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보수 황교안 대안론과 유혹의 속삭임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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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8   |  발행일 2017-02-08 제31면   |  수정 2017-02-08
[박재일 칼럼] 보수 황교안 대안론과 유혹의 속삭임
편집국 부국장 겸 정치부문 에디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 한자리 숫자에 머물던 여론조사 지지율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낙마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두자릿수를 훌쩍 넘었다. 이쯤되면 유의미한 수치라고 할 만하다. 출마해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게 됐다.

급기야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거의 유혹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10%대 여론은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우리 당에 온다고 하면 마다하지 않겠다”며 멍석을 깔았다. 심지어 황 대행 영입에 대비해 경선룰까지 손질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솔깃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다.

황 대행의 정치적 등장 배경은 누가 보더라도 보수 한 편의 결집에 따른 것이다. 정치적으로 그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적통을 이어가는 의미가 엿보인다. 일방적으로 내몰리는 박 대통령의 지지세력은 탄핵정국의 격랑 속에 대안을 찾아왔지만, 마땅한 출구를 찾지 못했다. 그것이 반기문에 이어 이제는 황 대행으로 표류하는 상황이다.

황 대행은 율사 출신이다. 검사로서 고위직에 올랐고, 박근혜 정권 출범과 동시에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종북세력으로 몰린 통진당 해산에서 그가 보인 솜씨는 보수의 칭찬을 받을 만했다. 급기야 총리에까지 올랐다. 대통령 대행으로 야권에서 이런저런 시비를 걸고 있지만, 안정된 외모에 일정 부분 정치적 카리스마까지 보여 대권 도전설이 나오는 것은 의당 자연스럽기도 하다.

그렇다면 ‘황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출마’는 합당한가. 결론적으로 그를 옹립하려는 이들에게는 서운할지 몰라도 나는 그것이 정치적 상식에 맞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법적 문제는 없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세세한 대통령 선거법 규정을 보면 황 대행의 출마를 제한하는 구절은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크게 눈을 떠보면 뭔가 걸리는 구석이 있다. 헌법정신으로 에둘러 말하고 싶다. 현재의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 단임제를 규정한다. 한 번 대통령을 하면 영원히 다시 나올 수 없다. 과거 권위주의 독재 악몽에서 나온 장치지만 법은 그렇다. 현직의 대통령이 다음 임기를 위해 선거와 대통령직을 혼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황 총리의 현재 직함에는 ‘대통령’이 포함돼 있다. 그가 출마한다면 비록 대행이지만 대통령직을 수행한 뒤 연이어 대통령이 된다는 의미도 된다.

또 하나 정치적 책임 문제다. 대한민국 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엄연히 대통령이 임명한다. 2인자인 총리는 대통령과 함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패키지다. 탄핵사태에 그가 법률적 책임을 질 이유는 없지만, 정치적으로 자유롭다고 하기 어렵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이 시점에서 황 총리가 대통령 야망이 있다면, 그것은 논리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정한다는 전제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알다시피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권한대행 부총리’란 해괴한 직함의 등장을 우리가 바라볼 수는 없지 않은가.

보수 대안론과 출마설의 큰 줄기에 대해 물론 황 총리 스스로는 한번도 언급한 적은 없다. 위기에 처한 보수쪽 정치인들이 꺼내든 카드에 가깝다. 유혹의 속삭임이다. 언제부터인가 여권, 그러니까 여권 친박의 행보는 정치적 상식을 조금씩 조금씩 이탈해 왔다. 99% 국민통합을 주창한 박근혜 정권 하의 해괴한 진박 논란, 배신의 정치, 무슨 사극에서나 볼 듯한 옥쇄를 둘러싼 논쟁, 그리고 최순실 게이트의 방치에 이르기까지 그 악수의 총합이 어쩌면 이번 탄핵사태일지도 모른다. 거기에 황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향한 출마 종용까지 보태진다면 악순환의 대미가 될까 두렵다.

황 권한대행은 설령 야심이 있다면 이번에는 접어야 한다. 그의 선택은 ‘안타깝게도’ 권한대행으로서의 책무를 마지막까지 수행하는 것이다. 탄핵이 인용돼 차기 대통령에게 그 자리를 이양하든, 아니면 기각돼 박근혜 대통령을 영접하든 거기까지가 황 권한대행의 현 시점의 역사적 임무다. 만약 그에게 천운이 있다면 후일 다시 기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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