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영화 향수에 젖다…재개봉 열풍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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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30 08:42  |  수정 2015-11-30 08:42  |  발행일 2015-11-30 제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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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재개봉해 박스오피스 Top10에 진입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한 장면.

추억의 영화들이 스크린에 소환되고 있다. 중·장년 관객의 향수를 자극하는 전설적 영화들의 잇단 선전으로 극장가에 재개봉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 것. 편수로 보나 흥행 성적으로 보나 주목할 만한 상황인 건 분명하다. 특히 재개봉 영화의 흥행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이터널 선샤인’은 지난 5일 재개봉된 이래 현재까지 박스 오피스 톱10 안에 드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극장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재개봉 열풍을 살펴본다.

◆ 시간을 초월한 벅찬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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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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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더 퓨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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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재개봉 영화의 포문을 연 건 ‘대부’(1972) 시리즈다. 2010년 5월 전국 16개관에서 재개봉해 2만7천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10월 전국 13개관에서 재개봉한 ‘대부2’(1974)는 1만9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후 2013년 2월과 4월에 차례로 재개봉한 ‘러브레터’(1995)와 ‘레옹’(1994)은 손익분기점인 2만명보다 두배 많은 각각 4만8천여명과 4만4천여명이 극장을 찾았다. 그 바통은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올드보이’(2003) 등 한국 영화뿐 아니라 ‘메멘토’(2000),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로 이어졌다.

올 상반기에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을 위시해 ‘모던 타임즈’(1936), ‘당산대형’(1971), ‘천녀유혼’(198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와 후반기 ‘아마데우스’(1984), ‘백 투 더 퓨처’(1985),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 등이 추억을 환기하고 싶은 관객들에게 특별한 선물로 다가왔다.


“추억 환기” “몰랐던 감정 이해”
‘이터널 선샤인’ 22만여명 관람
10년 전 관객 넘고 Top10 진입

중년층 VOD 이용률 40% 증가
배급사도 수입 시장 뛰어들어


흥미로운 결과도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2008년 개봉해 1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경우, 재개봉 후 5만7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2008년 국내에서 처음 개봉했을 때보다 빠른 속도의 관객 스코어로 지난 7년간 TV와 VOD 서비스 등을 통해 이미 많은 대중이 영화를 접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터널 선샤인’ 은 한 술 더떠 2005년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17만2천700명)를 뛰어넘는 22만명(26일 현재)의 관객을 불러모아 재개봉 영화 사상 최초의 기록을 달성했다. 단독 개봉관과 다양성 영화 규모로 재개봉한 영화로는 이례적이다.

수입사 관계자들은 재개봉 열풍의 주요 원인으로 중·장년층 관객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점을 꼽는다. 이는 2차 베이비붐(1968~74년생) 세대가 대중문화 상품, 이를테면 영화·뮤지컬·음악 시장에서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은 사회적 현상과 무관치 않다. 흥행 열기의 중심에는 SNS를 통한 입소문도 한몫했다. 특히 상영관이 제한적인 재개봉 영화 특성상 영화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창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재개봉 영화를 접한 관객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이터널 선샤인’을 관람한 한 중년 관객은 “그때 봤을 때는 몰랐던 감정들을 이번에 다시 보고 느낄 수 있었다”라고 전하는가 하면, 영화를 처음 접한 관객 역시 “왜 역대 최고의 영화라고 하는지 그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부가판권시장과의 동반성장

사실 재개봉 영화는 마케팅하는 데 있어서 수월한 측면이 있다. 과거 ‘시네마천국’을 수입한 그린나래미디어의 한 관계자는 “워낙 잘 알려진 영화라 일단 마케팅하기가 쉽다”며 “다만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로 포지셔닝해서 영화를 보지 못한 세대들과 충분히 소통 가능한 방향으로 기획하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다른 수입사 관계자들 역시 “영화의 인지도가 높아도 영화를 잘 모르는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현재 트렌드에 맞게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재개봉 영화가 환영을 받는 건 아니다. 같은 재개봉 영화라도 첫 개봉 때의 흥행성적이나 인지도에 따라 관객과 극장의 호불호가 달라진다. 특히 제작연도가 오래된 작품은 아무래도 극장 상영 순서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CGV 아트하우스의 한 관계자는 “극장으로선 화제성과 작품성, 그리고 대중성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첫 개봉 때 크게 흥행한 작품이 아니라면 먼저 기획전으로 묶어 관객의 반응부터 살펴본다”고 말했다.

재개봉 영화의 미래를 극장이 아닌 부가판권시장에서 찾는 수입사들도 많다. 최근 몇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부가판권시장에서의 수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업계에 따르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2천853만가구 중 디지털 가입자는 75.4%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율은 지난 9월 기준 51.7%를 기록했고, 가입자 수는 1천453만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위성방송과 IPTV를 합한 수치다. 상대적으로 낮았던 VOD 이용률도 40%로 상승하면서 전체 VOD 이용자 수는 300만명을 돌파했다. 케이블TV VOD의 한 관계자는 “케이블TV 이용자의 디지털 전환율과 VOD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VOD 이용자 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료 VOD 영화의 주이용자는 안정적인 소득원이 있고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30∼40대 기혼자다. 이들은 수입업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재개봉 영화의 주요 타깃층이기도 하다. 이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는 일단 줄거리가 재미있고, 극장 흥행에 성공했으며, 추천인이 많은 영화다. 이 역시 현재 재개봉 중인, 또 재개봉 예정 중인 영화의 성격과 일치한다.

부가판권시장이 성장하면서 수입사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덩달아 편당 수입 가격도 올랐다. 이에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수입사들은 더 많은 작품을 구입하는 실정이다. 여러 작품을 패키지로 계약하기를 선호하는 부가판권시장의 성향 때문이다. 한 수입사 관계자는 “최근 수입가가 서너 배 이상 뛴 것 같다”며 “게다가 작품 편수까지 많아지다보니 극장 잡기가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부가판권시장이 하나의 수익모델로 가능성을 보이면서 대기업 투자배급사나 직배사들까지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열풍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칠지, 하나의 시장을 형성할지는 좀더 지켜 볼 일이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올해 재개봉 영화 관객 현황 (26일 기준)
영화명(개봉 연도) 관객 수
이터널 선샤인(2005) 22만명 돌파
말할 수 없는 비밀(2008) 5만7천여명
백 투더 퓨처(1985) 2만6천여명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 1만2천여명
아마데우스(1984) 1만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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