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가사분담률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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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9   |  발행일 2017-06-29 제30면   |  수정 2017-06-29
여성 무시 가부장적 이미지
대구경북 위기로 모는 요인
남성의 성역할 태도 변해야
가정 성평등 수준 올라갈 것
‘남자 일’‘여자 일’관념 깨자
[여성칼럼] 가사분담률에 대한 오해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남편의 하루 가사활동 시간 38분, 아내의 가사활동 시간 2시간31분. 가사를 ‘부인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비율은 31.0%, ‘공평하게 분담’하는 비율은 13.7%. 집안일의 아내 전담률은 대구가 7대 광역시 가운데 부산(35.3%)에 이어 둘째로 높은 수치인 반면 공평 분담률은 가장 낮은 수치다. 2017 양성평등주간(7월1~7일)을 맞아 대구여성가족재단에서 발표한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중 가사 분담에 관한 통계 현황이다. 한마디로 대구 남성의 가사 참여 및 분담률이 매우 저조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15년 ‘대구경북 남자랑 결혼한 여성은 집안일을 한 시간 더한다’는 서울대 이철희 교수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지역사회에서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남아선호가 강하게 나타난 지역에서 태어난 남성은 남아선호가 덜 강한 지역의 남성에 비해 전통적인 성역할 태도를 지닐 확률이 높았으며, 이는 결혼 후 가사노동을 배분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더라는 것이다. 결국 남성의 성역할 태도에 변화가 있어야만 가정 내 불평등이 해소될 수 있음을 시사해주는 연구 결과였다. 당시 언론들은 인천에 사는 주부보다 무려 ‘65분’이나 더 긴 경상도 주부의 가사노동 시간에 주목했지만 연구에서 말하고자 했던 핵심은 남성의 내면화된 성역할 태도의 차이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점이었다. 지역의 한 원로 교수는 이는 대형 재난에 버금갈 만한 큰일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남아선호가 강하고, 여성의 가사노동이 다른 지역보다 더 길고, 가부장적 의식으로 여성을 무시하는 이런 이미지야말로 대구경북을 위기로 몰고 갈 요인이라는 것이다.

대구 남성의 낮은 가사분담률,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가사노동 시간을 가지고 얘기를 하면 많은 남성들이 수긍하기보다 반론을 펼친다.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늦은 퇴근 시간 때문에 도무지 집안일 도울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구조적 한계론부터 “실제로는 조사 결과보다 집안일을 더 많이 하고 있지만 막상 조사에 응할 때는 특유의 보수성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줄여서 말했을 것”이라는 심리적 동인설까지 제기된다.

우리나라에서 남성의 가사 참여 시간이 가장 긴 곳은 전남이다. 전남 남성의 하루 가사활동 시간은 41분, 대구 남성보다 딱 6분 차이로 전국 1위를 했다. 수치만 보면 가장 가부장적이며 보수적이라고 질타당하는 대구 남성들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 어느 곳에 살건 대한민국 남성은 집안일에 소요하는 시간이 하루 30~40분 정도에 불과하며 여성과는 2시간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남성은 바깥일(공적 영역), 여성은 집안일(사적 영역)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기인한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이러한 성역할 고정관념은 비슷한가 보다. 영화에서 만난 인연으로 결혼해 세 자녀를 둔 제니퍼 가너와 벤 애플렉. 불행히도 결혼 10년 만인 올 4월 파경을 맞았지만 한창 유명한 배우 부부로 활동할 당시 제니퍼 가너는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았다고 한다. “일과 가정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시나요?” 자신에게만 향하는 이러한 질문에 제니퍼 가너가 답한다.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일과 가정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냐고 질문합니다. 하지만 내 남편 벤에게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죠. 그런데 우리는 같은 집에 삽니다. 이제 이 질문은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지금 당장 남성에게 앞치마를 입히고 가사분담률을 높인다고 해서 가정 내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는다. 앞서 인용한 연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과관계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남성의 성역할 태도가 변해야 가사활동 참여도 늘어나고 가정 내 성평등 수준도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남녀의 주된 영역이 구분되다 보니 남성은 일을 핑계로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여성은 가정을 위해 일을 포기하게 되는 구도였다. 성평등 도시 대구를 위해 ‘남자 일, 여자 일’이라는 성역할고정관념을 깨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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