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뒤 일몰제로 공원지정 자동해제…난개발 차단 ‘선수치기’

  • 진식,노인호,손동욱
  • |
  • 입력 2016-05-30 07:24  |  수정 2016-05-30 07:24  |  발행일 2016-05-30 제6면
대구시 ‘도시공원 개발’ 왜 추진하나
20160530
대구시는 민간자본을 유치해 장기 미집행된 공원부지를 개발하기로 하고, 그 첫 사업으로 수성구 범어공원을 추진하고 있다. GS건설을 비롯한 시행사 6곳이 미집행된 부지를 개발하겠다는 제안서를 낸 범어공원 전경. 손동욱기자dingdong@yeongnam.com

대구시가 민간자본을 유치해 수십 년 동안 방치돼 있던 공원 예정부지 개발을 긍정적으로 추진하는 배경은 ‘난개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예산 부족으로 도시계획에는 공원으로 지정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사유지 소유자 등의 농작물 경작과 불법건축물 을 지어 훼손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공원으로 지정된 곳을 조성하지 않으면 공원 부지에서 자동 해제되는 ‘도시공원 일몰제’가 2020년 7월1일부터 시행된다는 것이다. 대구지역에서는 모두 40개 공원부지가 해당되고, 이렇게 될 경우 사유지 소유자의 난개발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30%의 개발권을 민간개발자에게 주더라도 70%를 공원으로 조성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이유도 여기 있다.

◆ 대구에는 얼마나 해당되나

국토교통부의 도시공원 개발행위 특례 지침 개정으로 2020년 공원 부지에서 해제되는 대구지역 장기 미집행 공원부지는 모두 40곳이다. 동구 신암, 서구 상리·이현, 북구 연암·대불 공원은 1965년 2월 지정됐지만, 아직까지 상당 부분이 공원으로 조성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40개 공원의 애초 지정 면적은 모두 1천844만913㎡. 하지만 현재까지 미집행된 면적은 1천234만8천289㎡로 전체의 66.9%에 이른다.


장기 미집행 공원부지 40곳
사유지 매입 사실상 어려워
상당부분 조성 못하고 방치

2009년 특례제도 도입 이후
비공원지역 아파트 등 허용
민간사업자 개발 가능해져

의정부·수원·대전·청주 등
他지자체들도 앞다퉈 추진



최근 6곳의 시행사가 민간개발방식으로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나선 수성구 범어공원의 경우, 1965년 2월 지정 당시엔 113만2천458㎡를 공원부지로 정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조성된 면적은 74만5천411㎡로, 전체의 68%정도에 그쳤다. 나머지는 아직 공원으로 조성되지 못한 채 사실상 버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동구 불로동 불로고분공원은 지정면적(36만7천411㎡)의 78%에 이르는 28만8천107㎡가 미집행 지역으로 남아있고, 상리공원은 24만2천728㎡가 공원부지로 묶여 있지만, 이 중 절반 가량(48%)인 11만6천746㎡가 공원으로 조성되지 못한 상태다. 40개 공원 중 12곳은 1965년에 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애초 공원조성 계획을 마무리짓지 못한 채 남아 있다.

이처럼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계획한 이후 짧게는 15년, 길게는 50년간 조성을 마무리하지 못한 공원이 넘쳐나는 이유는 부지 내 상당수가 사유지여서 이를 매입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이다.

신암공원의 경우, 전체 10만4천55㎡를 공원부지로 지정했지만, 2만4천3㎡의 면적이 개발되지 못했고, 이 중 95% 이상인 2만3천11㎡가 사유지다. 이처럼 공원부지로 계획한 이후 개발되지 못한 1천234만8천289㎡ 중 사유지는 1천28만2천767㎡로, 전체의 83.2%에 이른다. 4년 내에 전체 면적 중 66.9%를 공원으로 조성해야 하는데 이 중 83% 이상이 사유지인 만큼 기간 내 이를 모두 사들여 공원으로 조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표참조>

이에 지난 4월 관련 부서가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해제를 앞둔 40개 공원 문제 해결안을 보고했고, 현재 이를 보완 중이다. 여기에 진행중인 관련 용역내용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오는 8월 ‘2030대구도시기본계획안’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최종안은 오는 12월에 나올 예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용역을 진행중이고, 자체적으로 공원별 분석은 마무리했다. 어떤 공원을 민간자본으로 개발하자는 내용이 들어간 게 아니라 대구시가 예산을 들여서라도 반드시 조성해야 하는 곳에 대한 용역을 진행 중이고, 그 결과에 따라 민간자본의 개발도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민간공원개발, 왜 도입됐나

이런 탓에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내 사유지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기부채납을 통한 도시공원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공원 개발 특례제도가 도입됐다.

더욱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과 민원이 지속되어 온 데다 1999년 헌법불합치 판정으로 인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됐다. 2000년 도시계획법 개정으로 10년이 경과된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해서는 지목이 대지인 경우에 한해 매수청구를 할 수 있는 매수청구 제도가 시행됐고, 20년이 경과되면 효력을 상실하는 도시계획시설 일몰제가 도입된다.

이에 장기미집행 공원을 해소하고 사유재산권 보호를 위해 2009년 12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도시공원 부지에서의 개발행위 등에 관한 특례제도가 도입됐다. 이는 민간개발자가 공원면적 5만㎡ 이상의 공원 가운데 70% 이상은 공원으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30% 이내에는 비공원시설, 즉 녹지·주거·상업지역에 지을 수 있는 아파트 등을 건설할 수 있는 것.

