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맘 상담실] 우리 아이 영어교육 어떻게 하나

  • 이효설
  • |
  • 입력 2017-05-15 08:22  |  수정 2017-12-20 14:00  |  발행일 2017-05-15 제19면
“영어 습득, 일기 쓰고 동화책 읽으며 스스로 흥미 느껴야”
학원·학교 공부에 의존하면 안돼
영어와 놀 수 있는 환경 조성 필요
자녀가 상처받지 않게 배려도 해야
20170515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직접 참여해 영어를 익히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제공>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영어교육 때문에 고민하는 초등맘이 적잖다. 학원에 무조건 보내야 하는지, 엄마표(?) 영어를 선보여야 하는지 확신이 생기지 않는 데다 도대체 얼마나 가르쳐야 할지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현직 초등 교사의 조언을 통해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도움을 얻자.

Q: 요즘 초등학교 교실에서 영어 수업은 어떻게 하나요.

A: 학교 영어 수업은 자기 주도적으로 영어에 대한 흥미와 동기를 가지고 언어 습득에 필요한 1만 시간의 긴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언어 표현이 의미 있고 이해 가능하도록 다양한 학습 매체를 사용하고 있으며, 상호 작용을 유발하는 수업 구조를 만들어 활발한 의사소통이 일어나도록 합니다.

최근 들어 학습자 중심의 학습이 학교 현장에 도입되고 있습니다. 교사 중심의 가르침을 내려놓고 수업권을 학생들에게 돌려주어 학생 스스로가 신나게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에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교사 중심의 학습(교사 설명, 읽을거리 또는 볼거리 제공하기), 교사의 시범 보이기보다 학습자 중심의 직접 해보기, 토론 및 토의하기, 다른 친구에게 가르쳐주기 활동이 학습 효과가 크다는 것은 많은 자료를 통해 증명이 되고 있습니다.

거꾸로 학습을 예로 들어볼까요. 조기 교육의 열풍을 탓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은 이미 어린이집이나 보육원에서 기본적인 영어 표현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초등학교 영어과 교육과정에 입문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과서가 제시하는 대로 듣기, 따라 말하기, 표현 따라 읽기, 알파벳을 따라 써 보기와 같은 진부한 활동은 오히려 1만 시간의 긴 여행에 흥미와 동기를 떨어뜨릴 소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교사는 학습 내용의 전달자가 아니라 언어 활용의 촉진자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Q: 영어공부는 얼마나 해야 하는 것일까요.

A: 언어 하나를 학습하는 데 대략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 1만 시간을 어떻게 완성할 수 있을까. 만약 영어 문화권의 나라에 이민을 가서, 혹은 어학연수를 가서 하루 일과 시간 8시간을 모두 영어사용에 활용한다고 했을 때 1만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약 4년이 걸립니다.

영어실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쉽게 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영어를 학습하는 데에 소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공교육에서 할당한 영어 교육시간(3·4학년에서는 주당 2시간씩, 5·6학년에서는 주당 3시간)만으로는 1만 시간을 채우기는 데 힘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학원이나 학교에서 하는 영어 공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틈나는 대로 영어를 가지고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1만 시간의 여행을 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영어 공부는 언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A:여러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1만 시간의 긴 여행을 조금 일찍 떠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아이들의 시작 시기와 자신의 자녀를 비교하며 소중한 자녀를 무모한 경쟁으로 밀어 넣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Q: 가정에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자 스스로가 1만 시간을 채워가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입니다. 1만 시간을 따로 떼어내어 물리적으로 할당할 수도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영어에 대한 흥미와 동기를 가지고 1만 시간의 여행을 헤쳐 나가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합니다.

학원에 보내는 것, 냉장고에 단어를 붙여 하루 한 가지 표현을 함께 활용하는 것, 매일 아침 영어 라디오 방송으로 잠을 깨워주는 것, 학교에서 배운 간단한 영어 표현을 일상생활에서 함께 나누는 것, 영어 동화를 함께 읽는 것, 영어 일기쓰기를 시도해 보는 것, 디즈니 영화를 한글 자막 없이 보는 것…. 영어 사용의 맥락이 갖추어졌다면 모두 다 가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길고도 험한 여행에서 학습자가 낙오하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도움말=조재식 대구교대부설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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