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구광역경제권 시대 .4] 상생사업 통합행정지원체계 필요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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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02   |  발행일 2016-02-02 제6면   |  수정 2016-02-02
법적 위상 갖춘 ‘광역조합’ 생겨야 대·경 상생효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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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열린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의 하반기 정기총회 모습. <대구시 제공>

메가시티(Megacity)를 표방하는 대구광역경제권 구축은 대구경북 상생협력 기조의 틀 속에서 태동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해도 양 지자체의 행정적·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면 공수표 남발에 그칠 수 있다. 실제 상생협력과정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적잖다. ‘대구경북 한뿌리상생위원회’라는 조직 내 소수 인력만이 상생협력, 공존공생이라는 대의(大義)를 좇고 있는 모양새다. 실질적 협력관계에 무게를 둔 대구광역경제권은 ‘광역조합’ 같은 법적 위상을 갖춘 조직이 생겨야 비로소 날개를 달 수 있다. 교류협력증진 사업에 필요한 이른바 상생협력기금도 조성돼 있지 않다. 말로만 하는 상생협력은 이제 끝내고 실천의지를 확고하게 다져야 할 때다.

◇ 대구광역경제권 구축의 모태인 대구경북경제통합

대구광역경제권의 출발은 대구경북 경제통합추진위원회다. 2006년 7월 발족했다. 대구경북 상생협력의 1기가 출범한 셈이다. 당시 산·학·연이 함께한 전국 최초의 자생적 상생협력모델로 주목받았다. 2008년 MB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지역개발정책인 5+2 광역경제권 정책이 추진됐고, 그 결과 2009년 11월 대경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가 출범했다. 그 이전 대구경북경제통합 추진업무는 자연스레 광역경제발전위원회로 이관됐다. 이후 박근혜정부 초기에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개정되면서 대경권광역위는 폐지돼 업무가 중단됐다. 대구경북 상생협력에도 한동안 암흑기가 찾아왔다.


◇ 한뿌리상생委 위상
한시 운영…상주인력은 4명뿐
지자체간 업무 조율 속수무책
국방신뢰성센터 타지 넘긴 꼴

◇ 광역조합이 대안
법인체 성격 조직구성 급선무
상생기금 등 재원확보도 필요
지리산권개발조합 벤치마킹을


절치부심 민선 6기체제로 접어들면서 ‘대구경북 한 뿌리론’이 대두됐고 다시 협력사업이 활기를 되찾았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2014년 10~11월 잇따라 한뿌리 상생협력 추진조례를 제정해 곧바로 한뿌리상생추진위원회(행정협의회 일종)가 출범됐다. 현재 29개의 협력과제가 양 지자체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져 있다.

이렇듯 대구경북의 상생협력은 경제통합추진위, 광역경제발전위, 한뿌리상생위를 거치면서 근 10년간 지속돼 왔다. 대구경북이 나서면 늘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상생협력이 마치 하나의 전통처럼 굳어졌다.

기대만큼 성과도 적지 않았다. 2007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해 2011년 성공리에 개최했다.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지정(2008년),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2009년), 대구경북 세계물포럼 성공개최도 빼놓을 수 없는 협력의 산물이다. 특히 한뿌리상생위에선 팔공산 둘레길 조성, 2016 중국인 대구경북방문의 해 사업, 대구권(구미~대구~경산) 광역철도망,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연장, 도청이전 특별법 개정을 야심차게 추진했다.

◇ 대의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조직

대구경북의 상생의지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다소 우려감이 앞선다.

우선 협력기구의 법적 위상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현재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한뿌리상생위는 지자체장의 의지 및 정치환경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다. 실무를 담당할 한뿌리상생위 사무국의 상주인력은 사무국장·팀장 각 1명, 사무요원 2명이 고작이다. 예산도 대구시와 경북도가 각 1억원씩만 편성했다. 물론 공동위원장(대구시 행정부시장, 경북도 행정부지사)을 주축으로 40명으로 구성된 전체위원회는 있다. 하지만 1년에 2번 총회를 열어 사업과제를 의결하는 게 전부다. 관리수준에만 머물러 있고, 사업기획 및 해당 지자체 업무조율에는 속수무책이다.

