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정리매매 후 청산절차…‘폭탄돌리기’ 주의보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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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0   |  발행일 2017-02-20 제21면   |  수정 2017-02-20
상하한 30% 가격제한 적용안돼
가격급등락 노린 투기매매 우려
정리매매 기간 평균수익률 -85%

한진해운 정리매매를 앞두고 투기성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자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7일간 진행되는 정리매매 기간에는 상·하한 30%의 가격제한 폭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가격 급등락을 노린 단타 매매꾼들의 ‘폭탄 돌리기’가 쉽게 나타나는 데다 한진해운은 5만3천명이 넘는 소액주주가 한진해운 총주식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그럴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장폐지 이후 기업이 존속하면 장외거래라도 기대해볼 수 있지만, 한진해운은 정리매매 이후 청산절차를 밟기 때문에 기업 자체가 사라져 장외거래도 기대할 수 없어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법원의 파산선고로 한진해운의 상장폐지가 확정, 오는 23일부터 정리매매에 들어간다.

소액주주가 많은데다 기업이 파산돼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기간이 정리매매밖에 없어 이 기간 단기 급등락을 노린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주식 투자자인 김모씨(44)는 “이 기간 어떤 종목보다 손실을 줄이려는 기존 투자자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려는 세력이 개입할 가능성도 크다”면서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타이밍만 잘 맞추면 하루에도 몇 배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에 나서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종목은 하루에 2배 이상 급등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기존 투자자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물타기성 투자’를, 정리매매 투자 전문가들은 저가에 매수에 큰 수익을 올리는 도박성 투자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큰 손해로 이어지는 만큼 일반 투자자는 함부로 나서는 게 좋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 하반기 이후 상장폐지된 16개 종목의 정리매매 기간 수익률은 평균 -85.4%였다.

일부는 정리매매 기간 초기에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정리매매 마감일에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된 제이앤유글로벌은 지난해 4월 말부터 시작된 정리매매 기간 닷새째에 331.25% 급등하기도 했지만, 마지막 이틀간 다시 폭락해 결국 92.8% 떨어진 채 마감했다.

현재 정리매매가 진행 중인 프리젠은 첫날인 15일 920원이던 주가가 5천100원으로 뛰어 454.3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곧바로 하락 반전해 이틀째 4천100원, 사흘째 2천490원으로 급락 중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 기업 주주들과 비상장 기업 주식이어도 최소한의 환금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매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 정리매매인 만큼 잠깐의 시세차익을 노리고 뛰어드는 것은 무모하다”며 “수익률이 높아 인위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리는 투기세력들이 개입해 투자자를 현혹할 수 있는 만큼 일반 투자자는 처음부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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