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두 쪽 난 성주, 화합리더십 아쉽다

  •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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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09 07:17  |  수정 2016-09-09 07:24  |  발행일 2016-09-09 제1면
사드 분열 속 유력인사간 고소·고발…되레 民民갈등 악화시켜
“지도층·투쟁위 강경파 자중을…지역리더 통합 노력 절실한 때”

성주지역에 사드 후유증이 심각하다. 사드철회투쟁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과 불상사로 경찰의 주민소환과 주민 간 고소·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성주사드철회투쟁위원회는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어 심각한 노선갈등을 빚고 있다. 여기에 투쟁기금과 관련한 마찰도 심각한 상태다. 특히 사드철회를 위해 함께 싸워온 군민들이 제3지역 이전을 놓고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혼란 상황이 지속되자 성주지역 지도층부터 문제해결에 관심을 갖고 솔선수범해 화합을 위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성주경찰서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접수된 고소·고발은 총 13건. 주로 ‘한반도 배치 반대’를 주장하는 주민들이 SNS나 집회현장에서 벌인 언어폭력, 인신공격, 폭행 등과 관련돼 있다. 성주군은 지난달 22일 김항곤 성주군수의 ‘제3지역 검토 요청’ 기자회견을 앞두고 부군수실 문을 발로 차 부순 주민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투쟁위 노광희 홍보단장은 지난달 21일 제3지역 이전 검토에 대한 투쟁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주민 2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단체카톡방(1318)에서 개인 정보가 공개되고 욕설, 유언비어로 모욕 당하거나 명예가 훼손 당했다며 네티즌들을 고소·고발하는 주민도 잇따르고 있다. 성주경찰서는 당사자를 차례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지난 7월15일 총리의 주민설명회 때 발생한 충돌과 관련해 관련자들을 압수수색하거나 대거 소환 조사하고 있다. 얼음이 든 생수병을 던져 조희현 경북지방경찰청장의 이마를 찢어지게 한 사건 등과 관련, 소환 대상이 수십 명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철회를 주장하는 투쟁위 내부 강경파는 지난 7일 공동위원장의 동의 없이 투쟁위 명의로 자신들의 주장이 담긴 서한문을 미국대사관에 전달해 물의를 빚고 있다. 투쟁위의 공식 의결 사항인 ‘제3지역 검토’와는 다른 의견을 밝힌 셈이다. 사드투쟁을 위해 모은 기금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투쟁위는 지난달 초 정관을 만들고 기금모금 통장 개설을 경북도에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자로 불허됐다. 29일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된 투쟁위는 “지난달 말일까지 쓴 비용에 대해서 경북도가 불허할지 몰랐으며 이미 사용한 금액에 대해서는 어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투쟁위 내 강경파들은 기금을 자신들이 관리하겠다며 통장을 건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성금을 낸 일부 주민은 반환을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성주 사드 반대’를 위해 기탁했는데 투쟁위가 ‘한반도 사드 반대’ 등 자신들의 뜻과 다르게 행동하고 있다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7일 현재 현금 4억4천여만원을 모금했으며 1억6천여만원을 지출, 2억8천여만원이 남아 있다.

다수의 주민들은 지역 갈등이 도를 넘었다며 걱정하고 있다. 일부 주민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며 어르신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고 심지어 머리채를 휘어잡고 폭행을 가했던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건 잘못이란 것이다. 이 때문에 강경파의 자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재복 대한노인회 성주군지회장은 “팔십이 넘은 어르신에게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막말과 폭언을 일삼는 행위는 선비의 고장이자 충, 효, 예가 있는 성주에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일”이라며 우려했다. 정을 나누며 사는 전통의 고장에서 주민 간 고소·고발이 이어지는 것은 볼썽사납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유력 인사들이 고소·고발 등으로 사태를 악화시키는 일에 앞장서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는 주장이 적잖다. 오히려 지역리더들과 어르신을 중심으로 솔선수범해 화합의 메시지를 던지는 게 성주의 미래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찰의 수사와 관련해서는 선처가 필요해 보인다. 군민의 분노가 절정에 달한 상황이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상건 성주군 유림단체연합회 회장은 “정부의 일방적 사드배치 결정에 분노해 생긴 일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선처할 필요성이 있다. 이젠 갈등과 분열에서 벗어나 화합과 단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주=석현철기자 sh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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