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노인범죄 최근10년 1.4배 증가 “소득상실 따른 빈곤이 주원인”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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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8 07:47  |  수정 2016-12-08 07:47  |  발행일 2016-12-08 제12면
경북 노인범죄 현황과 원인·대책
경북노인범죄 최근10년 1.4배 증가 “소득상실 따른 빈곤이 주원인”

경북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8.4%를 차지하면서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노인이 소외되고 방치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노인들이 범죄에 내몰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증가 추세에 있는 경북지역에서의 노인범죄 현황과 원인, 대책 등을 살펴본다.

범죄피해 노인도 꾸준히 늘어
노인범죄율 떨어뜨리려면
복지강화·범죄예방 교육 필요

◆절도에서 살인까지

지난 8월 고령군 대가야읍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던 80대 남성은 진료 중이던 의사의 복부를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당시 가정사가 좋지 않았고 병원에 대한 불신이 컸으며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21일 김천에서는 60대 남성 2명이 김모씨(여·64)의 집 거실에 있던 마른고추 20근(약 2만원 상당)을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보다 앞선 3월에는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에서 농약이 든 소주를 마신 마을주민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마을 70대 남성을 피의자로 특정했다.

대법원은 사이다에 살충제를 넣어 6명의 사상자를 낸 이른바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의 피고인 박모씨(여·83)에게 지난 8월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박씨는 지난해 7월 상주시 공성면 마을회관에서 사이다에 살충제를 몰래 넣어 이를 마신 같은 동네 할머니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중태에 빠뜨린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구속 기소됐다. 박씨는 화투를 치다가 다툰 뒤 분을 못참고 이들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범죄 해마다 증가

노인범죄가 해마다 늘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에 검거된 노인범죄자는 2012년 4천401명, 2013년 4천645명, 2014년 4천941명, 2015년 5천641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4천12명이던 노인범죄자가 10년 만에 1.4배 늘어난 것. 경북지방경찰청의 2015년 65세 이상 노인 피의자 범죄현황에 따르면 형법범(강력범·절도범 등)이 2천276명, 특별법범(도로교통법 위반 등)은 3천365명이다.

형법범 중에는 상해·폭행 등 폭력범이 945명(전체의 41%)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지능범(543명), 절도범(253명), 풍속범(118명), 강력범(64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력범죄로 검거된 노인은 2012년 707명에서 2013년 676명으로 감소하는 듯했으나 2014년 763명, 2015년 945명으로 증가세에 있다. 강력범죄 역시 2006년 32명에 그쳤으나 2015년 64명으로 10년 만에 2배 늘었다. 강간, 살인, 방화 등 비중은 적으나 평균 증가율이 높은 모습을 보임에 따라 노인범죄가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사회활동 증가와 노인들의 자가운전이 증가하면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과 ‘도로교통법 위반’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범죄로 피해를 입는 노인의 수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범죄로 피해를 입은 60세 초과 노인의 수는 2013년 8천143명, 2014년 8천219명, 2015년 8천63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범죄 증가 요인

노인범죄 증가 요인으로는 경제력 저하에 따른 빈곤, 건강악화, 사회적 소외, 세대갈등 등이 지적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인구고령화와 형사정책의 변화’ 연구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8.6%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고(2011년 기준),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5.2%로 OECD 회원국 평균인 65.9%와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70~80%에 크게 밑도는 수준(2012년 기준)이다. 나이에 따른 노동력 상실과 퇴직에 따른 소득 상실로 인한 경제적 문제는 작은 이익에도 쉽게 동요하며 좌절감, 무력감, 심리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상대적 빈곤의 문제가 노인 범죄와 큰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논문은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 심함)가 2008년까지 다소 증가하다가 이후 조금씩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65세 이상의 노인 지니계수와 상대적 빈곤율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노인의 신체 변화도 범죄유발 요인으로 들 수 있다. 신체적 노화 현상은 물리적 힘에 의한 범죄를 줄이는 요인이 되지만, 노인의 신체기능 저하에 따른 건강 악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를 가져옴에 따라 불안, 욕구불만, 흥미나 인내력의 감소 등 심리적으로 더욱 취약해진다는 것. 심리적 변화는 범죄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노인범죄 증가는 다양한 측면이 있으나 가장 큰 요인은 소득상실에서 오는 빈곤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라며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축소되고 가정에서의 결정권이 줄어들어 불안감과 소외감이 증가한다. 작은 이익에도 쉽게 동요하며 좌절감과 무력감 및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노인범죄가 차츰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범죄 대책은 없나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인들은 결국 생계형 재산 범죄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생존을 위한 제2, 제3의 범죄가 일어날 수 있으며, 강력범죄가 연쇄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고 진단한다. 더군다나 노인빈곤은 범죄자가 될 가능성을 높이지만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 노인 부양에 다른 부양자의 스트레스가 노인학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빈곤과 경제적 위기가 초래한 가족 구성원 간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이를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사회적 자원이 없다면 노인학대로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하다.

특히 노인빈곤은 범죄 증가와 함께 자살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노인의 자살 충동 이유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질환과 장애였으며, 그다음으로 경제적 어려움인 것으로 조사됐다. 질환, 장애 역시 경제적 어려움에 따라 치료를 받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 상황으로 인식된다. 결국 노인 범죄와 함께 노인 자살 역시 경제적 어려움에서 야기된 문제라는 것이다.

박형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노인 범죄율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사회복지기관의 역할 강화, 노인 대상 범죄예방 교육, 독거 노인 거주시설의 취약성 보강, 노인수형자 전용 교정 프로그램 도입 등 단기적 전략과 노인복지 강화와 노인을 위한 법률 서비스 지원, 노인 범죄자 지원을 위한 법률 제정 등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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