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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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30 08:50  |  수정 2016-04-30 08:51  |  발행일 2016-04-30 제22면
“일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지만 정치는 좀 다른 것 같다”
20160430
20대 총선 새누리당 후보로 ‘대구 수성구을’에 출마해 고배를 마신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가 지난 26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대학 출신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낙선해 지역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말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지난 26일 대구시 수성구 황금네거리 인근 20대 총선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56)의 얼굴은 예상보다는 어둡지 않았다. 여성으로서 대구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여운이 남아있긴 했지만 크지는 않아 보였다.

◆“옥새파동·가처분신청 겹쳐 민심 돌아서”

‘어떻게 지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제(25일)까지 선거 회계처리하면서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에게 인사하러 다니느라 바쁘게 보내고 있다”고 했다. 전통시장을 찾아 고마움의 인사를 하고 있다는 이 전 부지사는 “수성구을(乙) 주민들을 만나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며 “이에 주민들은 ‘옥새파동’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던데다 시간이 너무 모자라 안됐다. 다음에 꼭 되자는 말씀을 많이들 하신다”고 전했다.

그는 새누리당 공천이전부터 이번 선거에 많은 도움을 주고 고생한 분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고 직접 찾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있다고 했다.


14년을 수성구에 살았는데도
2주밖에 살지 않았다는 음해성 루머
이인선을 알리기에 13일은 부족했다

지역구 옮기고 선거운동 힘들었지만
저를 지지해준 많은 사람에게 감사

일에만 싸여 살다보니 스킨십이 부족

대구는 女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인데
이번 선거에 한명도 당선 안된 건 문제
여성 우선추천 조기 결정 등 배려해야



선거 패인에 대해서는 “시간이 너무 촉박한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의 옥새파동에다, 상대후보였던 주호영 의원의 새누리당 여성우선추천지역 선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으로 후보등록 마지막에 당 조직이 크게 흔들리면서 당심은 물론, 민심까지 주 의원에게 쏠리게 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당 조직이 하나도 없이 선거를 치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원들에 대한 자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12년간 조직관리를 꾸준히 한 무소속 후보와의 싸움은 여당 후보지만 야당 후보나 마찬가지였다”며 “결정적인 것은 옥새파동과 가처분신청이 동시에 터지면서 새누리당 무공천지역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돌아 표심이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이 전 부지사도 새누리당이 대구시민의 민심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그러면서 선거공보물 발송 이후 이인선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려지면서 인지도가 높아지기 시작했지만, 역시 문제는 짧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3월25일 후보 등록 후 3월30일 개소식을 가졌으니까 선거일까지 정확히 13일밖에 남지 않았더라”며 “19대 때 대구에서 당선된 의원만 해도 최소한 25~30일 전에는 지역구를 정해 내려와 있으니까, 이번에는 얼마나 시간이 부족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의 ‘대구는 공천=당선’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이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하려면 일찌감치 결정을 하든지, 여성이 바닥을 다져 놓은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새누리당이 장애인·청년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했지만 역시 새누리당 후보(양명모 전 대구시의원)가 낙선한 ‘대구 북구을’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

◆“지역 젊은이들에게 희망 주지 못해 아쉬워”

예비후보등록 시작 전부터 3개월 이상 활동하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가 1위에 랭크됐던 ‘대구 중구-남구’에서의 선전에 대해서는 “중구에서 중·고교를 졸업했고, 남편의 병원이 있는 데다 시댁도 그쪽이어서 당조직보다는 인연이 있는 분들이 많은 것 때문에 큰 도움이 됐다”며 “지금도 그분들은 지역구를 옮긴 것에 대해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고 했다.

제대로 된 상향식 공천이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상향식공천이라는 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후보등록을 앞두고 마지막에는 전국적으로 사실상 전략공천이 됐다”며 “특히 ‘수성구을’이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정해진 뒤 내가 경쟁력 있는 후보로 거론되고 또 지역구를 옮겨가야 된다는 당쪽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여성우선추천 후보라는 대의명분을 거절할 수 없었다. 공적인 책무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선거 과정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는 “14년을 수성구에서 살았는데도, 2주밖에 살지 않았다는 등의 음해성 루머가 나돌았을 때 많이 힘들었지만,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며 “가장 아쉽다면 3선 같은 초선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주민들에게 심어주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출신으로 열심히 노력했고, 지방대학 출신으로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지역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 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50년 이상 세상을 살면서 항상 가는 자리마다 중요한 업무가 주어졌다.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때 보람을 느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란 말처럼 어디에 가건 어느 자리에서든지 주인의식을 갖고 전력을 다하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여성 지역구 당선자 새누리 6명·더민주 17명”

이 전 부지사는 새누리당의 여성후보에 대한 관심 부족도 다음 선거부터는 개선해야 할 대목으로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20대 총선에서 여성후보 6명이 당선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여성후보 17명이 당선돼 새누리당의 3배에 가까웠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 2명과 정의당 1명을 포함해 모두 26명이 당선되면서 여성 당선자 규모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그는 “야당의 경우 DJ(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이희호 여사가 여성후보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며 기회를 줬지만, 새누리당은 반대였다”면서 “새누리당 여성 당원들이 지역구 30% 공천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현실적으로는 6.5%에 불과했고 결과는 더욱 나쁘게 됐다. 더욱이 대구는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임에도 20대 총선 여성 당선자가 단 한명도 나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부지사는 “여성 신인이어서 20%의 가산점이 있었지만, 여성우선추천지역 후보가 되면서 써보지도 못한 꼴이 됐다”며 “더 큰 정치를 위해서는 여성후보에 대한 배려는 없더라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토양은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행보를 묻는 질문에 이 전 부지사는 “우선 좀 쉬어야겠다. 생각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 일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정치는 좀 다른 것 같다”며 “다시 일로 돌아갈 것인지, 정치를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겠다. 정치는 4차공학적이라 일과 정치를 병행할 것인지, 한쪽으로만 갈 것인지 많이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일에만 싸여 살다보니 많은 분들과 스킨십이 약했던 것 같다. 앞으로는 사람들과의 대화시간도 늘리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반성도 했다”며 “여성을 떠나 지역일꾼으로 지역민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모두 지역민을 위한 자리로 돌아갔으면 한다. 모두가 지역을 보살폈으면 한다. 더 이상의 편가르기가 없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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