일례로 구미가 먼저 뛰어든 국방신뢰성시험센터유치 사업은 대구(달성군)가 뒤늦게 뛰어들면서 과열양상을 띠었다. 한 뿌리 지자체가 아웅다웅하다 이 사업은 결국 대전시로 넘어갔다. 상생을 외치던 대구와 경북이 정작 중요한 현안에선 실익관계를 따지다가 낭패를 본 대표적인 경우다.

대구와 경북이 지금처럼 장기발전계획을 별도 추진하면 또 다시 이같은 우를 범할 수 있다. 통합장기발전계획수립이 그래서 중요하다. 도청 신청사 이전을 계기로 대두되고 있는 ‘더 큰 상생협력’도 통합발전계획이 마련된 상태에서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그나마 한뿌리상생위는 올해부터 실무업무 강화차원에서 경제산업, 문화관광 및 일반협력, 환경·SOC 등 3~4개의 분과위원회를 별도 구성키로 했다. 분야별 상생협력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대안도 찾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보다 온전한 형태의 상생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법인체 성격을 띤 조직구성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거론되는 게 가칭 ‘대구경북광역행정조합’(이하 광역조합)이다. 광역조합은 일정 부분 대구와 경북의 광역행정업무를 위임받을 수 있는 조직이다. 광역조합구성은 지방자치법에도 그 근거가 적시돼 있다. 광역조합이 한뿌리상생위를 계승하되 차후 실질적 이해 당사자인 기초지자체를 포함시키는 것이 합리적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 국내 광역조합의 운영사례는

광역조합의 운영형태는 수도권교통본부와 지리산권 관광개발조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도권교통본부는 서울시·인천시·경기도가 의기투합해 결성했다. ‘수도권 주민이 사랑하는 광역교통중심 기관’을 비전으로 내걸었다. 버스환승, 통합요금제, 도로·철도구축, 행정 및 재정체계 확립이 주된 업무다. 지자체 간부공무원이 돌아가며 본부장을 맡고 산하에 기획조정부, 시설부를 두고 있다. 인력은 50여명이다. 2005년 2월 정부로부터 수도권교통조합 설립승인을 받았다. 구미~대구~경산 간 대구권광역철도망 구축을 하며 운영주체, 통합요금적용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대구시가 면밀히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은 지리산권의 발전 잠재력을 활용해 연계통합형 관광상품을 개발하자는 취지에서 결성됐다. 조합역량을 모아 상설기구를 설립했고, 정부차원의 지원도 이끌어내겠다는 의중이 깔려 있다. 2009년 5월에 정부승인을 받았다. 전남·전북·경남 등 3개 광역 지자체외에 남원, 장수, 곡성, 구례, 하동, 산청, 밀양 등 7개 시·군이 뜻을 같이했다. 1998년 지리산권 자치단체장협의회 결성이 시발이 됐고 2006년 지리산권 광역관광개발계획을 확정하면서 마침내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특히 자치단체 간의 불필요한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낭비를 없애 관광개발사업의 집중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상생협력기금 조성도 광역조합 활성화의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용가능한 ‘자주재원’을 확보하는 것 또한 위상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주축이 돼 기금을 조성하되 점차적으로 실질적 협력 대상인 기초자치단체에 비용을 분담시키는 방안이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영호남 협력사업을 위한 동서교류협력기금은 현재 30억원이 조성됐다. 예금이자수익으로 각종 협력사업을 진행중이다.

권용석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는 “대구광역경제권 구축이 보다 힘을 받으려면 대구경북 간 통합발전계획이 먼저 마련된 후 광역조합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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