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클랜·다이버전트 시리즈: 얼리전트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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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3   |  발행일 2016-05-13 제41면   |  수정 2016-05-13

클랜
“뭘 상상하든 그 이상!”…평범한 가족의 무서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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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독재정권의 몰락과 함께 민주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1980년대 초반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살고 있는 전직 군 정보원 출신의 아르키메데스 푸치오(길예르모 프란셀라)는 모범적인 중산층 가장이다. 교직에 몸담고 있는 아내 에피파냐(릴리 포포비크)와 슈퍼스타 럭비 선수인 장남 알렉스(피터란자니)를 포함해 3남 2녀가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푸치오 가족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 마치 범죄 조직의 구성원처럼 부유층 인사를 납치하고, 피해자 가족들을 협박해 뜯어낸 몸값으로 자신들의 부를 축적해왔던 것. 문제는 이들이 납치에만 그치지 않고 살인까지 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알렉스는 차츰 이 일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다.


80년대 독재 몰락과 민주화 맞물린 아르헨티나
중산층 일가족이 벌인 납치·살인 등 범죄 실화
결말 더 충격적…제72회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클랜’은 아르헨티나 마지막 군부독재 시대를 배경으로 발생한 희대의 일가족 범죄 실화를 다뤘다. 당시 영국과의 포클랜드 전쟁에서 패한 아르헨티나는 민주화에 힘이 실리면서 독재정권이 몰락했고, 여기에 몸담고 있던 사람들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했다. 그런 그들이 일종의 사업으로 생각해 낸 게 부유층을 상대로 한 납치와 살인이다. ‘클랜’은 당시 아르헨티나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던 푸치오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20세기 아르헨티나의 혼란스러웠던 사회상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믿을 수 없다.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도와줄 것이 없는지 먼저 묻고 챙겨주었는데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당시 한 언론에 실린 푸치오 가족에 대한 이웃의 증언이다.

매일 아침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앞을 청소하며 따뜻한 인사를 건넨 이웃이자, 딸의 수학 문제를 봐주던 자상한 아버지였던 아르키메데스를 떠올린다면 그의 범죄행각을 쉽게 상상할 수 없다. 장래가 총망되는 럭비 선수였던 알렉스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버지의 든든한 조력자를 자처하며 그 대가로 받은 돈으로 개인사업을 꾸려왔다.

카메라는 시종 다정한 이웃으로 가장한 채 악랄한 범죄를 일삼는 푸치오 가족의 지독한 이중성에 주목한다. 겉으로 보이는 단란했던 중산층 가정의 모습 이면에 숨겨진 극악무도한 범죄행위의 주체로서의 끔찍한 그들의 실체이다. 무엇보다 집안에 인질을 감금해놓고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영위해 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치를 떨게 만든다. 사실 푸치오 가족 사건은 아르헨티나 독재정부가 집권했던 시절에 일어난 끔찍한 일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1976년 들어선 군사정권은 독재를 반대하는 3만여명의 사람들을 납치, 고문, 실종에 이르게 만들었다.

전통적 의미에서의 가족을 뜻하는 ‘클랜’이 이처럼 범죄로 얼룩지고 변질될 수도 있음을 영화는 푸치오 가족을 통해 역설적으로 대변한다. 분명한 건 이러한 뒤틀린 가족주의는 절대 견고할 수 없다는 점이다. 푸치오 가족의 균열 역시 대중적 인기와 신뢰로 가족을 보호해왔던 알렉스의 뒤늦은 후회와 반성에서 기인했다. 그래서 이 영화의 결말이 더욱 충격적이고 아프다.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다.(장르:스릴러 등급:15세 관람가)


다이버전트 시리즈: 얼리전트
“완벽하지 않은 인류 필요없다”는 세력과 생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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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러다이트의 절대권력인 제닌을 제거함으로써 5개의 분파는 이제 과거의 유산이 된다. 하지만 분파초월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트리스(쉐일린 우들리)는 또 다른 목표를 세운다. 바로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한 거대한 벽을 넘어 또 다른 세계를 만나려는 것이다. 트리스의 생각에 포(테오 제임스)와 케일럽(안셀 엘고트), 크리스티나(조 크라비츠), 피터(마일즈 텔러) 등이 뜻을 함께하기로 한다. 이에 포의 어머니이자 새로운 지도자가 된 에블린(나오미 왓츠)이 그들을 막아보려 하지만 실패한다.

‘다이버전트 시리즈: 얼리전트’(이하 얼리전트)는 베로니카 로스의 3부작 소설 셋째 이야기(얼리전트는 1, 2부로 나뉜다)를 영화화했다. 장벽 너머의 새로운 세계와 마주한 트리스와 동료들의 또 다른 여정이다. 기존 SF 장르와 차별화된 ‘다이버전트’ 시리즈만의 매력이라면 인류를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진 다섯개의 분파로 나눠, 이들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채 균형을 맞추며 살아간다는 설정이었다. 특히 디스토피아를 다룬 일련의 영화들과 궤를 달리하는 이상적 세계관은 묘한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베로니카 로스의 3부작 소설 셋째이야기 영화화
장벽 너머 인류 감시하는 미래세계 존재 설정 흥미
6만㎡ 세트장서 벌이는 강력한 액션과 스릴 눈길



하지만 ‘얼리전트’는 시리즈의 정수를 거세한 채 출발한다. 대신 진실을 숨긴 채 인류를 통제하려는 또 다른 감시자들을 등장시켜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인 디스토피아 세계를 구축함으로써 독창적인 상상력과 미적 감성이 결합된 흥미로운 미래세계를 창조했다. 일단 눈길을 끄는 건 목숨을 걸고 탈출에 성공한 트리스와 포 일행이 처음 맞닥뜨린 세상이다. 온통 붉은 색으로 뒤덮인 이곳은 생명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척박한 오염지대로 마치 지옥도를 연상케 한다. 반면 이들이 최종적으로 도달한 유전 복지국은 첨단기술이 조화를 이룬 쾌적한 미래세계로 오염지대와는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전작에 이어 흥미를 끄는 설정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미술과 디자인은 역시나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5만9천400㎡(1만8천평)의 세트장 건설은 더욱 거대해진 스케일과 비주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에 발맞춰 이야기도 긴장감과 갈등을 키웠다. 트리스는 이제 “완벽하지 못한 인류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세력들과 또 다른 전쟁을 벌여야 한다. 다행히 서사의 아쉬움을 상쇄하는 긴박감 넘치는 액션이 전편을 뛰어넘는 볼거리와 스릴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다이버전트’ 시리즈는 ‘헝거게임’ 시리즈의 제니퍼 로렌스에 비견될 쉐일린 우들리를 다시금 주목하게 만든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강력해진 액션과 감정신을 조화롭게 완성해낸 그녀는 제닌 역의 케이트 윈슬렛의 말처럼 그녀만의 에너지로 강한 여성상을 완벽하게 표출했다. 공동체와 동료를 구하려는 트리스의 본격적인 활약은 2017년 찾아올 ‘어센던트’에서 보다 확연히 드러날 듯하다.(장르:액션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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