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사회보장분담금 비율 높여 기본소득제 도입 필요”…홍세화 작가 범어도서관서 강연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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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7 08:29  |  수정 2017-07-17 08:29  |  발행일 2017-07-17 제29면
생각을 주입하는 한국교육 비판
“국민 사회보장분담금 비율 높여 기본소득제 도입 필요”…홍세화 작가 범어도서관서 강연
홍세화 작가가 지난 13일 대구시 수성구 범어도서관에서 ‘생각과 복지’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작가 홍세화씨(70)가 지난 13일 오후 인문학 공부 모임인 ‘두:목회’ 초청으로 대구를 찾았다. 그는 이날 대구시 수성구 범어도서관 ‘김만용 박수년홀’에서 ‘생각의 좌표와 복지의 좌표’란 주제로 1시간30분간 강연을 펼쳤다.

그는 먼저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의 ‘회의(의문)하는 것이 생각하는 것이다’와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의 ‘사람은 일단 형성한 의식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는 명언을 비교하면서 한국 사회는 생각을 하도록 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주입시키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작가는 또 한국과 유대인의 가정교육을 대비시키면서 한국의 가정에선 아이가 “왜”라고 질문하면 어른들은 “크면 알아” “몰라도 돼” “바쁘다” 는 등의 핑계로 대답을 회피하는 경향이 많은데 비해 대부분의 유대인 가정에선 같은 질문에 “너는 왜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되물어 생각을 끄집어내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서도 주체적으로 생각을 하게끔 하는 교육보다 많은 것을 암기해 객관적 사실을 숙지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글쓰기나 토론에는 ‘나’가 존재하는 반면 암기에는 ‘나’가 없는데, 한국의 교육은 후자라고 지적했다.

홍 작가는 이런 점에서 “최소한 내가 주장하고 고집하는 생각이 어떻게 내 생각이 됐을까 물을 수 있어야 한다. 회의를 품지 않으면 고집이 돼 변화할 수 없으며 내가 변하는 만큼 대한민국이 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20%의 사람이 80%를 갖고 있고, 80%의 사람이 20%만 갖고 있는 불평등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20%의 사람은 정치적으로 적극적이고 분열이 안 되는데 비해 80%의 사람은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고 지역적·계급적으로 분열돼 스스로의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구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지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급식은 선뜻 피부에 와닿지 않는 반면 핀란드·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 실험하고 있는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OECD 국가 중 국민이 내는 사회보장분담금이 최고 47%인데, 우리는 겨우 26%밖에 되지 않아 10% 포인트만 올려도 국민 개인에게 30만원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 작가는 “2015년 기준 생활고로 벌금을 낼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간 사람들이 1년에 4만7천여명이나 된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무이자·무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장발장 은행’의 은행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지금까지 500명이 혜택을 봤다. 6개월 거치 200만원씩을 빌려줬는데 그 가운데 60명이 완납을 한 상태이며 절반이 갚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한편, 홍 작가는 정치적 문제로 1979년 한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에서 택시 운전사로 생활했다. 2002년에 귀국한 그는 당시의 경험과 사색을 바탕으로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2006)라는 책을 펴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때 진보신당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으며 언론인으로도 활동했다. 장발장 은행 후원계좌/하나은행 388-910009-34004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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