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은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6-03-11   |  발행일 2016-03-11 제22면   |  수정 2016-03-11
20160311

도시 재개발·재생 문제점은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기존 주민에 안돌아가는 것
저소득층도 과실을 누리게
사전에 제도적인 대처 필요

최근들어 언론 등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단어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는 1964년 영국 지리학자인 글라스의 연구 ‘London: Aspects of Change’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글라스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저소득 근로자층의 주거 근린이 중산층에 의해 대체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하였으며, 오래된 주택과 근린의 재생을 수반하지 않는 재개발(redevelopment)과는 개념적으로 구분하였다. 즉 도심내의 역학 변화로 새로운 고소득자들이 도심내로 유입되면서 주거비용을 상승시키고 이로 인해 기존에 거주하던,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사람들을 외곽지역으로 밀어내는 현상을 말한다.

도시재개발이나 도시재생과정에서 이러한 현상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의 한 측면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기 어려운 것은 이같은 현상의 피해자들이 대부분 중하위계층의 소득층이나 사회적경제와 같은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겪게 되는 피해가 크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혹자는 도시가 재생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거주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치고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기 때문에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기에만은 애매한 점이 상당히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대부분의 경우는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창출되더라도 대부분 그러한 기회가 기존의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가장 먼저 벌어지고 있는 곳은 서울의 홍대 앞거리와 삼청동·경리단길·가로수길, 그리고 부산 광복로 등이다. 그런데 최근들어서는 이런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대구도 예외는 아니다. 지역 곳곳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중구에 있는 방천시장과 김광석길, 그리고 북성로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지역은 도시재생과 사회적경제가 싹이 트면서 많은 시민이 북적이는 사랑받는 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지역에서는 물론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몰리게 되니 자연적으로 임차료가 치솟게 되고 높은 임차료 때문에 기존에 활동하던 사람들은 작업공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북성로에서 이제 막 날갯짓을 하고 있는 소셜벤처 젊은이들은 벌써부터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더욱 열악한 지역으로 내몰리고 있고, 아직은 그 상황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던 기존의 상인과 청년들이 속수무책으로 자본의 힘에 의해 밀려날 형국에 직면하고 있다. 한마디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동네를 널리 알리고 새롭게 변모시키고 나니 밀려나는 꼴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를 극복하고 지역이 새로운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먼저 도시재생이나 사회적경제를 통한 공동체의 부활 등으로 인해 도심내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면 그 과실이 저소득계층에까지 두루 이어지도록 하는 정책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서울의 성동구와 같이 조례를 통해 사전적으로 예방하는 조치도 필요할 것이다.

대구시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곳은 사전에 조사하여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해야만 한다.
박상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