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독일에서 배운 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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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9 07:57  |  수정 2017-02-09 07:57  |  발행일 2017-02-09 제21면
[문화산책] 독일에서 배운 인내
전태현 <성악가>

독일 유학 시절 나에게 가장 시급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인터넷이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집에 인터넷이 연결되어야만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안부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독일의 한 인터넷 통신사로 찾아가 떠듬떠듬 독일어로 인터넷을 신청했다. 신청하면 당일이나 그다음 날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예상과 달리 신청 1주일 뒤 인터넷 신청확인서와 함께 비밀번호가 우편으로 도착하고, 2주 뒤에는 모뎀기계가 도착하며, 3주 뒤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정확히 1주일이 지나 신청확인서와 비밀번호가 우편으로 도착했고, 그 후 모뎀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하루하루가 무척이나 더디게 갔다. 드디어 약속의 날이 되었다. 아침부터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받아 오전 8시경 컴퓨터의 전원을 켰고, 인터넷 아이콘을 더블클릭했다. 뜨는 화면은 기다리던 화면이 아닌, 연결 상태를 확인하라는 메시지였다. 답답한 마음에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그 시간에 안 될 수 있지만 당일 안에 될 것이니 걱정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에도, 그날 저녁이 되어도 인터넷은 연결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인터넷통신사로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듣고 있던 직원은 사과는커녕 표정 변화 없이 내게 서비스센터에 전화해 보라며 번호를 건넸다. 집에 도착해서 바로 전화를 했다. 음성 안내에 따라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자 상담원과 곧 연결된다며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안내했다. 여기서 또 한 번 인내심을 시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금방 연결된다던 상담원은 연결음만 들릴 뿐 30분이 넘도록 연결되지 않았다. 전화기를 든 지 35분가량 되었을 때 드디어 통화가 되었다. 상담원은 기술 담당자를 연결해주겠다며 또 기다리라고 전했고, 다시 연결음이 들렸다. 외출을 해야 했기에 결국 그날 통화를 포기했다.

다음 날 내 억울함을 어학원 선생님께 호소했고, 선생님은 나를 도와주기 위해 흔쾌히 전화를 들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인터넷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고 자연스럽게 스피커폰 기능으로 바꾼 다음 통화가 아닌 자기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30분 후쯤 상담원이 연결되자 자신의 업무를 잠시 멈추고 여유롭게 통화를 시작했다. 그 후 몇 명의 사람과 더 통화를 하고 연결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짜증 한 번 없이 통화를 끝냈다. 결국 두 달 정도 후 우여곡절 끝에 인터넷으로 가족의 안부를 물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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