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미니멀라이프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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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7   |  발행일 2017-03-17 제23면   |  수정 2017-03-17

독일 태생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1900~1980)은 현대인에게는 두 가지 생존 양식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는 돈·명예·권력·지식 등의 소유에 전념하는 ‘소유적’(To Have) 양식이며, 반대의 다른 하나는 물질에 초연하면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존재적’(To Be) 양식이다. 프롬은 끝없는 욕망과 집착으로 인해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소유의 삶을 버리고, 자기 내면의 평화와 행복을 중시하는 존재의 삶을 살라고 충고했다. 쉽게 말하자면 삶의 껍데기에 연연해 말고 본질에 충실하라는 셈이다. 하지만 소유욕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를 실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가끔 TV에서는 아무 필요도 없는 잡동사니와 쓰레기 따위를 끝없이 모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이들은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물건이든 뭐든 모으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사는 저장강박증 환자들이다. 영어로는 저장하는 사람이란 뜻의 ‘호더’(hoarder)라고 하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주위에도 물건 모으는 재미만 알고 버릴 줄은 모르는 호더가 적지 않을 듯싶다.

하지만 요즘 들어 ‘과잉된 삶’에 염증을 느끼고 호더와 정반대의 길을 가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극히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이른바 미니멀라이프(minimal life)족이다. 미니멀라이프란 말 그대로 쓸데없는 물건은 버리고 최소한의 생필품만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수년 전부터 미국과 일본 등에서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일본의 경우 2011년 대지진 때 자연의 무서움에 큰 충격을 받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미니멀라이프가 확산됐는데, 당시에 ‘끊고, 버리고, 떠난다’는 뜻의 ‘단사리(斷捨離)’란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비단 개인에게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필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짐만 되는 허례허식과 특권의식, 권위주의부터 버렸으면 한다. 무소유와 단순함의 행복을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가 생활의 혁명이 될지, 아니면 한순간 유행으로 끝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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