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청소년수련시설장 선임 ‘요지경’

  • 백경열,최보규,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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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2 07:28  |  수정 2016-07-22 07:31  |  발행일 2016-07-22 제6면
상당수 지자체 실무자, 수련시설長 선발 지침조차 모르고 있다
20160722
대구 달성군 논공읍에 있는 달성군청소년센터 전경.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청소년수련시설(이하 수련시설)은 청소년의 열악한 복지 현실을 조금이나마 개선시키기 위해 들어서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 사회가 학업 이외의 부분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수련시설의 존재감도 부각돼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종 수련시설의 대표는 사실상 해당 시설의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방향키’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청소년에 대한 시설장의 이해가 부족하면, 수련시설은 청소년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를 위해 관련법에서는 최소한의 자격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지역 상당수 수련시설장은 이조차도 갖추지 못했다. 영남일보는 대구지역에 있는 수련시설(수련관·수련원·문화의집·특화시설) 14곳의 시설장 임명 방식의 다양한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가족부 수련시설 점검항목도
시설장 자격기준 비중 고작 3점

북구청소년회관·문화의집 관장
청소년 업무 3년 미달로 자격 안돼

달성군청소년센터‘퇴직자’잔치
현 센터장은 겸직금지 규정도 위반

자격 미달’남구청소년창작센터장
30년 공직 관련업무 맡은 적 없어

수성구·달서구 청소년수련관은
사찰 주지 운영에 상근 위반 의혹

중구청소년문화의집은 구청장이 長
10년간 상시근무 운영 지침 어겨


◆수련시설장은 보은용 자리?…퇴직 공무원 버젓이 자리 꿰차

우선 일부 지자체의 경우, 수련시설장 자리를 ‘보은(報恩)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남일보 취재 결과 북구청은 ‘북구청소년회관’과 ‘북구청소년문화의집’에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퇴임 공무원을 시설장으로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구청소년회관은 2014년 10월부터 이무도 관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 관장은 북구청으로부터 시설장 임명 승인을 받기 전까지 북구청에서 도시국장을 지냈다. 그는 2014년 7월에 공무원 옷을 벗었지만 3개월 뒤 시설장으로 컴백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현 관장은 청소년지도사 자격증(2급)을 소지하고 있고 자격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장은 ‘청소년 관련 업무 기간이 3년 이상 되어야 한다’는 규정에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목할 점은 앞서 북구청소년회관 시설장을 지낸 인사들 역시 초대관장(김성호)을 제외하고 모두 북구청 간부 출신 퇴직공무원으로 채워졌다는 사실이다. 2~3대 이윤철 전 문화공보실장, 4대 문종걸 전 총무국장, 5대 이진혁 전 의회사무국장, 6대 윤택열 전 총무국장 등이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이들 중 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는 윤 전 국장이 유일하다.

달성군 역시 문제는 비슷했다. 현재 ‘달성군청소년센터’와 ‘달성군청소년문화의집’은 달성군 출연기관인 달성복지재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달성복지재단이 자체적으로 의결 과정을 거쳐 시설장을 선임하면, 달성군이 최종 승인해 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달성복지재단이 이사회를 거쳐 선임한 시설장 모두가 달성군을 마지막으로 퇴직한 공무원 신분이었다는 사실이다. 수련시설장이 퇴직 공무원들의 ‘자리보전용’으로 공공연하게 쓰였음을 짐작게하는 대목이다.

달성군청소년센터의 경우, 현 시설장인 이경화 관장(전 희망지원과장)을 비롯해 역대 시설장을 맡은 강순환(2008.11~2010.11·전 행정지원과장)·장창식(2010.11~2014.03·전 보건행정담당)·박경서 관장(2014.04~2014.08·전 공중위생담당) 등 모두가 달성군 공무원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달성군의 경우 2012년부터는 수련시설이 한 곳 더(달성군청소년문화의집) 생기면서, 달성군청소년센터장이 두 개 시설의 대표직 명함을 동시에 가진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현행 규정상 두 개 이상의 시설장 겸직은 금지돼 있다. 겸직 시설장들은 두 시설 모두에서 보수·업무추진비 등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연간 수령액은 4천만~4천200만원 수준이었다. 한편, 달성군청은 두 시설에 대해 연간 15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위반 사례 점입가경…지자체장 ‘셀프 시설장’도

‘남구청소년창작센터’는 2014년 개관 이후 자격 기준에 맞지 않는 현직 공무원을 센터장으로 배치해 왔다.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근무한 박종석 전 관장과 지난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백귀희 현 센터장 등이다. 현 센터장의 경우 30여년간 공무원 생활을 했지만, 청소년 관련 업무를 단 한번도 맡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공무원이 청소년수련시설장을 맡기 위해선 경우에 따라 3~5년 이상의 청소년 육성 업무를 경험해야 한다.

