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숙의 아트스토리] 변호사, 아르침볼도의 ‘법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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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8   |  발행일 2016-05-18 제30면   |  수정 2016-05-18
[박희숙의 아트스토리] 변호사, 아르침볼도의 ‘법학자’
‘법학자’-1566년, 캔버스에 유채, 64X51,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소장.

변호사 수임료가 수십억원인 사건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이 의사와 변호사다. 의사는 아프다는 것을, 변호사는 소송에 휩싸였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서다.

그뿐만이 아니라 의사와 변호사를 가까이 할수록 가정 경제가 흔들린다. 병원비와 소송비가 평범한 사람들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의료비용은 생명 연장에 있어서 필연코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지만 변호사는 절대로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비용도 문제지만 인생이 날개도 없이 추락하기 때문이다.

탐욕스러운 변호사를 그린 작품이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법학자’다.

법학자는 모피로 덧댄 외투를 입고 있다. 벌어진 코트 안쪽에는 끈으로 묶어 놓은 책들이 있고 목은 흰색의 종이들로 휩싸여 있다.

법학자의 얼굴은 코는 닭의 몸통이며, 눈썹은 닭다리다. 입은 물고기의 입을 가지고 있다.

모피로 덧댄 외투는 법학자가 부유층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셔츠 대신 목을 둘러싼 흰 종이들은 고소장을 의미한다. 법학자의 얼굴을 장식하고 있는 닭은 탐욕을 상징하며 물고기 입은 법관은 끊임없이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꺼운 책은 법전을 상징하지만 끈으로 묶여 있는 것은 법률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주세페 아르침볼도(1527~93)의 이 작품에서 책이 호화스러운 외투 안에 있는 것은 직업에 충실한 법관보다는 탐욕에 눈이 어두운 법학자를 나타낸다.

[박희숙의 아트스토리] 변호사, 아르침볼도의 ‘법학자’

아르침볼도는 상상력을 동원해 법학자를 이상적인 사물의 조합으로 창조했는데 이 작품은 그가 혁신적인 방식으로 인물을 표현해 성공을 거두고 있던 시기에 제작된 것이다.

아르침볼도는 밀라노에서 아버지의 영향으로 종교화가로 시작했으나 함스부르크 왕가의 막스밀리안 2세의 신임을 얻어 궁정화가가 되면서부터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인물을 표현해 화가로서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인물의 얼굴에 과일, 꽃, 동물, 일상 사물을 합성한 초상화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으며 당시 유럽의 궁정들은 아르침볼도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에 열광했다.

아르침볼도의 혁신적인 작품은 그의 사후에는 잊혔지만 20세기 초현실주의가 등장하면서 그의 상상력이 빛을 보게 되었다. <화가·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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