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작심칠일 행정’…할랄사업 포기

  • 박광일
  • |
  • 입력 2016-02-12 07:41  |  수정 2016-02-12 07:41  |  발행일 2016-02-12 제10면
육성사업계획 발표 일주일 만에
시민 반대여론 이유로 철회결정
무슬림식품 수출지원 동력 잃어
지역발전위 공모사업도 불이익

대구시가 무슬림 시장 개척을 위해 추진하려던 ‘한국형 할랄 6차산업 육성사업’(이하 할랄 육성사업)을 돌연 철회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업 계획을 발표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손바닥 뒤집듯 번복해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대구시는 할랄 육성사업을 시민 공감대 형성 부족 등의 이유로 철회한다고 11일 밝혔다. 할랄 육성사업은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의 공모에 선정된 사업이다. 시는 중구와 동구, 달서구, 군위군, 칠곡군 및 대구테크노파크 바이오헬스융합센터 등 6개 기관과 함께 할랄 인증을 통한 지역 생산품 수출 지원 및 동남아 관광객 유치 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국비를 지원받아 올해부터 3년간 단계적으로 진행할 심산이었던 것.

하지만 지난 4일 공모사업 선정 결과 발표 이후 반대 여론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사업을 접기로 했다. 실제 지난 10일까지 대구시 달구벌콜센터와 시청 홈페이지 게시판,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청원 게시판 등을 통해 2만4천여 건의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주로 ‘IS 등 테러집단이 들어와 시민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무슬림이 몰려오면 여성을 천시하는 이슬람 관습 때문에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는 등의 근거없는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일각에선 대구시가 급작스레 사업을 철회한 것을 놓고, 섣부른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충분한 검토와 설득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업을 너무 쉽게 포기했다는 것.

시와 함께 사업을 추진한 기관의 한 관계자는 “대구시의 할랄 육성사업은 전북 익산의 할랄식품 단지 조성과는 달리 지역 식품업체의 수출지원이 주된 목적이라서 무슬림 유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설득을 해보려는 노력도 없이 손바닥 뒤집듯 지자체의 행정을 뒤집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시의 할랄 육성사업 계획은 △경북 군위군에서 소량 다품종 농산물을 생산(1차 산업) △칠곡 제조시설을 활용해 할랄식품을 가공(2차 산업) △대구에서 할랄제품 인증 및 수출을 지원(3차 산업)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한국형 할랄 6차산업’은 1차 산업과 2차 산업, 3차 산업의 융합(1+2+3=6)을 통한 할랄산업 육성을 뜻한다.

대구시가 할랄 육성사업을 통해 추진하려 했던 동남아 관광객 유치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한국형 할랄 한식당 개설과 공항·호텔 등의 기도실 및 세정실 설치, 할랄제품 쇼핑점 개설 등의 계획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 지역의 섬유패션 산업의 장점을 살려 기능성 패션 히잡 등 할랄 뷰티제품을 개발하려 했던 계획도 추진 동력을 잃게 된 셈이다.

향후 대구시의 지역발전위원회 공모사업 신청 시의 불이익도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기관 관계자는 “사업을 한 번 철회한 전력이 있는 자치단체에 누가 또다시 사업을 주겠느냐”며 “이제 대구시는 지역발전위원회 공모사업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풍영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시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다. 주민 정서를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할 경우 갈등 관리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사업 참여 기관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