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논술

  •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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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05   |  발행일 2017-04-05 제31면   |  수정 2017-04-05

독일 교육은 철저하게 글쓰기를 기반으로 한다. 독일 고등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인 ‘아비투어’(Abitur·고교졸업 자격시험)가 단적인 예다. 이 시험은 과목당 3~4시간에 걸쳐 장문의 글을 쓰는 방식으로 치르는 것이 특징이다. 객관식이 주를 이루는 한국 수능과 달리 논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독일이 이런 교육 방식을 채택한 배경에는 ‘자기 생각과 주장이 부족했던 탓에 한때 나치를 지지했으며, 그 결과 전세계적 비극을 자초한 전범국가로 전락했다’는 과거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자아성찰이 자리잡고 있다. 당시 시민사회가 자기 생각을 확립하고, 그 주장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더라면 2차 세계대전과 같은 참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달리 표현한다면 독서와 토론, 그리고 글쓰기를 결합한 교육(논술)을 통해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를 구현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과거와 유사한 참극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논술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논술은 자기의 의견이나 주장을 논리적이고 조리있게 글(文)이나 말(言)로 서술하는 행위를 말한다. 풀어 설명한다면 어떤 주제나 제시된 문제를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통해 체계적으로 파악하면서 자신의 견해와 주장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논리성이다. 논술의 목적은 설득에 있기 때문이다. 설득이란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나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다. 결국 좋은 논술이란 자신의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조합해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는 글을 말한다.

근거가 아예 없거나 부실한 상태에서 자신의 주장만 앞세우는 ‘억지’ 또는 ‘우기기’에 설득 당할 사람은 없다. 따라서 논술은 내 주장을 뒷받침하는 지식과 정보가 필수 사항이다. 독일은 물론 선진국 대부분이 교육을 목적으로 한 각종 시험에 논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논술을 교육과정에 끌어들임으로써 자연스럽게 독서와 토론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갖춘 민주시민을 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객관식과 정답(正答)에 길들여진 한국과 달리, 논리적 사고로 해답(解答)을 찾는 방법을 가르치는 선진국 교육 방식이 부러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창훈 경북본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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