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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토크] 영화 ‘목숨 건 연애’ 한제인役 하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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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은기자
  • 201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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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연기가 고픈 ‘원조 길라임’…이번엔 방귀 뿡뿡 허당 소설가

하지원은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배우다. 그는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매력적인 배역인 명기(名妓) 황진이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조선시대 여형사(다모, 형사: 듀얼리스트)와 현대의 터프한 스턴트우먼(시크릿 가든)으로 분해 화려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주로 강인하고 담대한 여성상을 그려왔으나, 최근에는 귀엽고 발랄하며 사랑스러운 캐릭터(너를 사랑한 시간)도 맡아 연기의 깊이와 영역을 확장해오고 있다.

하지원은 한국에서 액션 장면을 가장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여배우로, ‘몸 쓰는’ 여주인공 캐스팅 1순위로 꼽힌다. 단지 튼튼한 기초체력과 뛰어난 운동신경을 가져서가 아니라 자신의 동작을 돋보이게 하는 연기력까지도 겸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에너지를 뿜어내며 배역을 묵직하게 만들다가도 어느 순간 세심하게 다듬은 애절한 감정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다. 여기에 엉뚱하고 섹시한 매력까지 더해지면서 대한민국에서는 아직까지 하지원을 대체할 만한 여배우를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대중에게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1997년에 데뷔해 어느덧 배우 경력 20년차이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과 열망은 누구보다 강하다. 겨울과 잘 어울리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목숨 건 연애’의 여주인공 하지원을 한 해가 저물어가는 2016년 12월의 어느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평상시 내 모습 투영된 작품

하지원은 연쇄살인 사건을 둘러싼 세 남녀의 아찔하고 달콤한 로맨틱 스릴러인 이 영화에서 ‘이태원 민폐녀’로 통하는 추리소설가 한제인 역을 맡았다. 한제인은 동네 사람 모두를 살인범으로 의심해 경찰은 물론 이웃들로부터 미움을 사는 캐릭터다. 추리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촉수를 바짝 세워 범인을 잡을 수 있는 단서를 찾게 되지만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자 홀로 비공식 수사에 나선다. 직접 범인을 잡고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쓰겠다는 야심찬 계획에서 출발했다. 그런 한제인의 모습은 엉뚱함을 자아낸다. 또 한편으론 귀엽기까지 하다. ‘허당’의 면모도 감출 수 없다.

하지원은 그런 한제인에게서 자신과 닮은 부분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한)제인은 추리소설 작가로 의협심 강하고 정의감 있는 인물이에요. 똑똑한데도 엉뚱한 면 때문에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자 직접 수사를 시작한 거죠. 다소 만화적인 캐릭터예요. 탐정 같은 느낌이 드는데 움직임이 저랑 비슷해요. 제가 평상시 잘 숨고, 탐정처럼 움직이거든요(하지원은 이를 ‘스스스 움직인다’라는 말로 표현했다). 리허설 때 감독님이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평소 제 모습을 일부 투영했습니다.”

‘목숨 건 연애’는 스릴러와 코미디, 로맨스,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가 혼재돼 있다. 하지원은 “작품을 매번 최선을 다해 찍어도 늘 아쉬움은 남는다”면서 “(장르) 조합이라는 새로움이 이번 영화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다양한 연기·쉼없는 도전 ‘20년차 배우’
“스릴러·코미디·로맨스·액션까지 혼재
장르 조합이란 새로움에 끌려 출연 결심”

천정명·진백림과 ‘아찔한’삼각 로맨스
종합선물세트급 캐릭터에 망가짐 불사

“그동안 사극·액션·멜로 등 두루 섭렵
여전한 연기 갈증 풀 작품 많이 하고파”



하지원은 이번 영화에서 ‘망가짐’을 불사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인해 중요한 순간마다 냄새가 독한 방귀를 뿜어대는 등 털털하고 친근한 모습에 더해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강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일거에 허물어뜨린다.

“제가 연기를 하고도 시사회 때 방귀 뀌는 장면이 나오니까 웃기더라고요. 편집을 통해 사운드가 들어가니까 좀 다르게 느껴졌어요. 촬영했을 때와 달리 마지막에 방귀 소리가 두 번 들렸는데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웃음이 나왔어요.”

하지원은 이번 작품에서 배우 천정명, 중화권 스타 진백림과 삼각 로맨스를 펼쳤다. 천정명은 한제인만을 바라보는 소꿉친구 설록환으로, 진백림은 한제인에게 애정 공세를 퍼붓는 프로파일러 제이슨으로 분해 각기 다른 사랑을 보여준다. 하지원은 자신의 연애 스타일에 대해 “그간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은 따로 없었다. 오랜 친구를 좋아해 본 적은 없다”면서 “한눈에 반해 사랑하는 스타일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화에서처럼 목숨 건 연애는 아닐지라도 주변의 반대와 같은 장벽이 있는 사랑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말로 사랑한다면 설득해보려고 최대한 노력해 볼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원은 극중에서 진백림과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영어는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배워왔습니다. 특별히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해온 건 아니에요. 해외 팬미팅 같이 대중과 직접 소통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으니까 공부를 해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설립한 연예기획사에 중국인 직원이 있는데 아직 중국어는 배우지 못했어요. 앞으로 하려고요.”

