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437] 隧 (길 수)…언덕과 언덕의 사이에 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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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02   |  발행일 2016-05-02 제30면   |  수정 2016-05-02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437]  隧 (길 수)…언덕과 언덕의 사이에 난 길

언덕과 언덕 사이에 있는 좁다란 길은 좁거나 넓거나 간에 곳곳에 많다. 그중 우리가 지금까지 많은 자손들을 낳아 자손의 번영을 이룬 본디의 고향을 흔히 관향(貫鄕)이라 말하는데 대부분 이들 관향은 언덕과 언덕 사이에 난 좁은 길이 있는 곳이 태반이다. 왜냐하면 본디 먼 조상들은 대개가 사냥을 주업으로 하여 삶을 영위해 왔거나 농업을 생업으로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좌우 양쪽으로 산의 보호를 받고 그 안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편리했다.

그렇기에 먼 옛날 원시공동체를 제외하고는 남녀의 결혼 풍속도 달랐다. 혼음을 벗어나 산 하나를 넘어 다른 성씨가 모여 사는 딴 마을로 시집을 갔으며, 시집 간 처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일가의 화목과 공동생활의 화합을 위해 가끔 음식을 차려놓고 좌우로 나누어 앉아 이른바 향음례(鄕飮禮)를 치렀다.

향음례란 같은 씨족사회 안에서 같이 생활하는 혈족끼리 우애를 돈독히 하고 나름대로 원활한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서로가 지켜야 할 규약을 만들어 이를 점검하며 이른바 ‘숭조목종(崇祖穆宗)’을 다지는 마을의 준엄한 행사였다. 그래서 나온 글자가 곧 고향을 뜻하는 글자로 ‘鄕’인데 이 글자는 바로 음식을 차려놓고 좌우로 노소가 나눠앉아 다정하게 마시고 먹는 향음례에서 유래됐다.

잔치도 음식이 없으면 안 된다. 그래서 ‘鄕’에 ‘食’을 붙여 ‘饗(잔치 향)’을 쓴 것이다. 여자의 소리나 춤이 없어도 또한 싱거운 잔치일 뿐이라 ‘宴(잔치 연)’도 또한 잔치라는 말이다.

차가운 겨울이 다 지나고 새 봄이 돌아오면 누구나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아 잔치를 베푼다. 이때 잔치는 음식을 장만하여 베풀고 덕담을 나누는 것으로 대개는 ‘饗’에 그치지만 크게는 ‘宴’까지 베풀어 희망찬 새해를 다짐하기도 하였다.

모든 사물 중에서 유형한 것들은 다 형체가 있기 마련이요, 형체가 있는 이상 그에 따른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이때 그림자는 거의 본체보다는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빛이 밝으면 그 비치는 그림자는 본체보다 크기 때문에 ‘影(그림자 영)’이라 하였다.

또 형체가 있으면 반드시 색이 있고 또한 소리도 있다. 소리는 또 퍼져 나가는 그곳에서 뻗어가는 메아리가 있는 법이다. 즉 산과 산 사이에 메아리는 반드시 반사되어 그림자마냥 커지는 것이니 이때의 메아리를 ‘響(메아리 향)’이라 한다. 그래서 ‘영향(影響)’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즉 영향이란 본체가 비쳐진 그림자와 소리에서 퍼진 메아리를 말한다.

굳이 본체를 보려고 노력하지만 말고, 또는 본색을 들어 확인하려 들지 마라. 그림자만 잘 보아도 본체를 짐작할 수 있고, 메아리만 잘 음미할지라도 본색이 무엇인지를 대강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왕은 밥상을 홀로 받는 법이다. 그러나 왕 아래 정승은 음식을 차려두고 좌우로 신하를 앉히고 오순도순 먹기 때문에 ‘卿(높은어른 경)’인 것이다. 즉 봉우리는 하나다. 그 밑은 여럿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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