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창의력 배양을 위한 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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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5 08:08  |  수정 2016-07-25 08:08  |  발행일 2016-07-25 제18면
[밥상과 책상사이] 창의력 배양을 위한 방학

2009년 교육과혁신연구소 이혜정 소장은 우등생의 공부 비법을 찾아 다른 학생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두 학기 연속으로 학점 평균 4.0을 넘긴 최우등생 46명과 인터뷰를 했다. 그 중 41명은 시험이나 과제물에 답할 때 교수와 생각이 다르면 자신의 의견을 포기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서울대 일반학생 1천213명을 설문조사하여 최우등생과 비교했다. 최우등생은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가 가장 우수한 학생이 아니고 강의 내용을 토씨 하나 빼지 않고 그대로 필기하여 아무 생각 없이 달달 외는 수용적 사고를 가진 학생이었다. 이 결과를 보고 연구팀은 공부 비법 알리기를 포기했다. 이혜정 교수의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에 나오는 내용이다. 서울대 공부 선수들은 지루한 필기와 맹목적 암기를 견디어 내는 인내심이 탁월할 뿐이었다.

교수들은 이런 현실이 가지는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질의응답과 토론을 중시하며 다소 주관적 판단을 해야 하는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답안지에 높은 점수를 주면, 학생들은 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뿐 아니라 강의평가도 나쁘게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교수에겐 수강신청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가 편한 주입식 강의와 교재와 수업 내용을 단순하게 재생하게 하는 평가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 최우수 학생의 87%는 교수의 말을 그대로 받아적었다. 그들은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보다는 수용적 사고력이 더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시간대학 학생들은 교수가 말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적 사고보력다는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이 더 높다고 답했다. 그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용적 사고력는 더 낮아졌고, 교수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지도 않았다. 노트필기 방식과 학점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고 이혜정 교수는 지적한다.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이성은 열정의 노예이며 또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데이비드 흄의 말에 동의하며 ‘이성은 기수이고 감정은 코끼리’라고 했다. 이성인 기수가 감정인 코끼리를 이끌 수도 있지만, 코끼리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기수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고 감정의 힘은 이성보다 훨씬 강하다. 우리는 평소 이성을 강조하며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고 강요 당한다. 그러나 코끼리가 움직이면, 다시 말해 감정이 폭발하면 이성은 아무 힘도 없이 허물어진다. 그러기 때문에 평소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다스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

우리는 자명한 것을 의심하며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는 습관과 능력이 경쟁력인 시대를 살고 있다. “교육이란 당신이 학교에서 배운 것을 다 잊고 남은 그 무엇이다”라고 한 아인슈타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며 방학 때만이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밖으로 나가보자, 평일이 어렵다면 주말에라도 그렇게 해보자. 이글거리는 태양, 산과 바다가 우리를 부르는 방학이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 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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