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향이 좋은 꽃은 뇌가 보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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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0 07:54  |  수정 2017-03-20 07:54  |  발행일 2017-03-20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향이 좋은 꽃은 뇌가 보기에도 좋다

소행성 B-612에 사는 어린 왕자가 소중하게 가꾼 장미꽃 한 송이는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 향기 역시 매우 좋습니다. 여러분은 꽃을 가만히 바라보다 문득 내가 이 꽃을 아름답다 하는 것은 정말 이 꽃이 아름답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꽃의 향기가 좋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일까 궁금해본 적은 없으신지요? 향기를 연구하는 저 같은 뇌연구자에겐 이 질문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모넬 화학감각연구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꽃은 향기가 좋아야 보기도 좋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향기 경험을 통해 어떤 특정한 결정을 내리거나 특정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향기를 맡은 후에 드는 감정에 따라 우리 뇌가 내리는 결정이나 행동이 다르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좋은 향기를 맡고 그 후에 보는 사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높고, 불쾌한 냄새를 맡고 그 후에 보는 사물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향기는 우리에게 감정적 결정을 하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향기에 의한 감정적 결정은 5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넬 화학감각연구소의 실험은 3세에서 7세 어린이 1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아무 향이 나지 않는 병과 장미 향기와 생선 냄새가 각각 담긴 병을 주고 향을 맡도록 하였습니다. 향을 맡고 나서 바로 컴퓨터 모니터 화면 속에 나타난 두 가지 표정 사진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였습니다. 화면 속의 표정은 동일한 사람의 행복한 표정과 언짢은 표정이었습니다. 어린이가 화면 속의 표정을 선택하면, 연구자들은 어린이에게 맡은 향이 좋았는지 싫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5세 미만 어린이들은 맡은 향과 무관하게 대개 행복한 표정의 얼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5세 이상 어린이들의 경우, 장미 향기를 맡은 아이들이 행복한 표정의 얼굴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생선 냄새를 맡은 아이들은 언짢은 표정의 얼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5세 넘는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경험한 향이 어떤 표정의 얼굴을 선택할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해주며, 이는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향기 경험에 따라 감정적 결정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러니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은 것이 아니라, 향이 좋은 떡이 보기도 좋고 맛도 좋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이 연구결과를 접한 향기박사에게 흥미로웠던 것은 실험결과가 5세라는 나이(한국나이로는 6~7세)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 모두가 공감하는 말이 아마도 ‘미운 일곱 살’이겠죠. 그동안 말을 잘 듣고 사랑스럽기만 했던 내 아이가 일곱 살이 되니 갑자기 사사건건 토를 다니 미워지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죠. 사실 이 시기는 어린이의 뇌 발달이 활발해지고,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입니다. 또한 자신만의 사회성이나 도덕적 기준이 형성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이들은 더 이상 부모님에게 순종만을 하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에 익숙지 않은 우리 부모님들은 아이가 부모에게 반항을 시작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현명한 부모님들은 ‘모넬 화학감각연구소’의 연구결과를 활용하여 아이들의 방에 좋은 향이 풍기는 디퓨저를 하나 선물하거나 향이 좋은 간식을 마련할 것입니다. 그러면 미운 일곱 살 내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말대꾸를 줄이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스스로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행복한 결정을 하겠죠? 지독히도 어둡던 긴 겨울을 뒤로하고 봄이 왔습니다. 이 봄에는 여러분 마음속에 향 가득한 소중한 장미꽃 하나씩 키우며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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