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내가 만든 회사인데…누가 날 기소했나"…가족들 눈시울

  • 입력 2017-03-20 19:28  |  수정 2017-03-20 19:28  |  발행일 2017-03-20 제1면
법정서 지팡이 휘두르려 해…출석 30분 만에 퇴정
신동빈·신영자·서미경, 신격호 지켜보다 안타까움에 눈물
지난해 가정법원서 한정후견 개시 결정…"정상적 사무처리 능력 부족"

 '경영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이 회사는 내가 100% 주식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나를 기소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과 함께 20일 오후 나란히 형사 재판을 받으러 법정에 출석해서다.


 신 총괄회장은 오후 2시 정각에 시작한 재판에 20분 가량 늦었다. 고령에 거동이 불편한 탓이다.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도착한 신 총괄회장은 재판장이 기본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하는 인정 신문을 진행하자 "이게 무슨 자리냐"고 물었다.


 변호인이 "검찰 단계에서도 제대로 기억을 못하셔서…"라고 말꼬리를 흐리자 재판장은 "재판중이라는 걸 잘 모르시냐"고 물었다.


 올해 만 95세의 고령인 신 총괄회장은 기억력 장애 등이 있어 정상적인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가정법원도 그가 질병이나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고 보고 지난해 8월 한정후견(법원이 정한 범위 내에서 후견인이 의사 결정을 대신 함) 개시 결정을 내린 바있다.
 


 신 총괄회장은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옆자리에 앉은 신 회장, 신 부회장 등에게질문을 던졌고, 신 회장은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


 재판장이 신 회장에게 "어떤 말씀을 하시는거냐"고 묻자 신 회장은 "누가 회장님을 기소했냐, 여기 계신 분들이 누구냐고 물으신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자기가 만든 회사인데 누가 대체 자기를 기소했느냐,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재판장은 신 총괄회장 측이 공소사실에 대한 부인 입장을 모두 밝히자, 신 총괄회장 측에 "퇴정해도 된다"고 허락했다.
 신 총괄회장은 수행원들이 휠체어를 밀며 이동하려 하자 제지하고는 변호인과 다시 말을 주고받았다.


 신 총괄회장과 대화를 나눈 변호사는 재판부를 향해 "이 회사는 내가 100% 가진회사다. 내가 만든 회사고, 100% 주식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나를 기소할 수 있느냐. 누가 나를 기소했느냐"라며 그의 말을 대신 전달했다.


 신 총괄회장은 변호사에게 "책임자가 누구냐. 나를 이렇게 법정에 세운 이유가 무엇이냐"고도 물었다.
 재판장은 이에 "나중에 설명해달라. 그 정도 말씀이면 퇴정해도 될 듯하다"고 거듭 퇴정을 허락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은 휠체어 밖으로 발을 내딛으며 퇴정을 거부했다. 주변에서"(재판부가) 회장님 설명을 들으실 겁니다"라고 설득하자 들고 있던 지팡이를 휘두르려 하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신 회장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딸인 신영자 이사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도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가족들 모두 코까지 빨개질 정도였다.


 결국 신 총괄회장은 법정 출석 30분 만에 먼저 자리를 떠났다.
 


 그는 수행원들이 "호텔 집무실로 모시겠다"며 차량에 태우려 할때도 "어디를 간다고? 호텔 필요없어. 회의 해야 해. 내가 회장 아니냐"며 버텼다.


 그는 수행원 중 한 명이 "(회장이) 맞습니다. 회의 다 끝났습니다"라고 설득한 끝에 겨우 차량에 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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