지자체와 공동 시행하는 경우에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민간개발자가 해당 도시공원 부지(지장물을 포함) 매입비(감정가) 80%이상을 현금으로 예치하고, 행정기관은 예치금으로 해당용지와 지장물을 보상해주게 된다.

민간개발에 나설 경우, 도시공원위원회 심의, 비공원시설에 대해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주민의견 수렴,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문화재 지표조사 등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생태·환경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지역은 생태적인 공원으로, 훼손됐거나 상대적으로 보호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을 아파트 등으로 개발하게 된다.

◆ 도시공원 민간개발 ‘봇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정사정이 넉넉지 못해 도시공원 조성사업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2009년 12월 장기간 방치된 도시공원을 민자를 유치해 개발할 수 있도록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지만, 달려드는 민간사업자는 미미했다. 전체 개발 대상 부지 중 기부채납(70%)하고 남은 부지(30%)에 대한 개발 이익을 담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이 법에 근거한 국토교통부의 도시공원 개발행위 특례 지침이 개정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민간사업자가 비공원지역에서 아파트와 상가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덕분에 경기도 의정부를 비롯해 수원, 용인, 인천, 대전, 청주, 울산 등지에서 도시공원을 개발하는 사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스타트는 의정부 직동근린공원 개발 사업이 끊었다.

86만4천955㎡에 달하는 직동공원 부지 중 개발하지 못한 호원동 일대 42만7천617㎡에 4천100억원을 투자해 34만3천617㎡ 규모의 근린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원 부지의 10%가량인 8만4천㎡에는 아파트와 기반시설이 들어선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직동공원은 2020년 7월까지 개발되지 않으면 공원에서 해제된다. 이후에는 난개발이 예상돼 민자개발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원시는 영통구 영흥공원(59만3천㎡)에 민간자본을 유치해 수목원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비공원 지역(10만6천㎡)엔 주거·상업·녹지시설을 허용할 방침이다. 청주시는 지난 2월 △영운동 영운공원(11만9천㎡) △모충동 매봉공원(41만4천㎡) △수곡동 잠두봉공원(17만6천㎡) △내덕동 새적굴공원(13만㎡) 등 4개 공원 84만㎡를 개발키로 하고 민간 사업자의 제안을 수용해 추진 중이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  대구지역 장기미집행 공원 현황 (단위:㎡)
구군 공원 결정면적 미집행 면적 사유지면적 사유지면적이 미집행면적에 차지하는 비율(%)
중 구 동인1가공원(동인1가동) 6,886 6,886   0.0 
동 구 돈지봉공원(용계동) 471,630 412,972 355,212 86.0 
신암공원(신암동외) 104,055 24,003 23,011 95.9 
망우공원(효목동) 69,779 21,549 9,211 42.7 
불로고분공원(불로동) 367,411 288,107 87,440 30.3 
율암공원(율암동) 14,895 14,895 12,661 85.0 
서 구 이현공원(이현동) 110,920 27,552 31,689 115.0 
상리공원(상리동외) 242,728 116,746 80,734 69.2 
가르뱅이공(상리동 외) 116,250 108,443 108,443 100.0 
남 구 앞산공원(대명동외) 3,585,390 756,721 781,507 103.3 
북 구 침산공원(침산동) 291,080 139,627 80,790 57.9 
연암공원(산격동) 342,424 167,767 147,604 88.0 
대불공원(산격동) 122,232 113,126 63,621 56.2 
복현공원(복현동) 93,300 93,300 83,911 89.9 
구수산공원(읍내동) 157,034 141,950 130,765 92.1 
수성구 화랑공원(만촌동) 45,120 433 433 100.0 
범어공원( 범어동) 1,132,458 745,411 718,918 96.4 
경남공원(범어동) 23,845 23,845 21,016 88.1 
시민공원(범어동) 198,268 106,308 77,981 73.4 
만촌공원(만촌동) 314,016 312,531 301,784 96.6 
대구대공원(삼덕동) 1,878,637 1,686,558 1,637,972 97.1 
사월공원(욱수동) 22,650 22,650 21,101 93.2 
대구체육공원(삼덕동외) 1,978,528 1,577,181 856,081 54.3 
달서구 학산공원(월성동외) 660,000 609,618 494,091 81.0 
장기공원(장기동외) 472,537 469,567 367,159 78.2 
두류공원(성당동외) 1,653,965 499,757 367,009 73.4 
갈산공원(갈산동) 167,522 166,018 159,350 96.0 
송현공원(송현동) 47,200 24,577 22,581 91.9 
장동공원(장동) 106,315 106,315 28,332 26.6 
달성군 천내공원(화원읍) 153,000 153,000 88,208 57.7 
강림1공원(옥포면) 21,596 21,525 21,525 100.0 
삼리공원(논공읍) 159,000 159,000 140,269 88.2 
남동공원(논공읍) 56,800 28,611 33,213 116.1 
상동공원(현풍면) 37,140 37,140 8,290 22.3 
하동공원(현풍면) 59,270 59,270 44,714 75.4 
논공본리공원(논공읍) 221,400 221,400 166,859 75.4 
창리공원(구지면) 129,337 78,355 78,355 100.0 
응암제1공원(구지면) 835,789 835,069 778,479 93.2 
응암제3공원(구지면) 931,028 931,028 852,386 91.6 
대암공원(구지면) 1,039,478 1,039,478 1,000,062 96.2 
전체   18,440,913 12,348,289 10,282,767 83.3 
 <제공:대구시>
기자 이미지

진식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노인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손동욱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