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이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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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5   |  발행일 2016-06-25 제23면   |  수정 2016-06-25
[토요단상] 이건 아니다
노병수 대구 동구문화재단 대표

서문시장 야시장으로 대구가 모처럼 활기를 띠는 듯하더니, 신공항 건설의 백지화로 일순 초상집이 되어버렸다. ‘백지화가 아니라, 김해신공항으로 결정이 난 것’이라는 총리의 강변(强辯)이 있었지만 그건 아니다. 신공항은 이미 오래 전에 ‘김해공항의 확장을 검토하고 또 검토해서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니까’ 나온 것이다. 그랬던 것을 이제 와서 뜬금없이 김해가 가능하다고? 그리고 그것이 최선이라고? 그러면 지금까지 미쳤다고 밀양이냐, 가덕도냐 하면서 그렇게나 싸웠나?

배우 김민희와 불륜설로 한창 시끄러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가 최근 누리꾼 사이에 괜히 뜨는 것이 아니다. 김해공항은 영화와 다르다. 그때 틀렸으면 지금도 틀린다. 한마디로 김해는 ‘허브공항’이 될 수가 없는 곳이다. 활주로 앞에 우뚝 솟은 돗대산의 절절한 트라우마는 어쩔 것인가. 거기에다 V자 활주로 하나 더 건설한다고 연간 4천만 명이 넘는 미래 항공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까. 공항 주변의 촘촘한 개발계획들과 천정부지의 땅값은 오죽한가. 군사공항은 또 어쩔 것인가.

요즘 시대는 공항이 대세다. 공항이 없는 도시는 섬과 같다. 공항이 있으면 전부가 있고, 공항이 없으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중국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대륙 곳곳에 수십, 수백 개의 공항을 지어대고 있다. 허난성(河南省) 정저우(鄭州)에 짓고 있는 국제공항 하나만 보더라도 뉴욕 맨해튼의 7배 규모다. 이른바 공항이 있는 도시, ‘에어로트로폴리스(Aerotropolis)’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신공항 건설이 탄력을 받으면 TK, PK 가릴 것 없이 영남권 전체가 좋다. 아무리 부산이라 해도 공항의 건설이 으뜸이지, 어디에 짓느냐 하는 것은 버금가는 문제다. 그래서 부산시장도 ‘영남권신공항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자’는 나머지 4개 광역단체장들과 합의를 했다. 가덕도가 좋긴 하지만, 밀양도 엄연히 부산 광역권이다. 부산은 그 둘을 놓고 공정한 판단을 기다려 파이만 챙기면 된다. 너무나 간단한 논리다.

그런데 부산이 배신을 했다. 부산은 신공항이 가덕도로 가면 파이가 훨씬 커진다. 그래서 가덕도에 ‘올인’을 하고, 밀양에는 ‘불복’ 선언을 했다. 신공항의 파이를 대구, 경북, 울산, 경남 등과 나누기 싫다는 뜻이었다. 또한 요즘 영종도를 품고 잘나가는 인천에 뒤처지기가 싫다는 뜻이기도 했다. 결국 촛불이 등장했고, 삭발도 했다. 만약 밀양이 되면 그것이 정계개편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민란(民亂)까지 들먹였다. 전형적인 ‘핌피’와 다름 없었다.

이제 부산은 어떻게 할까. 신공항이 가덕도보다 더 가까운 김해로 되었으니 만족을 할까. 아니면 가덕도가 무산이 되었으니 서병수 시장이 사퇴를 할까. 만족을 하든, 사퇴를 하든 그건 관심도 없다. 문제는 우리다. TK는 너무나 외롭다. 여당은 이번 결정이 ‘텃밭 분열’의 위기를 넘긴 묘수였다고 자찬하고 있다. 수도권의 언론과 정치인들도 절묘한 선택이라고 약을 올린다. 심지어 TK 정치인 가운데도 ‘대승적 수용’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김해공항은 지금도 비행기가 뜨고 내리고 있으니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이런 저런 논란 속에 어영부영 하세월로 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것으로 신공항의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신공항이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왔다. 신공항은 결코 죽지 않았다. 원혼처럼 떠도는 유령이 아니라, 펄펄 살아서 반드시 다시 등장할 것이다. 두고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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