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주객이 전도된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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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9   |  발행일 2017-01-19 제30면   |  수정 2017-01-19
[취재수첩] 주객이 전도된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박광일기자 <사회부>

지난 연말 대구지역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이하 환승센터)가 문을 열었다.

동구 신천동과 신암동 일원 5만6천㎡(본관+별관) 부지에 들어선 환승센터는 지상 9층, 지하 7층, 연면적 33만7천㎡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환승센터 내 ‘대구 신세계백화점’은 영업 면적만 10만3천㎡의 지역 최대 규모로 개점과 동시에 유통업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개점 당일 매출액 60억원을 찍어 지역 신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종전까지 지역 최고기록은 2011년 문을 연 현대백화점 대구점의 47억원이었다. 오픈 당일 백화점 정문 앞에는 300m 이상 길게 늘어선 고객 행렬이 장관을 이뤘다.

환승센터 개장 후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대구신세계에는 주말과 평일 가릴 것 없이 매일 수많은 고객들로 붐빈다. 백화점만 보면 환승센터 오픈은 가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환승센터에 들어선 ‘동대구터미널’을 보면 ‘성공’이라는 단어에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환승센터 1층(1·2층 복층)과 3~4층의 절반은 옛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과 동부·남부시외버스터미널이 통합 이전한 동대구터미널이 자리잡고 있다.

깔끔한 내·외관과 최첨단 편의시설로 꾸며진 동대구터미널에 대해 기사와 승객들은 “예전 터미널에 비하면 천지개벽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터미널 구석구석까지 세심하게 살펴보면 합격점이라고 보기만은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고속·시외버스의 야간 주차공간 부족이다. 현재 환승센터에는 별관 박차장(1층) 158면과 본관 주차공간 36면 등 모두 194대의 버스를 수용할 수 있다. 여기에 야간 버스운행 종료 후 승·하차장까지 활용하면 최대 220대 정도 버스를 댈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야간 버스 주차수요는 260대 정도로 파악된다. 주차공간이 40면 정도 부족한 것이다.

박차장의 버스 정비공간도 비좁아 활용도가 떨어진다. 한 번에 최대 버스 4대까지 정비공간에 수용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엔진룸조차 열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기사들의 숙소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발권 시스템이 나뉘어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 하나의 매표소에서 고속·시외버스의 매표창구가 각각 따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승객들이 매표 창구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다가 뒤늦게 줄을 잘못 선 것을 알고 부랴부랴 옆 창구로 옮기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무려 7천억원을 들여 지은 환승센터의 현주소다.

환승센터는 말 그대로 ‘대중교통 간의 원활한 연계 교통’이 주된 목적이다. 백화점은 환승센터에 입주한 판매시설일 뿐이다. 무엇보다 터미널이 1순위가 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환승센터를 보면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구시와 사업시행자인 대구신세계는 다시 한번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라는 이름의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한다.박광일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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