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 최대 규모 신라사 집대성…집필 5년만에 30권 결실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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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9 07:52  |  수정 2016-12-09 08:49  |  발행일 2016-12-09 제11면
경북도 '신라사대계' 발간
연구총서 22권·자료집 8권 편찬
민족사 뿌리·경북 문화의 원류
체계적·대중적 편찬 필요성 인식
국민 화합·민족 정체성 확립 등
신도청 시대 새 미래 준비 초석
20161209
경북도가 5년 만에 발간한 신라사대계 ‘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영국 역사학자 E. H. 카(Carr)의 말은 역사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유명한 표현 중 하나다. 굳이 이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역사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교과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때론 역사는 역경을 헤쳐나갈 지혜를 주기도 한다. 역사는 돌고 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일들은 역사 속에서 유사한 형태로 발견된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신라 천년의 역사를 한데 모은 ‘신라사대계’가 ‘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라는 이름으로 발간됐다. 광복 이후 최대의 신라사 집대성으로 일컬어지는 이번 신라사대계 편찬에는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신라사대계에는 방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번영과 쇠퇴의 신라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봄으로써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미래에 대입시켜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경북 문화의 원류 ‘신라’ 역사 재조명

경북도는 2011년부터 신라사대계 편찬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자체 차원에서 오랜 시간을 투자해 신라사대계 편찬을 추진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민족사의 중요한 뿌리이자 경북 문화의 원류인 신라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함이다. 신라사는 그동안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단편적 연구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많았고, 이에 체계적이고 대중적인 신라사 연구총서 편찬이 필요했다는 게 경북도의 설명이다.

또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우리민족 뿌리찾기’의 일환이기도 했다. 한반도 최초의 통일국가인 신라의 역사를 통해 국민화합의 역량을 키우고 민족 정체성 확립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경북도는 ‘도민 자존감 회복’이라는 의미도 부여했다. 경상도 개도 700주년과 안동·예천 신도청 시대를 맞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초석으로서 신라 역사를 종합적으로 재조명한다는 것. 신라의 터전인 경북과 경북인의 정신을 조명하고 삼국유사 목판사업과 함께 경북의 정체성 확립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아울러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해 다양한 문화사업 등과 연계할 필요성도 있었다.

그렇게 많은 의미를 갖고 시작된 편찬사업에는 신라사 관련자 136명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2011년 ‘신라사 어떻게 쓸 것인가’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방대한 역사자료 분석, 흩어진 문헌자료 및 고고학자료 발굴, 신라 고비(古碑)와 미술자료의 정리, 그리고 답사와 집필 등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신라사대계가 완성됐다.



◆어떤 내용 담겼나

신라사대계인 ‘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는 연구총서 22권과 자료집 8권 등 총 30권으로 구성돼 있다. 표지는 신라시대 골품제도에 따른 백관의 의복색인 자색, 비색, 청색으로 구분했으며 자료집은 황금의 시대를 상징화한 금색이 사용됐다.

전체 내용은 신라의 출발이 되는 사로국의 태동에서부터 고려로 이어진 신라의 시대적 흐름과 함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체 역사를 지금까지 학계의 연구 성과를 중심으로 정리하고 있다. 신라의 건국과 성장, 체제 정비와 영토 확장, 왕권 쇠퇴와 지배체제의 동요, 신라의 통치제도와 사회 구조, 산업과 경제, 대외관계와 국제교류 등 다양한 주제가 폭넓게 다뤄졌다.

신라의 건국시기가 서기전 57년이라는 문헌기록에 따라 신라의 역사는 1천년에 이르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사로국을 모태로 한 신라가 수많은 굴곡을 거치며 발전해 갔다고 책은 밝히고 있다. 또 신라가 성장·발전해 나가는 데 다소 불리할 수 있는 지리적 특수성을 적절히 활용했다고도 설명했다. 신라사대계에선 특히 삼국통일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했다. 한때 삼국 중 가장 약자였던 신라가 삼국통합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유능한 인재와 그들이 발휘한 역량, 정확한 국제정세 진단 등을 꼽았다. 이 밖에도 신라의 언어, 문학, 의식주, 예술 등 생활 분야에 대한 서술 비중을 높였다.

자료집은 신라사 연구의 기초자료라 할 수 있는 유적, 유물, 금석문 등 고고학 및 미술사 분야의 사진자료를 취합해 지금까지 조사, 확인된 자료들을 시대와 주제에 맞게 편집하고 시각적으로 신라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한다. 학계 등에선 이번 신라사대계가 신라의 정통성을 이해할 수 있는 흔치 않은 대중연구 역사서라고 가치 부여를 하고 있다.

경북도는 발간된 도서를 국·공립도서관, 대학, 역사학회 등에 배포해 국민 역사의식을 함양하고 미래 통일의 교육 자료로 활용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신라의 복식, 신화, 전설 등을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화 사업 등 다양한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과 함께 신라사와 백제사 공동연구 및 교류 학술전, 실크로드 국가들과의 국제포럼 개최, 해외 문화원에 신라사 소개 등 신라사를 통한 문화소통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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