사실을 모르게 해 주세요. 죄송해요.” 묵묵히 듣고 있던 선생님이 어머니에게 물어 본다. “어머님도 자존심이 강한 편인가요?” “저도 그래요. 누가 제 자존심을 건드리면 그냥 넘어 가지 않아요.” 교육 현장에서 드물지 않게 오갈 수 있는 대화이다.

자존심(自尊心)과 자존감(自尊感)이라는 단어의 앞 두 음절, 자존(自尊)은 문자 그대로 ‘자신을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존심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주로 ‘타인과의 비교나 타인에 의한 평가’에서 나오고 자존감은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대화 속에 나오는 아이와 어머니는 남의 평가나 남들과의 비교에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 자존심이 강한 아이는 친구들이 놀리거나 같이 놀아주지 않을 때 견디지를 못해 때론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자존감이 강한 아이는 친구가 놀려도 처음에는 속이 상하지만 곧바로 친구를 괴롭히는 그 아이를 오히려 측은하게 생각한다. 자존심이 강한 아이는 다른 친구보다 시험을 잘 쳤는지 못 쳤는지에 민감하다. 자존감이 강한 아이는 결과보다는 공부하는 과정에 최선을 다했는지를 짚어본다. 성적이 안 좋아도 곧바로 툭 털고 일어나 더 좋아지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공부한다.

자존감이 높은 부모는 점수보다는 아이의 수고를 먼저 인정해주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는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원하는 성적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존감이 낮은 부모일수록 자녀들이 매사에 완벽해지기를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존감이 높은 부모는 완벽을 요구하거나 강요하기보다는 결과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마음을 열어놓고 남과의 공감대를 중시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고 비밀이 많다. 자존감이 높은 학생은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상대가 어려울 때 용기를 주고 격려하는 데서 기쁨을 얻는다.

최근에 1~2학년 때는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3학년 이 되어서 급격히 성적이 향상돼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학생과 그들의 부모님 몇 명과 면담을 했다. 이 학생들은 성적이 안 좋을 때도 다른 친구와 비교하며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모님들은 모의고사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았고 자녀가 먹는 음식에 보다 많은 정성을 기울였고 꾸준히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자존감이 높고 작은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누적한 학생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덜하고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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