◆대통령 길라임 가명 소식에 ‘깜짝’

하지원은 최근 들어 정치 이슈와 관련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전 병원을 이용할 때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자신이 연기한 여주인공의 이름인 ‘길라임’을 가명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원은 종합편성채널인 JTBC의 관련 보도가 있은 후 열린 ‘목숨 건 연애’ 제작보고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피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놓는 의연한 대처로 눈길을 모았다.

“당시 저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JTBC ‘뉴스룸’을 시청하고 있었어요. ‘길라임’이라는 자막이 뜨길래 깜짝 놀랐죠. 요즘 ‘뉴스룸’을 보는 시청자들이 많잖아요. 곧바로 친구와 지인들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날아왔어요. 팬들도 SNS 등을 통해 관련 글을 올려주셨고요. 다다음 날 ‘목숨 건 연애’ 제작보고회가 열리기로 돼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하지원, 길라임 논란에 대해 직접 언급할까’ 하는 내용의 기사들이 올라왔어요. 저의 심경을 듣고 싶어한다는 걸 알고 사전에 매니저랑 의논해서 소신있게 제 생각을 얘기하자고 결론을 내렸어요. 사실상 마음 먹고 실행에 옮긴 거라고 볼 수 있어요.”

그는 “제작보고회 자리를 지나치게 무겁게 할 수 없어 ‘이번 영화 속 주인공 이름인 한제인은 쓰지 말아달라’고 말했는데 현장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면서 “내가 잘못 얘기했나 싶더라”고 말했다.

하지원이 ‘최순실 사태’의 여파로 관심의 한복판에 놓였다면 그가 주연한 영화 ‘목숨 건 연애’는 한국과 중국 간 군사·외교적 문제의 영향을 받았다. 이 영화는 2015년에 촬영을 마치고 당초 2016년 4월 중국과 동시 개봉을 추진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 개봉은 끝내 무산됐다.

“중국 동시 개봉은 결국 안 됐지만 앞서 열린 상하이 국제영화제에서 우리 영화가 상영돼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시국이 시국인 만큼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통해 많이 웃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연말연시에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가 좋지 않겠어요?(웃음)”

◆여전사는 작품 속 이미지일 뿐

하지원 하면 ‘여전사’가 떠오른다. 또한 도도한 이미지도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는 “평소엔 나에게서 전혀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작품을 통해서 보여지는 이미지일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사극, 현대극, 액션, 멜로, 코미디 등 장르와 형식을 가리지 않고 해 볼 수 있는 작품은 다 해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기고도 연애는 뒷전이다.

“이렇게 살아서 결혼은 못 할 것 같아요. 아직은 작품을 하는 게 더 재미있고, 지금 이 시기에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요. 다음 작품에서 더 좋은 역할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오히려 더 연기에 대한 갈증이 생겨나고 있어요. 연기는 오래 해도 재미가 있어요.”

그래서 그는 늘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다”는 그는 요즘 발레 스트레칭과 검무를 통해 자기 관리를 하고 있다. 작품 활동을 하지 않고 쉬는 동안에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바비큐 파티를 열어 술 한 잔 하며 음악 듣는 걸 즐긴다고 한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이에요. 제가 출간한 에세이 제목이기도 하죠.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잖아요. 최대한 느끼려고 합니다.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 한 잔, 저와 함께 있는 사람들, 그리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소중해요.”

20년이란 세월 동안 여배우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묻자 그는 “우린 그런(물리적) 시간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한 작품이 끝나면 또 다른 작품이 오는 것으로 시간을 인지하게 된다”며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달려가는 입장일 뿐이다. 작은 변화 속에서 성숙함을 보여주자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원은 1인 기획사를 설립해 운영한 지 벌써 5년째 접어들었다. 신인 시절이나 어릴 적에는 소속된 회사의 결정에 따라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해졌다.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어요. 월요일마다 저희끼리 회의도 하고 한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도 벌이죠. 엔터테인먼트 분야 경험은 없지만 경영을 해주는 분이 따로 계세요. 신인 배우들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어서 저는 연기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제 편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하지원은 2016년에 가슴 아픈 시련을 겪었다. 연초에 갑작스레 부친상을 당해 큰 충격에 빠졌다. 인터뷰 도중 잠시 눈빛이 흔들리는 듯했지만 그는 이내 냉정을 되찾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아직 다음 작품을 결정하진 못했는데 드라마든 영화든 빨리 좋은 작품으로 팬들을 만나뵙도록 하겠습니다. 기대감을 줄 수 있는 배우로 기억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글=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사진=박푸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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