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끊임없이 열어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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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08   |  발행일 2017-05-08 제30면   |  수정 2017-05-08
자기성찰 동반 안된 지식
타인을 지배하는 데 사용
경직성은 중년 되면 늘어
마음 열고 생각을 바꿔야
정신의 경직성 극복 가능
[아침을 열며] 끊임없이 열어두기
박소경 (호산대 총장)

‘붓 대롱으로 하늘을 본다’는 말이 있다. 식견(識見)이 낮음을 말하는 것이다. 식견은 보고 들어서 아는 것으로, 영어로는 opinion(견해)이라 한다. 플라톤의 ‘국가’에 ‘동굴의 비유’가 있다. 교육(education)의 어원이 여기에서 나왔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죄수들이 동굴 속에서 묶인 채 벽에 비친 그림자만 보며 지낸다. 그중에 한 사람이 사슬을 끊고 동굴 밖으로 나와 참된 실재의 세계, 사물 그 자체를 직접 보게 된다. 이것이 견해와 참된 지식(진리)을 구별한 최초의 스토리다.

칸트는 ‘판단’을 규정적인 것과 성찰적인 것으로 구별했다. 규정적 판단은 집단 내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편견이 되며, 반대로 모두가 동의하면 편견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성찰적 판단은 개별 사례에서 보편적인 것을 끌어내는 방법인데, 만약 성찰이 피상적이라면 편견이 될 것이다.

편견을 전혀 가지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것만 알며, 자신의 삶이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줄여 나가야 한다. 편견은 앞을 제대로 볼 수 없게 가로막아 현실을 왜곡하게 한다. 좁은 관점에서 판단하고 고집하면 상대방에게는 폭력이 되며 자신은 망상에 빠질 수 있다. 불교의 초기 경전인 숫타니파타에도 “견해에 대한 집착은 참으로 뛰어넘기 어려우니, 생각을 깊이 하더라도 독단을 고집하기 마련이다. 참으로 완고한 사람은 이끌기가 쉽지 않다. 이미 자신이 지어낸 잘못된 견해를 고집하기 때문이다”고 적혀 있다. 경직성은 중년이 되면 늘어나서 37세에서 61세 사이에 두 배 이상이 된다고 한다. 정신의 경직성을 극복하는 방법은 생각의 변화에 마음을 여는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견해를 진리로 수정해 나가는 것이다. “지구상에 정의보다 더 유익한 것이 단 하나 있다. 진리 자체가 아니라 진리의 추구가 그것이다.” 알베르 카뮈의 말이다.

재능의 본질은 성격이라고 한다. 재능을 펼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격이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원래 우리에게 공부란 마음공부였다. 자기 성찰이 동반되지 않는 지식은 남을 지배하려는 권력의 욕구에 쓰이고 만다. ‘논어를 500번 읽으라’는 말이 있다. 손에서 놓지 않고 반복해 읽다보면 어느새 군자가 되어간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논어 헌문편에 인(仁)이 무엇인지를 묻는 자로에게 공자는 자신을 닦고 남을 편안하게 해주는(修己安人·수기안인) 것이라 대답했다.

사찰은 빌러 가는 곳이 아니라 경전 공부를 하러 가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눈을 감은 듯 뜬 듯한 불상은 자신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동시에 보고 있는 모습이다. 천수천안관음도(千手千眼觀音圖)는 고려시대의 불화로 몸에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갖춘 관음보살이다. 칼 융은 “유불선(儒佛仙)을 가진 동양인이야말로 문명인”이라 극찬했다. 노자의 무(無)는 융에게 본연의 ‘자기’였다. 융은 ‘도덕경’에서 ‘원형’과 궁극의 ‘자기’를 발견했다. “내가 일찍이 본 것 중에서 가장 완전한 설명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도는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오며, 느슨하면서도 잘 꾀한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 성긴 듯하나 놓치는 것이 없다.” 노자의 도덕경은 대극합일을 상징한다. 도덕경 49장은 ‘성인에게는 고정된 마음이 없다’다. 융은 장자도 인용한다. “나와 나 아님이 더 이상 대립되지 않는 상태를 도라고 부른다.” 공자, 노자와 장자, 선(禪)불교에 깊이 공감한 융은 인간의 존엄과 그 가능성에 주목할 것을 강조하게 된다. 동양철학에서 중요 핵심은 맨 앞에 나온다.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며, 이름 지을 수 있는 이름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 인간이 무엇이며 나는 누구인가. 오직 모를 뿐은 아닐까. 숭산 스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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