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저수지 1970년대 이전 건설…“설계도면조차 없는 곳 많아”

  • 마창성
  • |
  • 입력 2016-09-22 07:25  |  수정 2016-09-22 09:22  |  발행일 2016-09-22 제5면
경북지역 저수지 ‘지진 무방비’
경북지역 저수지 ‘지진 무방비’
20160922
2013년부터 보강공사에 들어가 올해 말 완료되는 포항시 북구 신광면의 용연저수지 전경. 이 저수지는 부분적으로 내진설계를 갖췄다.


경북지역 저수지 대부분이 준공 50년이 넘었을 뿐 아니라 내진설계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경주 등 경북 동해안지역 저수지의 내진설계 비율이 10%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내진설계 및 보강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총 642곳 중 준공 30년 이상이 87% 차지
경주 내진설계대상 25곳이지만 반영 안돼
포항지역 내진설계된 곳은 11.8%에 불과
댐은 규모 6.1∼6.4까지 견뎌 강진땐 불안



◆저수지 대부분 내진설계 전무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경북지역 642개의 저수지 중 건설된 지 30년 미만은 80개(12.5%)에 불과한 반면, 30년 이상~50년 미만은 100개소(15.5%), 50년 이상은 462개(72%)에 이른다. 2001년부터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는 총 저수량 50만㎥, 제방 높이 15m 이상인 경우 내진설계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포항지역은 59개 저수지 중 내진설계가 이뤄진 곳은 저수량이 50만㎥ 이상이면서 최근에 준공된 북구 청하면 유계지, 신광면 마북지, 기북면 은천지 등 7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포항 전체 저수지의 11.8%다. 나머지 저수지들은 1970년대 이전에 축조된 것으로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았다. 2013년부터 보강공사에 들어가 연말 준공 예정인 신광면 용연지의 경우 부분적으로 내진설계가 이뤄지고 있다. 저수량이 600만㎥에 이르는 용연지는 이상강우(홍수)에 대비해 보강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방수로와 취수탑 등 구조물은 규모 6.0 지진에 대비해 내진설계가 반영됐으나 제방의 내진설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주지역도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75개 저수지 중 내진설계 대상은 25곳에 이르지만 대부분이 1970년대 이전 준공된 것으로 내진설계가 반영된 곳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농어촌공사 경주지사 측은 “경주지역 저수지의 90%가 1970년대 이전 건설된 것으로 내진설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정확한 자료를 찾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경주 지진의 진앙지 일대로 알려진 내남면의 화곡저수지는 내진설계 의무 적용 대상이지만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경주시 외동읍 사곡저수지의 경우 지난 12일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2㎝의 미세한 균열이 발생해 긴급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영덕군내 22개 저수지(100만㎥ 이상 중규모) 역시 1970년대 이전 건설돼 내진설계는 반영되지 않았다. 영덕에서 가장 큰 묘곡저수지(저수량 557만5천㎥, 제방 높이 23.5m)는 1963년 준공돼 현재 제방 높이 공사를 하고 있지만 내진설계는 반영되지 않아 안전성 강화가 시급하다. 울진군 내에서도 5개 저수지 중 최근 조성된 온정·매화저수지 2곳만 내진설계(6.5~7.00)가 적용된 상태이며, 나머지 저수지는 1960년대 조성돼 내진설계가 안 된 것으로 조사됐다.

영천지역도 93개의 저수지 중 1곳을 제외한 대부분이 7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저수지여서 홍수는 물론 지진 발생 시 재해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는 대다수 저수지가 일제 강점기에 축조된 것으로 설계도면 및 시공에 따른 기록조차 문서화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댐 내진설계 강화 필요성 논란

경북지역에는 안동댐 등 7곳의 다목적댐과 영천댐 등 3곳의 용수전용댐이 있다. 이들 10곳 댐 중 9곳은 규모 6.1~6.4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기상청은 규모 5.8에서 6.0 초반대 지진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6.5 이상의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질학자는 양산단층에서도 규모 6.5~7.0의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댐에 대한 내진설계 강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보현산댐은 ‘내진특등급댐’으로 지진규모 6.3에도 안전성이 확보되도록 설계 시공됐다. 내진특등급댐은 높이 45m 이상에 총저수량 5억㎥ 이상인 댐으로, 1천년 주기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용수전용댐인 영천댐과 감포댐은 1981년과 2007년에 준공됐으며, 각각 규모 5.4와 6.0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반영됐다.

그러나 총 저수량 1천700만㎥ 규모로 포항철강공단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안계댐(1970년 준공, 경주시 강동면)은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안계댐의 경우 2002년 실시한 내진성능평가에서 6.3 규모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내진성능 평가가 실시되지 않아 재검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규모 5.8의 경주 강진 이후 전국의 저수지와 방조제 등 농업기반시설을 긴급 점검한 결과, 균열 등 이상 징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지진의 진앙과 가장 가까운 경주 화곡저수지의 제방 등을 현장 점검한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여진에 대비해 저수율이 높거나 노후된 저수지를 중심으로 지속적이고 빈틈없는 예찰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마창성기자 mcs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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