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샘의 밑줄 쫙] 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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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05   |  발행일 2016-02-05 제43면   |  수정 2016-04-19
20160205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하는 설입니다. 전 국민이 움직이는 탓에 도로 곳곳은 온통 차량으로 가득하고 집에는 맛난 음식으로 가득하고 우리 마음은 즐거움이 가득한 설날의 풍경을 과연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요?

전 국민이 움직이기는 한데, 가족을 찾아 고향으로 움직이는 행렬 못지 않게 해외여행을 위해 공항으로 몰려드는 인파 때문에 ‘항공권은 이미 매진이라고 전해라~’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이고, 집집마다 굽고 튀기는 음식 냄새가 온동네를 진동하던 풍경은 이젠 점점 사라지고 있고, 새 옷 사서 머리맡에 두고 자던 아이처럼 마냥 설레기만 하던 마음은 어려운 경기에 명절을 보내야 하는 부담으로 가득하기만 합니다.

마치 회사에 출근해서 출근카드 찍듯 부모님께 인사만 드리고, 정체 때문이라는 핑계로 휑하니 돌아서는 자식들이 대부분이고, 그나마도 힘드니 자식 대신 부모님께서 역귀성을 하는 모습은 이미 오래된 일이 됐습니다.

겉으로는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는 명절이지만 속으로는 ‘이 노무 명절, 누가 만들었노!’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아진다고 느껴지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논두렁이나 동네 언덕에서 연날리는 모습은 이젠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됐고, 그 대신 아파트 주차장에서 드론을 날리고 있습니다. 오만원권의 등장으로 새뱃돈으로 천원짜리나 만원짜리를 주는 어른도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고마운 존재가 아닙니다. 모든 것이 풍족해진 탓에 설 명절이 주는 고마움을 이제는 느낄 수가 없게 됐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변한다 해도 적어도 일년에 두 번 있는 명절만큼은 가족끼리 함께 웃고 정을 나누는 시간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모이기만 하는 게 전부가 아니고 모여서 무얼 하며 어떻게 시간을 보낼 건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할아버지와 손주가 서로 마주보고 “아이고, 김 사장~ 반갑구만, 반가워요~”라고 ‘응팔’식 인사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혹시라도 누군가가 이렇게 인사를 건넬 수도 있으니 당황하지 말고 웃으면서 받아주시고, 내가 먼저 이렇게 인사를 건네본다면 그로 인해 한번 더 웃을 수 있지 않을까요?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본래의 의미를 잊고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의 소중한 명절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번 설은 모처럼 집집마다 웃음꽃이 활짝 피는 그런 명절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방송인·대경대 방송MC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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