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업의 원천은 익숙함과의 불화”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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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1   |  발행일 2017-07-11 제25면   |  수정 2017-07-11
■ 봉산문화회관 초대전 홍명섭 작가
“예술은 불편…편안하면 사유 어려워
예술작품 보면서 몸의 변화 느껴야”
“내 작업의 원천은 익숙함과의 불화”
홍명섭 작가가 봉산문화회관 제4전시실에서 자신의 작품을 배경으로 예술감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렵다”고 했더니, “어렵다는 사람이 어렵다”는 말이 돌아왔다. 한마디 더 훅 들어왔다. “선입견을 갖지 마세요. 당신은 포획됐어요.” 홍명섭 작가다. 대구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에 초대받은 작가를 지난 7일 만났다.

봉산문화회관 제4전시실. 눈높이 정도에서 시작되는 길이 27m, 폭 5㎝ 정도의 검정색 종이테이프 두가닥이 철길처럼 달린다. 두 개의 선으로 출발한 철길은 흰색 전시실 네벽면을 횡단하면서 합쳐지기도 하고 나뉘어지기도 한다. 꼼꼼히 살펴봐도 별다른 게 없다. 도대체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것인지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작가는 익숙함과의 ‘불화’를 내세우며 관람객들이 스스로 의미를 찾을 것을 제시한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작가의 작업은 아주 ‘고의적’이다. 작가는 “예술은 불편해야 한다. 편안하게 보면 생각하지 않는다. 불편해야 예술적 사유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검정색 종이테이프 두가닥으로 연출한 레일 드로잉이 불편함과 당혹감만 주는 게 아니다. 예술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작가는 통상 전시실에 내걸린 ‘눈으로만 보시오’라는 경고문구에 의문을 표시한다.

작가는 ‘연인’을 예로 들며 “사랑하는 연인이 눈으로 서로를 보기만 하지는 않는다. 손을 만지고 포옹하는 등 몸으로 느낀다. 예술도 그렇게 돼야 한다. 몸으로 예술을 누려야 한다. 예술작품을 보면서 몸의 변화를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포획’이라는 개념도 나온다. 작가는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공간과 작품에 포획됐다고 했다. 몸의 체험을 강조하는 말이다.

‘무쇠 슬리퍼’라는 또다른 장치도 준비했다. 무쇠 슬리퍼를 신고 걸으면 당연히 속도가 확 떨어진다. 작가는 “낯선 속도이고 낯선 경험이 될 것이다. 예술은 현실과 다른 속도감을 가진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봉산문화회관 정종구 큐레이터는 “이질적 경험을 유도하는 작가의 태도는 삶의 감각을 변화시키고 확장하게 하는 힘이 있다. 예술 확장의 충만감으로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한 작가는 그동안 서울·오사카·독일 등에서 30여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한성대 미대 교수를 역임했다. 9월10일까지. (053)661-3500

글·사진=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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