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의 법조이야기] 朴 대통령 탄핵 여부 헌재 심리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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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1   |  발행일 2017-01-11 제29면   |  수정 2017-01-11
내부에선 “너무 빠르다”우려
늦어도 3월말 결과 나올수도

지난주 화요일(3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에서는 본격적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시작됐다. 헌재는 지난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1층 대심판정에서 1차, 2차 변론기일을 열고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헌재는 거듭 “빠르게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법조계 내부에서는 “국민 여론을 감안할 수밖에 없는 헌재의 당연한 선택”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헌재 내부에서는 “느리더라도 사안들에 대해 꼼꼼히 다 확인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이 시간끌기 전략을 선택했지만, 늦어도 3월 말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앞서 열린 세 차례의 재판은 첫 변론기일을 위한 준비재판이었기 때문에 지난주 열린 헌재 심판이 본격적인 첫 심리였다. 본격 심리였지만 1차 심리(3일)는 박 대통령이 불참하며 9분 만에 끝났다. 사실 이미 예상된 결과이기도 했는데, 헌재는 박 대통령이 2차 심리(5일)에도 불참하자 헌재법 규정에 따라 대통령 없이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차 심리 때는 증인 신문이 이뤄졌지만 헌재 희망대로 다 진행하지는 못했다. 헌재가 요구한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등 4인의 증인 중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만 증인으로 출석한 것. 이재만·안봉근 등 증인 2명은 잠적해 헌재는 증인 출석 요구서를 전달하지 못한 채 19일 증인 신문 일정을 새로 잡아야 했다.

나온 증인도 이미 짜맞춘 듯한 답변만 내놨다. 어렵게 모습을 드러낸 윤전추 행정관은 “최순실씨를 본 적은 있지만, 데리고 청와대로 들어가거나 동행한 적은 없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머리와 화장을 담당하는 미용사 2명만 청와대에 출입했다”며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의 미용시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 중 하나인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고 진술한 셈이다.

박 대통령 측의 이런 헌재 대응 전략은 시간끌기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법조계 중론이다. 법원 관계자는 “불리한 증인들은 출석을 하지 않게 하고, 출석하더라도 불리한 진술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헌재는 ‘서류’ 등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대체하고, 나머지 증인들을 최대한 빨리 불러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계획은 변함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헌재의 발언과 의지를 감안할 때 늦어도 3월말 전에는 탄핵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자연스레 나오고 있다. 박한철 소장(1월말)에 이어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3월13일)가 끝날 때까지 탄핵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면 재판관 7명만 남아 심판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 그럴 경우 탄핵을 인용하는 정족수 문제(7명 중 6명 이상 찬성 필요)와 함께 2명이나 빈 헌재의 결정에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3월 안에 탄핵이 결정되면 벚꽃 대선이 가능해지는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한철 헌재소장이 퇴임하기 전인 1월 안에 헌재가 결정을 낼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재 내부에서는 박 소장이 임기 안에 사건을 마무리짓고, 6년간 헌법재판소장을 연임하려 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헌재 입장에서는 탄핵 인용으로 결과를 미리 내놓고 그에 맞춰간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헌재 내부에서조차 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 헌재 관계자는 “연구관들을 중심으로 ‘역사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사건이고 그에 대한 대통령 탄핵 결정인데, 제대로 된 심리 없이 국민적 여론만 감안해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려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며 “국민적인 관심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헌재가 내리는 결정이 향후 역사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를 감안하면 시간을 성급하게 끌기보다는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헌재 사정에 밝은 대법원 관계자 역시 “헌재는 법률기관인 동시에 정치 쟁점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사회적 해결사의 역할도 맡고 있지 않나”라며 “국민적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헌재 입장에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일정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헌재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권한, 입지가 확장되는 점을 노릴 것인데 이게 헌재 본연의 역할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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