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인물 - 이 세계] 프로폴리스 장인 신인석씨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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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0 07:53  |  수정 2016-08-20 07:54  |  발행일 2016-08-20 제9면
민원담당 공무원, 퇴근 후엔 프로폴리스 생산 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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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석씨가 연구실에서 현미경으로 프로폴리스 샘플을 검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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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안피는 벌통 보고 의문
국내자료 없어 일본서적 뒤져
프로폴리스 천연 추출법 개발

면역력 향상·항산화 효과 입증
양봉농가 10곳과 법인 만들어
캔디·비누·치약 등 제품 개발


리우올림픽 폐막이 사흘 남았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누가 가장 인상적인 선수로 세계인의 머릿속에 남게 될까.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선수는 아마 데렉 레드몬드일 것이다. 4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그는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출전했다. 경기 초반 데렉 레드몬드는 선두로 앞서갔다. 그러나 출발 170m 지점에서 오른쪽 허벅지 근육 손상으로 다리를 절다 트랙에 주저앉았다. 잠시 후 그는 다시 일어나 한쪽 다리로 뛰기 시작했다.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채 부상 당한 동물처럼 오른쪽 발을 끌며 안간힘을 썼다. 이 때 그의 아버지 짐 레드몬드가 트랙에 들어와 아들을 부축해 함께 결승선으로 달렸다. 이 장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완주’라는 이름의 동영상으로 널리 퍼져 있다.

프로폴리스 장인으로 불리는 신인석씨(55)의 스마트폰에도 이 동영상이 담겨 있다.

“많이 힘들고 의지가 약해지려고 할 때마다 이 영상을 봅니다. 벌써 수 십번 반복해 보았는데 볼 때마다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그리고 용기를 얻습니다. 강의를 나가서도 기회가 닿으면 수강생들과 함께 봅니다.”

신씨는 21세 때 양봉을 하던 이웃집 할아버지으로부터 벌 한 통을 받았다. 상주농전 축산과를 나와 돼지를 키우던 그가 양봉을 처음 접하게 된 순간이다. 벌통을 관리하던 그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폐쇄된 내부의 애벌레들은 순식간에 폐사할 수 있다. 산란과 부화를 하는 벌통 내부는 곤충이 생활하기에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것인데 왜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 것일까.’

프로폴리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게 바로 이 때부터다. 우리나라에는 프로폴리스에 대한 자료가 없어 일본 서적을 뒤졌다. 프로폴리스는 식물이 분비하는 수지(樹脂)·페놀화합물 등의 물질과 벌의 타액이 섞여 만들어진 점착성 물질이다. 프로폴리스의 효능은 널리 알려져 있다. 암환자의 치료 보조제로 각광받고 있으며 면역력 향상, 항산화 등의 목적으로도 쓰인다. 그러나 어떻게 추출하느냐에 따라 효과는 크게 다르다.

신씨는 독학으로 화학물질을 섞지 않고 천연상태로 프로폴리스를 추출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벌집에서 채취한 프로폴리스 원재료를 3년간 자연 숙성시킨 후 -25~-35℃의 환경에서 발효주정을 이용해 5년에 걸쳐 가공·정제한다. 이 방법은 고도의 기술과 인내 그리고 긴 시간을 요구한다. 프로폴리스에만 전념하는 사람일지라도 견디기 어려운 과정이다. 신씨는 힘이 더 들 수밖에 없다. 현직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프로폴리스를 연구하고 생산할 수 있는 시간은 퇴근 후부터 다음날 출근 전까지다.

천연상태로 프로폴리스 추출 방법을 완성시킨 신씨는 이 기술을 농가 소득에 접목시키기 위해 2007년 양봉농가 10명과 함께 속리산프로폴리스영농조합법인(이하 프로폴리스영농조합)을 만들었다. 축적해 온 프로폴리스 추출기술을 바탕으로 프로폴리스를 함유한 캔디·곶감·비누·샴푸 등 다양한 식품과 위생용품을 개발했다. 프로폴리스 5%가 함유된 치약(프로폴치약)은 항생제 내성을 갖고 있는 잇몸질환 환자를 위해 개발됐으며, 대구한의대에서 구강 세균에 대한 항균효과를 검증받았다.

2013년에는 대구한의대에서 ‘프로폴리스로부터 생리활성물질 분리 및 이들 화합물의 약물중독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 프로폴리스와 관련된 특허와 디자인 등 30여가지의 지적소유권 및 연구실적을 쌓았다.

“제가 프로폴리스를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목적은 1차적으로 양봉농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소비자에게 좋은 물건을 공급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기 위해 순도 높은 프로폴리스를 추출하고 건강생활에 도움이 되는 생활용품을 개발하려 계속 노력할 겁니다.”

공무원으로 이런 일을 하는 데는 여러 장단점이 있다. 연구 결과를 농가와 공유하는 데는 유리한 반면, 시간 부족과 이유 모를 반대 그룹들의 방해를 헤쳐 나가는데 몹시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는 데렉 레드몬드 영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상주시 외서면 민원담당 계장으로 근무하는 신씨는 더위가 지속되는 요즘에도 집이 아니라 프로폴리스 생산 공장으로 퇴근한다.

글·사진=상주 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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