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아이들 행복과 교사의 협력 깨는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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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6 07:43  |  수정 2016-05-16 07:43  |  발행일 2016-05-16 제15면
[행복한 교육] 아이들 행복과 교사의 협력 깨는 교육부

유채에 푹 빠진 정홍규 신부님께서 준 유채씨앗을 늦었지만 3월에 학교 빈 화단에 뿌려두었더니 뒤늦게 싹트고 자라 오늘 꽃을 피웠다. 같이 뿌린 두메부추는 한 달이 지나서야 싹이 텄는데 지난 운동회 날 구경 온 학부모들이 밟아서 앞으로 어찌될지 마음이 아프다. 점심을 먹고 오는데 장미꽃이 비 갠 뒤라서 그런지 더 붉고 빛난다. 괭이밥도 기린초도, 사진만 찍으면 자동으로 V자를 그리는 아이들 얼굴도 빛난다.

자석을 공부하는데 아이들은 신이 난다. 아침에 학교에 오니 자석을 손에 붙이고 자랑을 한다. 보이지 않는 힘을 알아채는 게 얼마나 신기할까? 자석 공부하다가 서로 밀치기에, 한 아이의 엉덩이를 발로 툭 찼더니 눈물이 핑 돌아서 내심 미안했는데, 집에 갈 때 친구들이 감춘 실내화를 찾다가 다가와서는 “선생님, 아까 저 혼자 밀친 거 아니에요”하여 미안하다고 안아주고 사과했다. 다음 달 관측할 때 맨 먼저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어제는 체육수업을 마치고 온 울보 왕자가 가슴을 끌어안고 울기에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선생님이 ‘너희 반에는 누가 친구들 잘 놀리노’하고 물었는데 친구 여러 명이 자기 이름을 불러서 억울하단다. 등을 쓸어주면서 지목한 친구들 보고 달래주라고 했다. 그랬더니 금방 풀어져서는 장난을 친다. 교실에서 뒷다리가 나온 올챙이와 도롱뇽을 같이 모아두었더니 이튿날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난리다. 30여 마리 도롱뇽 가운데 7마리가 살아남았다. 이날로 완전 밉상이 되어 이제 산으로 보내주기로 했다.

수업을 마치고 하교한 한참 뒤에 스승의 날이 아직 멀었는데 여자 아이 넷이 교실에 와서는 1천500원짜리 다육과 같이 쓴 편지를 주고 갔다. 읽어보니 ‘우리가 만난 선생님 중 가장 좋은 선생님 같아요’라고 쓰여 있다. 이거 기분이 좋으면서도 심각하게 부담이 된다. 그런데 잠시 뒤 다시 셋으로 자란 다육을 하나 들고 와서는 1, 2, 3반 선생님에게 주고 간다. 아이들은 이렇게 하나같이 다르지만 참 착하다.

이 아이들을 속이고 다치게 하는 학교교육이 되지 않으려는 교사들의 노력에 지지와 격려가 더 필요하다. 비가 그친 하늘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없어 더 파랗다. 달은 더 예쁘고, 목성도 이오, 칼리스토, 유로파, 가니메데와 함께 반짝인다. 급하게 번개 천체관측회를 열려고 협력교사를 구하니 여덟 분이나 참여하셨다. 밤 9시까지 봉사를 해야 하는데도 이렇게 힘을 보태준다.

이렇게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데 스승의 날을 앞둔 선물치고는 참으로 고약한 소식이 들려왔다. 이 정부는 교사들을 더 경쟁시키려고 무려 170만원의 차등을 둔 성과급으로 협력을 깨고 있다. 참 나쁜 교사정책이지 않은가? 학교교육은 협력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더는 지식을 암기시키거나 선다형 시험으로 학력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을 교육부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교사들의 협력을 깨는 170만원은 젊은 교사들에겐 한달치 임금이다. 한달치 임금을 포기하기란 생활인으로서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 이제 170만원을 두고 교사들이 어떻게 하길 바라는가? 서로 이 돈을 차지하기 위해 무슨 대단한 성과를 내놓으란 말인데, 교사에게 성과란 무엇인가? 우리 아이들의 타고 난 재능을 찾아 주어 농부처럼 잘 성장하고 발달하여 제 빛깔을 내며 행복하게 돕는 것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 성과는 언제 나타날까? 지금 여기에서 배움이 행복해야 하고, 자라면서 행복해야 하고, 자란 뒤에도 학교를 아름답고 교사들이 고맙도록 기억해야 알 수 있지 않은가? 그걸 무슨 수로 측정해서 나누겠다는 말인가?

부처님 오신 날 불법을 지키던 아수라가 한 판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아야 이 교육부가 학교를 제대로 알게 될까 물으시더라. 그러고 보니 오늘은 세상을 뒤죽박죽으로 만든 5·16군사정변 일이다. 긴 세월이 지났는데도 뭔가 뚜렷하고 밝고 환하게 변한 게 없다. 지난 5월10일, 30년 전처럼 교사들은 다시 독재가 물러간 자리에 시장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교육현실을 개탄했다.
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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