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광복절에 생각하는 正名 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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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10   |  발행일 2016-08-10 제31면   |  수정 2016-08-10
[영남시론] 광복절에 생각하는 正名 독도
최철영 (대구대 법학과 교수)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물었다.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모시고 정치를 한다면 무슨 일부터 하시겠습니까?”

공자는 “그야 물론 이름을 바로잡는 일(正名)부터 하겠다”고 답했다.

공자의 한마디 한마디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철학적으로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어 그 시대를 깨우치는 죽비소리로 울려 퍼진다. 지금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아수라장의 혼란에 놓여 있는 우리에게도 공자의 정명론은 깊은 성찰의 화두라고 할 수 있다.

산산조각 난 영남권 신공항의 기대와 엎친 데 덮친 격의 성주 사드포대 배치로 지역 여론이 그야말로 펄펄 끓고 있다. 해법 없이 표류하는 국정으로 국내정치가 붕괴되니 우리를 향한 중국의 사드 보복이나 새로이 취임한 일본의 도쿄시장과 방위상의 강도 높은 혐한성(嫌韓性) 태도에도 속수무책이다. 더욱이 광복절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완전한 독립을 상징하는 독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도발은 관심을 끌지도 못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메치(독도 강치의 일본이름)가 있던 섬’ e북을 전국 초·중학교에 배포하고 영어번역본을 각국 대사관에 전달했다. 이 그림책은 일본인들이 과거 독도에서 강치잡이를 포함한 어업 활동을 통해 평화롭고 행복한 생활을 했지만 지금은 한국의 불법 점거로 인해 그러한 생활을 못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독도 강치와 관련된 감성적 내용의 그림책을 이처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 독도 강치와 관련된 그림책이나 아동 및 청소년 대상의 도서는 우리나라에 훨씬 많이 출간되어 있다.

2016년 3월을 기준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독도관련 민간도서 49종 대부분이 독도와 관련하여 강치를 언급하고 있다. 독도강치를 주인공으로 하는 도서도 다섯 종류나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의 독도강치 관련 도서가 일본인들의 강치포획과 강치가죽 및 강치고기의 가치 등에 초점을 둔 반면에 우리나라의 강치 관련 도서들은 일본의 강치남획으로 강치가 멸종되기에 이르렀다는 슬픈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치 이야기를 통해서도 일본의 공격적이며 도발적인 태도와 우리나라의 방어적, 그리고 피해자로서의 의식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독도 관련 민간도서들은 독도와 관련된 지리적 정보와 역사적 명칭, 그리고 국제법적 용어 사용에 있어 심각한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 예컨대 울릉도와 독도의 거리나 새로 부여된 독도의 주소 및 우편번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사례가 빈번하다. 일본의 막부로부터 울릉도에 가기 위해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 도해면허를 받은 일본인의 이름 ‘오야(大谷)’를 대부분의 도서가 ‘오타니’ 또는 ‘오이타’로 기술한 것도 많이 아쉬웠다. 더욱 심각한 것은 조선의 울릉도 및 독도 쇄환정책을 공도정책으로 서술한 도서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조선의 울릉도정책을 설명한 도서 중에 단 1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조선의 독도에 대한 포기로 오해될 수 있는 명칭인 공도정책으로 서술하고 있다.

8월의 무더위 속에서 우리는 가혹하던 일제 강점에서 벗어나 광복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까지 2천500년전 공자가 말했던 정명론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름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말은 사물에 바른 이름을 달아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바른 이름으로 불리는 사물들이 또한 각각의 이름에 걸맞은 실질을 갖추게 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독도가 대한민국 경북 울릉군이 평온하고 충실하게 행정관할하고 있는 섬으로서 실질을 갖추려면 독도와 관련된 용어와 개념부터 바르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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