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10m 철구조물, 숨진 근로자와 함께 150여m 거리 하천에 ‘쿵’

  • 마준영 손동욱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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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0   |  발행일 2016-10-20 제9면   |  수정 2016-10-20
■ 구미産團 스타케미칼 폭발사고 현장
건물 흔들리고 인근 아파트 유리창 파손
근로자·주민들 심각한 정신적 피해 호소
20161020
19일 폭발사고로 5명의 사상자를 낸 칠곡군 석적읍 구미국가산업단지 3단지 내 스타케미칼 공장이 폭발과 함께 불이 나면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고(왼쪽), 지름이 10여m인 연료탱크 뚜껑이 숨진 박모씨와 함께 150m 거리의 하천으로 날아가 떨어졌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칠곡] “갑자기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건물에 충격이 전해져 전쟁이 난 줄 알았어요.”

칠곡군 석적읍 중리 스타케미칼 폭발사고 현장은 각종 파편들로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대규모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공장은 처참하게 훼손돼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취재진이 현장에 도착하자 매캐한 냄새가 폴리스라인 바깥까지 진동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추가 폭발을 우려해 소방차들은 연신 사고가 난 공장에 물을 쏟아붓고 있었다.

폭발의 크기를 짐작게 하듯 산소탱크 파편이 인근 건물 옥상에 떨어져 있었고, 건물 유리창은 대부분 깨져 있었다. 건물 벽체 일부가 떨어져 나간 모습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폭발로 인한 심각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A씨(여·53)는 “모두 세 차례의 폭발음과 함께 갑자기 가게 천장이 내려앉았다”며 “전쟁이 난 줄 알고 너무 놀랐다. 아직까지 진정이 되지 않는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자리를 옮겨 사고 현장과 150여m 떨어진 인근 하천에 다다르자 지름이 10m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폭발과 함께 날아간 저장탱크 상판(뚜껑)이다. 이날 사고로 숨진 근로자 박모씨도 공장 굴뚝 위쪽에서 작업하다가 폭발과 함께 이곳으로 튕겨 하천에 추락했다. 목격자 B씨(45)는 “거대한 물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처음에는 경비행기인 줄 착각했다. 가까이 가보니 철 구조물이었고 바로 옆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119에는 경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폭발로 날아간 연료탱크 상판을 경비행기로 오인해 신고한 것이다.

인근 아파트의 유리창이 깨져 있는 모습도 보였다. 석적 금호어울림아파트에 사는 주민 C씨(여·43)는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면서 유리창이 깨져 지진이 일어난 줄 알았다”며 “경주 지진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데 세상 살기가 너무 무서워졌다”고 토로했다. 사고가 난 곳이 케미칼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일부 주민들은 화학물질이 날릴 것을 우려해 다른 지역으로 대피하는 등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폭발 충격으로 파편이 튀면서 도로 일부가 통제되기도 했다.

인근 공장의 근로자들도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었다. 업체 한 관계자는 “‘꽝’ 하는 폭발 소리와 함께 공장 유리창 여러 장이 깨지고 각종 건물 잔해와 파편들이 날아왔다”며 “대부분의 직원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으며 폭발·화재로 발생한 냄새 때문에 두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의 구미 방문을 몇 시간 앞두고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구미시를 비롯한 관련 당국은 긴급히 상황 파악에 나서는 등 이날 하루 동안 긴장감 속에 분주히 움직였다. 박 대통령의 구미 방문은 2014년 12월17일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 참석 이후 1년10개월여 만이다.

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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