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임대아파트의 즐비한 외제차…“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박광일
  • |
  • 입력 2016-07-11 07:36  |  수정 2016-07-11 09:51  |  발행일 2016-07-11 제7면
곳곳에 포르쉐·아우디·벤츠…
2천465만원 이하 차량 규정에도
타인명의 등 편법으로 버젓이 입주
정작 주거 절실한 주민 피해볼 수도
20160711
대구시 북구 사수동의 LH 국민임대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벤츠와 BMW, 아우디, 포르쉐 등 고가의 외제 승용차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지난달 19일 대구시 북구 사수동의 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국민임대아파트. 입주가 한창인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서자, 즐비하게 주차돼 있는 고급 외제차가 시선을 압도했다.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 출고가가 최소 6천만원이 넘는 외제차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주차장 한편엔 초고가의 스포츠 세단인 ‘포르쉐 파나메라’도 세워져 있었다. 독일의 유명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에서 유일하게 5도어 모델로 출시한 차량이다. 세단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300마력이 넘는 엔진을 탑재해 시속 100㎞를 4~6초대에 돌파한다. 출고가는 최소 1억1천만원이 넘는다. 주차된 이들 고급 외제차량의 공통된 특징은 대부분 주차장 기둥 뒤편이나 각 동 출입구에서 떨어져 입주자들이 차를 잘 세우지 않는 장소에 숨어 있다는 것.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정확한 대수는 파악할 수 없지만 일부 고급 외제차가 입주자 관리대장에 등록돼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후 기자가 찾은 대구지역 다른 국민임대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지어진 국민임대아파트의 주차장에 고가의 외제차가 즐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작 주거공간이 절실한 서민이 임대아파트를 얻지 못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보다 철저한 자격 심사와 입주자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H에 따르면 국민임대아파트는 무주택 저소득층(소득 1~4분위)을 위해 국가의 지원을 받아 짓는 공동주택이다. 소득 수준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2015년 3인 가구 기준 월평균 337만원)이고, 1억2천600만원 이하의 부동산과 2천465만원 이하의 차량을 보유한 무주택 가구 구성원만 입주할 수 있다.

LH는 정부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조회된 소득과 자산(부동산·자동차) 정보를 토대로 입주자를 선정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 소유의 자동차가 아닐 경우 자산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타인 또는 공동 명의, 리스, 렌트 등의 편법을 통해 고급 외제차를 모는 사람들이 공공연히 국민임대아파트에 입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들 때문에 정작 주거안정이 필요한 저소득 무주택자들이 국민임대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수동 국민임대아파트의 최초 입주자 모집 당시 1천22가구(33~46㎡) 공급에 1천380명이 몰려 평균 135%의 신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자녀를 둔 무주택 서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46㎡형의 경우 신청률이 무려 439%까지 치솟았다.

LH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서류상으로 입주민을 선정하는 것이 사실상 한계가 있지만 마냥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차량의 경우 수시 조사대상인 만큼 수시로 확인해 부적격 입주자를 가려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