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를 부탁해 ! ! .2] 임은영 교사의 중학생 지도법

  • 이효설,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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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0 08:00  |  수정 2016-06-20 09:39  |  발행일 2016-06-20 제15면
“미지수는 미지의 숫자, 이항은 항이 이사가는 것…
복잡한 개념·용어부터 쉽게 설명해 친근감 높여야”
20160620
김문수 경서중 수학교사가 ‘아침 수학 공부 10분’ 시간에 학생들에게 기초 수준의 문제를 반복해 가르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수학은 단계별 학습이다. 한 단계를 넘어서야 다음 단계를 익힐 수 있다. 이는 중학교 수학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 수학 기본기를 닦아놓지 않으면 고등학교에 들어가 수포자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다. 중학교 수석교사들에게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수포자 예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수학은 단계별 학습…
연산 절대 놓치지 마라”


정수와 유리수 개념이 나오면서
의외로 빨리 포기하는 학생 많아
1학년 때 연산 잡아야 진도 가능
3학년인데도 기본기가 없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공부해야

20160620
임은영 동원中 교사

◆‘하루 10분 수학’ 자신감 불어넣어

지난 8일 오전 대구 달성군 옥포면 경서중의 1학년1반 교실. 1교시 수업 시작 전인데, 수학 교사가 들어오자 학생들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문제 풀이집인 ‘수학공부 10분 문제집’을 꺼내고 일사불란하게 ‘문자와 식(일차방정식)’ 페이지를 펼친다. 교사는 정답을 부르고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풀어온 문제를 채점한다. 곧 교사가 칠판에 학생들이 많이 틀린 문제의 풀이 방식을 설명한다. 학생들은 노트를 꺼내 틀린 문제를 복습한다. 여기까지 5~6분. 남은 4분 동안 학생들은 서로 모르는 문제를 가르쳐주거나 배우며 수업을 마무리한다. 정확히 10분 동안 20여명의 학생들은 모두 수학문제 풀이에 몰입했다.

김문수 경서중 수석교사(수학)는 “‘하루 10분 갖고 뭘하겠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매일 수학을 접하는 것이 수학적 사고력을 높인다”고 수학공부 10분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10분 동안 푸는 문제는 사설 문제집보다 쉽다. 목표는 누구나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덤빌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이 10분 수업을 마치면 책을 덮지 않고 곧바로 숙제로 낸 문제를 풀어치운다. 그렇게 수학과 친숙해지고 그러면 포기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달성교육지원청은 매일 아침 10분으로 수학이 즐거워지는 ‘아침 수학 공부 10분’ 프로그램을 9년째 운영하고 있다. ‘수학공부 10분’은 초 3~6학년, 중 1~3학년 학생들에게 1교시 수업 시작 전 10분 동안 매일 5개의 수학문제를 풀도록 하는 달성교육지원청만의 특색 사업이다.

매일 조금씩 수학문제를 풀어보면서 학생들은 기본적 수리능력과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자기주도적 공부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는 일주일에 4번씩 1회당 5문제가 주어진다.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풀지 못한 문제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풀도록 지도하고 있으며, 또래친구를 ‘수리학습 도우미’로 선정해 문제 풀이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10분 수학은 성과를 내고 있다. 경서중의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수학과)를 보면 보통학력이상 학생이 2013년 47.2%에서 2014년 72.7%로 급증했으며, 지난해엔 69.4%로 전년도 수준을 거의 유지했다. 또 기초학력미달 학생은 2013년 3.8%였지만 2014년과 지난해엔 0%가 됐다.

이 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변려진양은 “초등 3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수학 10분 공부를 했다. 매일 10분 동안 수학 문제를 풀면서 수학에 자신감이 생겼고,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피하지 않고 좀더 고민하는 습관이 생겼다. 수학시험도 좋아하게 됐다”면서 “오전 수학 시간에 짝꿍이 일차방정식 이항을 못해 직접 가르쳐줬는데 잘 이해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달성교육지원청 9년째
‘아침 수학 공부 10분’


1교시 前 매일 5개의 문제풀이
기본적 수리능력·자신감 키워
“어려운 문제 나와도 피하지 않고
조금 더 고민하는 습관 생겼죠”
경서中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2013년 3.8%→2014년 ‘0’ 성과

◆‘연산’ 모르고 넘어가는 일 없어야

‘수학은 중간부터가 없다’는 말이 있다. 다른 과목처럼 공부 안하다가 중간에 따라잡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임은영 동원중 수석교사(수학)는 ‘중학교 수학’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 있다고 강조하며, 수포자가 되지 않는 철칙 한가지를 제시했다.

임 교사는 “중학교 때 다른 것은 몰라도 ‘연산을 놓치지 말라’”고 주문했다. 연산은 식이 나타낸 일정한 규칙에 따라 계산하는 것으로 1학년 1학기 수업 때 다뤄진다. 의외로 연산이 안돼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 정수와 유리수 개념이 나오면서 연산이 어렵다고 느끼면 쉽게 수포자가 되는데, 한번 수포자가 되면 다시 수학에 도전하기가 힘들다는 게 임 교사의 생각이다.

그는 “수학을 잘 못하는 학생들도 고학년이 되면서 다양한 수학적 개념을 숙지하게 된다. 그런데 덧셈, 뺄셈 등 연산이 금방 안돼 문제 접근이 어려워지는 학생들이 많다. 이때는 교사가 도와주려 해도 안된다. 1학년 때 연산은 완전 마스터해야 그 다음 진도가 가능한 것이다. 수학은 단계별 학습인데 그 1단계가 연산이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임 교사가 활용하는 수포자 예방법은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수학적 개념을 우리말로 풀어 말하고 설명하도록 하는 것. 가령 미지수는 ‘미지의 숫자’, 이항은 ‘항이 이사가는 것’ 등으로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식을 주고, 그 식에 대해 서로 얘기하도록 하면 효과적이다. 이는 차수, 상수항, 변수, 1차식 등 이런 복잡한 용어 때문에 수학에 지레 질리는 학생들이 수학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3인데 기본기가 없는 학생들에 대한 묘책도 내놓았다. 특별한 방법은 없다. 중학교 1학년 과정부터 다시 공부하는 것이다. 학원 등 사교육 도움도 필요하면 받을 것을 권한다. 그는 “중학교 수학을 익히지 않고 고등학교에 가면 수학을 잘 할 수 없다. 모르면 처음으로 돌아가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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