이에 대해 남구청 관계자는 “남구청소년창작센터는 대덕문화전당에 속해 있어 문화전당 관장이 센터장도 병행한다. 센터가 최근(2014년)에 생겨 자격기준을 충족하는 직원이 없었다”고 밝혔다.

‘중구청소년문화의집’은 중구청 직영으로 전환된 2007년부터 윤순영 중구청장이 시설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문제가 된다. 지난 10년간 구청장 본인이 시설장을 겸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지자체장은 청소년수련시설의 시설장이 될 수 없다’는 운영지침을 어긴 셈이다. 게다가 현직 지자체장이 시설장을 겸임함에 따라 ‘시설장은 상시 근무해야 한다’는 규정 역시 지킬 수가 없다. 이처럼 수련시설장이 상근 의무를 위반할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수성구청소년수련관’ ‘수성구청소년수련원’ ‘달서구청소년수련관’ 등을 수성구청 및 달서구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A종교시설의 경우, 각 시설장이 개인 종교활동과 시설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로 취재진이 지난 11일과 12일 오후 3시쯤 수성구의 한 시설을 찾아가봤지만 시설장은 자리에 없었다.

이곳 관계자는 “(시설장은) 결재할 일이 있으면 오전 10시쯤 잠시 들른다. 오후에는 대부분 시설에 없다”며 “개인 사찰에서 만나는 게 더 쉬울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시설장은 동구에 본인 명의의 사찰을 갖고 있으며 그곳 주지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의 무관심과 정부의 허술한 평가가 빚어낸 결과

이처럼 수련시설장 선임 과정이 다양한 문제를 갖게 된 원인으로는 각 지자체의 안일한 대응이 첫손에 꼽힌다. 시설장의 자격을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상당수 지자체 실무자가 수련시설장 선정 지침조차 모른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구청 관계자는 지자체장의 시설장 겸임에 대해 “구청 직영이기 때문에 자연히 구청장은 시설장이 된다”고 말했다. 달성군청 관계자 역시 달성군청소년수련시설장의 선임 기준 위반 건에 대해 “자격을 충족하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일부 지자체는 수련시설장 선임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남구청은 현 관장이 자격 미달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청소년창작센터가 최근에 생겼기 때문에 선임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북구청의 경우 최근 북구청소년회관 시설장이 자격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지금껏 인사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종합평가 역시 부적격 시설장을 거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2년마다 청소년수련시설에 대한 자체 점검을 하고 있다. 하지만 총 평가점수(100점) 중 ‘시설장 자격기준’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3점에 불과하다. 자격심사 기준이 느슨한 것은 물론, 위반사항 적발시 즉각교체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평가 자체도 2014년 ‘청소년활동진흥법’이 개정되고서야 이뤄지기 시작했다. 사실상 그간 청소년수련시설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셈이다.

여성가족부 청소년활동안전과 관계자는 “(시설장의 자격미달 사항을 포함해) 각 평가 결과에 대해 지자체에 통보해 준다. 이후 개선 부분에 있어선 지자체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수련시설 전반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서 벌어진 현상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민 대다수는 이러한 수련시설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게 사실이다. 시설장 자리가 각종 문제에 얽힐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 대구지역 청소년수련시설장 현황 (자료: 대구시 및 각 구·군)
시 설 명 시설장 자격충족 여부 비고
대구시청소년수련원 충족 -
대구시청소년문화의집 충족 -
수성구청소년수련원 충족 개인 사찰 주지가 시설장 겸직, 상근의무 위반 의혹
수성구청소년수련관 충족 개인 사찰 주지가 시설장 겸직, 상근의무 위반 의혹
달서구청소년수련관 충족 개인 사찰 주지가 시설장 겸직, 상근의무 위반 의혹
서구청소년수련관 충족 -
북구청소년회관 미달 자격미달의 퇴직공무원 보은인사 의혹
달성군청소년센터 충족 퇴직공무원 보은인사 의혹 및 2개 시설장 겸직 금지 위반
달성군청소년문화의집 충족 퇴직공무원 보은인사 의혹 및 2개 시설장 겸직 금지 위반
동구청소년문화의집 충족 -
중구청소년문화의집 미달 지자체장의 시설장 겸직 금지 위반
남구청소년창작센터 미달 자격미달의 현직공무원을 시설장으로 배치
※야영장·유스호스텔: 시설에 대한 지자체의 지도점검 의무가 없음
※북구·달서구 청소년문화의집은 시설 폐지(예정)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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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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